미아3구역 재개발 현장 가보니…
미아3구역 재개발 현장 가보니…
지붕에는 화물차용 천막… 담장은 곳곳 균열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4.02.25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시 재개발 융자지원 중단에 주민들 울분

1층 불량주택 즐비… 영락없는 슬럼가 방불
주민 “이런 집을 어떻게 고쳐 쓰라는 말이냐”

 

  

역설적이게도 서울시 출구전략 시행의 피해는 개발이 시급한 서울 강북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강북 지역 중 사업이 진행되는 곳도, 구역이 해제된 곳도 모두 서울시의 정비사업 출구전략 행정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지 검토하기보다는 무턱대고 구역해제를 유도하는 것이 현재의 서울시 정비사업 출구전략 행정이라는 것이다. 이미 해제된 구역에 대한 보완 대책도 두드러진 것이 없다.

 강북구 미아3구역을 전자의 사례로, 동대문구 전농10구역을 후자의 사례로 소개한다.

 

“서울에 아직까지 이런 집들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최명우 조합장이 안내한 서울 강북구 미아3구역 일대는 기존의 서울 풍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겉모습은 영락없이 퇴락해 가는 어느 지방 소도시였다.

 

내부를 들여다본 이 지역 일대의 주택 노후 상황은 지방 소도시보다 더 심각했다. 1층짜리 주택들이 담장을 이웃하며 줄지어 바짝 붙어 있다. 주택들은 온통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벽에는 균열이 깊숙하게 자리 잡았고, 지붕에는 비를 막기 위한 천막이 덮여 있다. 특히, 지붕에는 천막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사다리와 항아리 뚜껑 등 집안의 가재도구들이 총출동되고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들 주택들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무허가 건물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천막을 덮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집 상태는 ‘노후주택’이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며, ‘불량주택’ 나아가 ‘폐가’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겨울철 칼바람을 막기 위해 온갖 잡동사니를 담장에 덧대어 냉기를 막으려는 집도 보였다. 구역 내에는 실제로 폐가도 존재하고 있다. 지붕이 무너져 사람이 살 수 없는 12평짜리 주택이 붕괴 상태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집 한 채 300만원 전세 내놔도 찾는 사람 없어

최근에는 갑자기 담장이 무너지는 집까지도 생겼다.

다행히 붕괴 사고 때 주변을 지나던 사람이 없어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이는 구역 내 주택들의 심각한 노후 상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시멘트로 옹벽을 만들어 임시방편의 응급조치를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서 안심할 수 없다.

또한 이곳의 주택은 재산으로서의 기능도 상실한지 오래다.

 

13평짜리 불량주택 한 채 전체를 전세 300만원에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재래식 화장실이 외부에 설치돼 있고, 단열도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철 난방비도 급증하기 때문에 저소득층들도 거주를 꺼리고 있다.


 

재개발구역이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집주인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도 없다.

이들 ‘불량주택’들은 집집마다 맞벽으로 이어져 있어, 한 집을 철거하게 되면 담장과 주택의 벽체를 함께 사용하는 이웃집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불량주택들은 사실상 공동운명체 상황에 처해진 셈이다. 소유권은 나뉘어 있지만, 개발은 한꺼번에 진행해야 한다.

50년 안팎의 세월 속에서 이곳이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최 조합장은 “재개발 구역 지정 전에, 소규모 건축업자들이 원룸을 짓겠다고 달려들었다가 연달아 붙어 있는 집 상태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물러났다”며 “재개발 방식이 아니라면 사실상 이들 노후주택들은 이 상태로 계속 방치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 미명 아래 발목잡기 중단해야

미아3구역 재개발조합에게 가장 힘든 점은 서울시의 재개발 발목잡기다.

최근 서울시가 진행한 실태조사의 불똥이 미아3구역에도 번졌다. 서울시는 실태조사 결과, 미아3구역에 30% 이상의 해산동의서가 접수됐다며 정비사업 융자지원의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비사업 융자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때와는 반대로 이제는 돈줄죄기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정비업체 등 별도의 협력업체로부터 운영자금 지원없이 서울시 융자를 통해 사업을 추진해오던 미아3구역 입장에서는 청천벽력이다.


 

최 조합장은 “서울시는 민원 해결 등 갖가지 이유를 들어 조합의 사업속도를 늦추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며 “사업속도를 늦추고 나서 실태조사 등 각종 출구전략 방법을 동원해 조합 해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최 조합장이 서울시 행정에 가장 불만스러운 것은 대안 없이 구역해제에만 매달리는 태도다. 미아3구역에게 구역해제 이후에는 주거환경을 개선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40~50년 전에 지어져 방·부엌 그리고 작은 마당 건너편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는, 13평짜리 주택들이 즐비한 미아3구역에서 재개발만이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주거환경관리사업 즉, 서울시가 추진하는 ‘두꺼비하우징’ 사업이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조합장은 “미아3구역의 심각한 노후 상황은 지붕 고치고, 길 넓히는 ‘개량’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블록 전체의 도시구조를 바꿔야 하는 재개발 추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다수 조합원들 재개발 적극 원해

미아3구역이 재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출구전략에 따른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여전히 왕성한 사업추진력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만큼 주민들의 재개발 의지가 높다. ‘재개발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한민국 전역을 뒤흔들었던 2012~2013년의 ‘서슬퍼런’ 기간에 꾸준한 사업추진으로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를 얻어낸 독특한 이력의 현장이다.  

실제로 출구전략 기간과 미아3구역의 인허가 기간은 보조를 같이 하고 있다.

정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면서 시작된 출구전략 시행 시점이 2012년 2월 1일, 2년 후인 올해 1월 31일까지가 최초의 출구전략 기간이었다.

 

이와 비교해 보면, 미아3구역의 조합설립인가는 2012년 3월 22일,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시기는 2013년 12월 20일이다.

출구전략 기간 내내 지속적인 사업추진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증거다.


 

최 조합장은 이처럼 꾸준히 사업이 추진되는 곳은 출구전략의 당초 취지를 살려 전폭적인 사업촉진책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조합장은 “우리 구역은 반대하는 조합원들이 OS요원들을 동원해 해산동의서를 징구하면서까지 해산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해산동의율인 과반수를 넘기지 못한 정말로 사업이 돼야 하는 구역”이라며 “출구전략의 기본 취지를 살려 사업이 보다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