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정관 경미한 변경은 행정청 신고 없이도 효력
조합정관 경미한 변경은 행정청 신고 없이도 효력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2.02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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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10:16 입력
  
서울고법 “총회서 정관 변경 후 조합장 선임 유효”
전문가 “협력업체 선정 때 변경된 정관으로 선정”
 
 

최근 조합장 등 임원을 해임하기 위한 총회 발의가 크게 늘면서 조합 해임과 선임 절차상의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사업성 악화가 집행부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조합 임원의 해임발의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조합 임원 선임과 해임과 관련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판결을 내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선 총회에서 조합정관을 변경한 후 곧바로 조합장을 선출한 경우 조합장 지위가 유효한지에 대한 판결이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경미한 정관변경은 행정청의 신고가 없이 결의만으로도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시했다. 또 조합원 1/10 이상 발의로 총회를 소집하는 경우 논란이 됐던 ‘법원의 허가’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의 허가가 없더라도 총회 소집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고법 “경미한 조합정관 변경은 행정청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결의한 때 효력 발생”=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이재경)는 지난해 11월 10일 대농신안주택재건축조합이 동대문구청장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변경인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정관의 경미한 변경은 정관변경을 결의할 때 효력이 발생한다”며 “유효한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조합장을 선출했으므로 조합설립변경인가 처분을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즉, 행정청의 신고를 요하는 정관의 경미한 변경의 경우 행정청의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총회에서 결의하면 곧바로 정관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그동안 한 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한 후 변경된 정관에 따라 조합장 등을 선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계의 논란이 있어왔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총회에서 제1호 안건으로 조합장이나 이사 등 임원을 선출하는 방법을 변경하는 내용의 ‘조합정관 변경안’을 결의한 후, 제2호 안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라 ‘조합장 선임의 건’을 상정해 조합장을 선출하는 식의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대해 조합에서는 정관변경에 대한 결의가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변경된 정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조합정관은 조합 내부의 규율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조합원의 결의만으로도 효력이 발생한다는 것이 조합 측의 논리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조합정관이 변경된 경우 행정청에 신고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를 해야 정관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조제3항에는 “조합이 정관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제16조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도 불구하고 총회를 개최하여 조합원 과반수(제1항제2호 내지 제4호·제8호·제12호 또는 제15호의 경우에는 3분의 2이상을 말한다)의 동의를 얻어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이 법 또는 정관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변경하고 시장·군수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도정법 제20조제3항 단서에서 규정하는 ‘정관 변경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의 내용은 예산의 집행 또는 조합원의 부담이 되는 사항 이외의 사항으로서 조합의 명칭 및 주소, 총회의 소집절차·시기 및 의결 방법, 조합직원의 채용 및 임원 중 상근임원의 지정에 관한 사항과 직원 및 상근임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 등 관할 관청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주된 것”이라며 “시장·군수에게 조합정관을 신고하도록 법을 개정한 취지는 관할 관청의 인가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총회의 결의만으로 정관변경의 효력이 발생하도록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법원은 경미한 정관변경의 경우 행정청의 인가가 아닌 행정청에 신고를 하도록 개정한 법의 취지는 행정청으로부터 변경된 정관을 인가받을 때까지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총회 결의만으로도 정관변경의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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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득표 선정’ 정관 변경 후 협력업체 선정해도 유효
 

■ 전문가 시각
서울고등법원이 ‘정관의 경미한 변경은 결의한 때 효력이 발생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총회에서 정관 변경 후 조합장 등 임원을 선임하는 사안에 대한 논란은 사실상 종식될 전망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로 인해 정관 변경 후 시공자나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를 선정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사실상 유효할 것이란 게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일선 현장에서는 조합 임원 선출과 마찬가지로 시공자나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 선정에 앞서 선정방법에 대한 정관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도 자주 있어왔다. 현행 표준정관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회 참석자 과반의 찬성으로 안건을 결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협력업체 선정 시 후보 업체가 3개 이상인 경우 총회 참석자의 과반을 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현장에서는 협력업체 선정에 앞서 ‘과반수 찬성’에서 ‘다득표자를 협력업체로 선정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 협력업체 선정을 두고 논란이 일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서울고법의 판결로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된 이 같은 논란은 사실상 사라지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현행법에서는 ‘총회의 소집절차·시기 및 의결방법’은 정관의 경미한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정관변경을 통해 협력업체 선정방법을 변경한 후 협력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유효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현행 도정법에서는 총회의 소집절차와 시기 및 의결방법은 정관의 경미한 변경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의결방법도 경미한 변경으로 봐야 한다”며 “총회에서 협력업체 선정과 관련된 의결방법에 대해 정관을 변경한 후 협력업체를 선정했다면 법원에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H&P 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시공자를 선정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3개 이상의 업체를 후보로 올려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할 경우 총회를 다시 개최하게 되면 사업기간과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협력업체 선정에 앞서 다득표자를 협력업체로 선정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하면 업체 선정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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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10% 이상 해임발의 법원 허가 없이도 가능하다”
 

■ 서울고법 판결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을 해임하기 위해 토지등소유자 1/10 이상이 임원 해임을 발의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고등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40민사부(재판장 이성호)는 지난해 12월 14일 김 모씨 등 3명이 H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가처분 이의’ 신청에서 “도정법상 조합이나 추진위원회 임원을 해임발의하는 경우 발의자 대표가 총회를 소집함에 있어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가처분결정을 취소한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토지등소유자 1/10 이상이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등 임원에 대한 해임발의를 하는 경우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하급심의 결정이 엇갈렸다. 현행 〈도정법〉 제23조제4항에는 “조합임원의 해임은 제24조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의 발의로 소집된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할 수 있다. 이 경우 발의자 대표로 선출된 자가 해임 총회의 소집 및 진행에 있어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하더라도 ‘법원의 소집허가가 필요한가’하는 점이었다. 일부 법원에서는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 등 임원 해임은 정비사업의 중요한 사안이므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는 반면, 일부 법원은 임원해임 총회의 경우 발의자 대표가 조합장의 권한을 대행하도록 법률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원의 소집허가 없이 총회소집이 가능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가처분 신청에서 “도정법 제23조제4항 규정은 정비사업조합의 임원에게 명백한 해임사유가 있음에도 조합장이 총회소집권을 보유함에 따라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의 소집을 거부할 경우를 대비해 발의자대표로 선출된 조합원에게 예외적으로 총회를 스스로 소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라며 “조합의 혼란가능성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서라도 조합원들로 하여금 부적임이라고 판단되는 조합임원을 신속하게 해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조합에 추가적인 손해를 끼치지 못하도록 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판단했다.
 

즉 현행 〈도정법〉 제23조제2항은 법원의 허가를 얻지 않더라도 임원해임의 발의대표자가 총회를 직접 소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인 것이다.
 

나아가 특별한 해임사유가 없는 한 추진위원을 해임할 수 없다는 추진위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임원의 해임사유가 없더라도 해임이 가능하다고 결정했다.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현행 〈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 제18조제1항에는 “위원이 직무유기 및 태만 또는 관계법령 및 이 운영규정에 위반하여 토지등소유자에게 부당한 손실을 초래한 경우에는 해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의 추진위원은 토지등소유자 사이의 신뢰가 상실돼 회복하기 어려운 이상, 해임사유를 엄격하게 해석해 추진위원에게 해임사유가 있을 때만 해임할 수 있다고 할 필요가 없다”며 “토지등소유자들은 도정법 등에 정해진 요건을 갖추면 얼마든지 추진위원을 해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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