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활성화 해법(4)- 이건주 조합장의 현장 진단
정비사업 활성화 해법(4)- 이건주 조합장의 현장 진단
“꽉 막힌 사업에 하루 하루가 고통 ‘정비사업의 세월호’ 사태 터질 판”
  • 김병조 기자
  • 승인 2014.05.30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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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로 조합장들 집단 우울증  

사업은 진행 안 되고, 포기할 수도 없고

조속히 정부의 적극적 지원정책 마련돼야

 

 

“정비사업이 중단된 지금, 현직 조합장들의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산전수전 겪은 나의 칠십 평생 중 가장 힘겨운 시기는 조합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바로 지금이다. 하루하루 가슴이 타들어 간다. 자살을 생각하는 조합장까지 있을 정도다.”

 

이건주 남양주 도곡2구역 조합장은 정비사업 중단으로 밑바닥까지 추락한 조합들의 실태를 소개했다.

 

사업이 완전히 멈춰버린 조합의 상황은 심각할 정도다. 직접적 원인은 시공자의 사업비 지급 중단 때문이다.

 

시공자의 자금 지원이 멈추자 설계업체 등 협력업체들의 활동도 모두 멈췄다. 그러다보니 인허가 중단으로 모든 정비사업 현장들의 사업이 제자리에 멈춰 있는 상태다.

 

사업비 지급을 중단한 시공자의 대답은 매한가지다. 부동산 경기 회복 때까지 기다려 보자는 것이다. 근본적 원인은 정부의 정책 부재다.

 

조합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없고, 구역해제에만 집중하면서 부작용이 터져나오고 있다.

 

이 조합장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부활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지원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정부의 정책 대응 실패가 조합장들의 집단 우울증으로 확대돼 결국 집단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2의 세월호 사태를 언급했는데

 

전국 조합장들의 심리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조합장들의 신변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육체적 고통보다 참기 어려운 것이 정신적 고통이다. 나의 경우에도 밤잠을 자다가 깜짝 놀라 잠에서 자주 깬다.

 

평소에는 ‘어떡하지 어떡하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반복한다. 최근에는 가슴이 답답해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의사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했다.

 

정비사업이 중단된 현재로써는 건강을 되찾을 해답이 없는 것이다. 다른 조합장들의 건강 상황도 마찬가지다.

 

신경성 두통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다니는 조합장들이 많다. 조합장 중에는 자살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전국에 2천여 곳이 넘는 정비사업 현장이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현행 출구정책의 문제점은

 

조합해산에만 기울어진 정책이라는 게 문제다.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곳에 대한 지원책은 전혀 없다.

 

내가 조합장으로 있는 도곡2구역 현장만 하더라도 조합원들의 사업의지는 여전히 높다. 분담금에 대한 부담이 높아 사업추진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변경을 통해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 공사비 말고도 다양한 명칭으로 정비사업 조합에 부담을 주는 비용부담 성격의 규제책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재개발 임대주택이다.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는 정부가 별도로 예산을 책정해 건립해야 한다.

 

저소득층으로 이뤄진 재개발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임대주택을 건립케 해 또 다른 저소득층에게 준다는 것은 정책의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다. 임대주택 의무건립 제도를 폐지해 중단된 사업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사업을 중단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안내하는데

 

정치권에서 재개발사업의 중단을 너무 쉽게 봤다. 정치권이 그만큼 정비사업을 모르면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는 증거다.

 

사업의 중단이 아닌 직접적인 활성화 방안 도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비사업 조합의 실태를 점검하고 지원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

 

현행 정부정책에서는 지원책이 자취를 감췄다. 기껏해야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사업이 어려우면 그만 두면 되는 것 아니냐고 속 편한 소리를 한다.

 

현장을 모르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사업을 그만두면 그동안 들어갔던 사업비용들을 어떻게 할 건가.

 

정치권에서는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화려한 말 잔치일 뿐이다.

 

현재 정부에서는 실제 적극적인 비용 지원 계획이 없으며, 또한 매몰비용을 지원 받으려면 절차적으로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게다가 비현실적인 비용 지원 금액도 문제다. 매몰비용 지원이 시작된 서울에서는 벌써부터 지원액이 실제 필요 금액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항변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전체적인 조합 상황은

 

개점휴업 상태의 조합들이 전국에 넘쳐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한 후 시공자까지 선정했지만 진행이 되지 않는 곳들이 전국에 약 2천여 곳이 넘는다.

 

이곳 중 극히 일부 현장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도급순위 10위 이내 건설회사들과 계약이 체결된 곳은 각 건설회사별로 약 120곳인데, 이 곳 중 그나마 사업이 진행되는 곳은 20곳 내외다.

 

이들 20곳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착공에 들어간 곳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착공 단계가 아닌 순수한 행정절차 이행 단계에 있는 곳들은 각 업체당 5~6곳이 고작이다.

 

이곳 말고는 모두 멈춰선 상태다. 서울을 포함해 전국의 현장이 모두 중단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대안을 제시한다면

 

첫째, 재개발 임대주택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 우리 구역만 하더라도 130가구의 재개발 임대주택을 공공에 매각해야 한다.

 

임대주택 제도만 폐지되더라도 사업성을 되찾아 정상화 될 것이다. 둘째, 시공자는 계약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

 

계약은 사회적 약속이다. 시공자는 분양시장 침체를 이유로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정비사업은 국가적·사회적으로 추진 명분이 분명한 사업이므로 사업이익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이라는 점을 인식해 사업추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도 시공자의 일방적 계약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비해야 한다. 셋째, 저리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시공자의 보증이 있어야만 사업비를 대출해 주는 현행 금융제도를 개선해 시공자에 의지하지 않고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마이너스 옵션 제도를 활용한 공사비 절감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기존에 재활용 할 수 있는 부분은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일괄적으로 가구와 주방제품이 도입되는 과정에서 공사비 상승 부분이 적지 않다. 다섯째,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예측 가능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BIM 등 새로운 설계기법에서는 공사 기간 및 비용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던 시공 분야의 업그레이드가 필수다.   

▲도곡2구역 상황은 어떤가

 

우리 현장은 그동안  타 지역의 모범이 될 정도 빠른 사업추진으로 주목을 받았다.

 

인근에 도심역 전철역이 입지해 있고, 사업추진도 빨라 성공사업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2010년 덕소재정비촉진지구 결정고시가 된 이후에는 단 3개월만에 추진위원회 설립동의서 징구를 완료할 정도로 사업추진이 빨랐다.

 

2011년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도 놀라운 속도로 완료했다. 이때도 징구 시작부터 완료까지 단 3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시공자 선정은 뉴타운지구 결정고시부터 1년 1개월만에 선정을 완료하는 등 남양주에서 사업이 가장 빨랐다.

 

그러나 현재는 건축심의 절차까지 완료했으나 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정부의 지원정책이 시행된다면 충분히 사업재개가 가능한 현장이다. 

▲정비사업의 필요성을 설명한다면

 

정비사업은 국가 백년대계 사업이다. 정비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사회적으로는 자연적 재해나 우범지역을 개량하는 효과가 있다.

 

개개인 에게는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런 정비사업이 근본 목적을 상실하고 표류하고 있다.

 

문제는 이 표류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현행 재개발조합의 실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조합원 중에는 경제적으로 저소득층들이 많다.

 

택시기사로 근무하거나, 가사도우미, 경비원 등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노인 중에는 파지를 주워 생활하는 분들도 있다. 오래 전에 이 지역에 정착했다는 이유로 자연스럽게 재개발조합원들이 된 사람들이다.

 

최근 사회적 인식으로 ‘재개발 조합원=부자’라는 등식은 선입견일 뿐이다. 요즘 상황이 어렵다 보니 조합장 사표를 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렵게 사는 조합원들을 생각해 사업을 성공시키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조합사무실에 출근한다.

 

 

 ■ 남양주 도곡2구역 사업추진 내역

- 2010년 8월 2일 남양주 덕소재정비촉진지구 결정고시,
- 3개월 후 추진위원회 설립동의서 징구 완료,
- 2010년 10월 1일 남양주시청에 추진위원회 승인 신청서 접수
- 2010년 10월 29일 남양주시청으로부터 추진위원회 승인 완료
- 2011년 3월 13일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를 위한 설명회 개최
-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시작 3개월만에 동의서 징구 완료
- 2011년 6월 26일 창립총회 개최
- 2011년 7월 25일 남양주시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
- 2011년 9월 18일 시공자 GS건설 선정
- 2012년 7월 25일 건축심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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