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폭탄’ 맞은 구역들 사업전환 시도
출구전략 ‘폭탄’ 맞은 구역들 사업전환 시도
해제된 뉴타운 주민들 “우리는 일반 재개발로 갈아타겠다”
  • 이혁기 기자
  • 승인 2014.06.17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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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신11구역, 창신2정비예정구역으로 환원
부천 심곡3B 주민들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최근 해제된 재개발·뉴타운지역 몇몇 구역에서 일반재개발로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싹트고 있다. 일방적인 출구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증거다.

 

현행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제7조에서는 재정비촉진지구의 지정을 해제하는 경우 전체 토지등소유자의 과반수 등 소정의 동의율을 충족하면 일반 정비사업으로의 전환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일대와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에서는 지자체의 재정비촉진지구 해제 결정과 관계없이 일반 재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을 시도, 사업 정상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지자체가 대안으로 내놓은 주거환경관리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보다는 전면 철거를 통해 노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대규모 정비사업을 원한다는 것이다.


▲창신4구역, 뉴타운에서 해제된 지 6개월만에 정비사업체제로 전환

 

시의 무분별한 탁상행정으로 인해 노후된 주거환경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고통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다시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구역들이 늘고 있다.


시는 뉴타운해제 이후 창신·숭인동 일대를 도시재생 선도 지역으로 지정했지만, 선도지역 지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정작 주민들은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사업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는 지난달 17일 창신4도시환경정비구역 전환 처리 및 지형도면을 고시했다.

 

당시 정비구역 전환 과정에서는 토지등소유자 190여명 가운데 55%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서울시 뉴타운 최초로 촉진지구에서 해제된 지 약 6개월만에 다시 정비사업 체제로 전환한 셈이다.


향후 이 구역은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 및 철거 등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정비사업 절차에 따라 재개발사업이 진행된다.


▲창신11구역, 기존 창신2구역으로 환원되기까지 9년째 제자리걸음

 

창신2구역은 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창신11구역으로 구역명이 변경됐지만, 최근 창신2정비예정구역으로의 환원과 동시에 기존에 받았던 추진위승인을 인정받았다.

 

기존 창신2정비예정구역으로 처음부터 재정비촉진지구가 아닌, 재개발사업을 진행해왔던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추진위는 재개발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면서 향후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재개발사업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동안 시의 탁상행정으로 사업이 9년째 제자리걸음을 해왔지만, 뉴타운에서 재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안태현 창신2구역 총무는 “지자체의 불합리한 행정으로 사업이 9년째 제자리를 맴돌면서 17억여원에 달하는 매몰비용만 쌓이고 있다”며 “지자체는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을 통해 정비사업 실무자들의 어려움을 해소시켜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곡3B구역, 뉴타운에서 일반재개발로의 전환 동의서 징구중

 

경기도에서도 뉴타운지구가 해제되면서 일반 재개발로의 전환을 시도,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구역들이 나타나고 있다.

 

뉴타운 해제에도 불구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부천시 심곡3B구역이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 시키려는 대표적인 곳이다.

 

이 구역의 경우 지난 2009년 5월 11일 원미재정비촉진계획결정·고시가 난지 정확히 한 달 만인 6월 11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았다.

 

이후 지난 2010년 6월 전체 토지등소유자 1천450여명 중 1천11명에 달하는 76.69%의 동의율을 받아 약 1년만에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약 4개월 뒤인 2011년 1월에는 대림산업·삼성물산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국내 내로라하는 굴지의 건설사들을 시공자로 선정하면서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라는 복병이 나타나면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동반침체를 겪자 사업이 다소 주춤했다.

 

여기에 지난 2월 시장 직권으로 부천시가 원미·소사뉴타운 지구 해제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뉴타운이 해제되면서 심곡3B구역은 일반 재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을 준비, 사업성을 높여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다.

 

실제로 조합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재개발사업으로 전환될 경우 취할 수 있는 이점들도 많았다.

 

기존 주민들이 떠안아야했던 기반시설 분담금이 대폭 낮아졌기 때문이다.

 

일반 재개발사업으로 전환되면서 기존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분담해야 할 분담금이 560억원에서 약 70억원으로 490억원 가량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곡3B구역조합 관계자는 “현재 구역내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재개발사업으로의 전환 동의서를 징구받고 있는 상황이다”며 “동의율이 충족 되는대로 건축심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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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구역 해제된 금호23구역, 재개발사업 재추진

 

 

■ 도정법에 근거 없는데 가능할까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에서도 다시 정비구역 지정을 받기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뉴타운해제에 따른 일반 재개발사업으로의 전환을 명시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처럼 해당 근거는 없지만, 노후된 주거환경에서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의 재개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다시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 명시돼있지 않아 당장 재추진 가능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 성동구 금호23구역이 그 주인공으로 지난해 6월 정비구역에서 해제, 정비구역 지정을 다시 받기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재개발사업을 다시 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곳의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위원장 박양원)는 정비구역으로 다시 지정받기 위해 시와 지자체를 10차례 이상 오고 갔다.


당시 지자체는 개발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답을 해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후 지난해 10월 시는 “정비구역 재지정을 위한 위원회의 질의에 충분한 검증이 필

 

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만 답변했다.


문제는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수립돼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 재개발사업을 해오던 중 구역이 해제됐을 경우다.


구역해제 고시·공고가 나는 동시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에서도 삭제된다는 내용이 고시문에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성동구청에서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다시 수립된 후 ‘도정법’ 절차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구 주택재개발2팀 담당 주무관은 “금호23정비구역 해제 고시가 날 때 정비예정구역에서도 삭제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다시 동의서를 걷어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도정법’상 다시 재개발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조항이 없고,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다시 수립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돼야 사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은 서울시에서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사안은 시에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에서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재수립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5년 단위로 타당성 검토를 하고 10년 단위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도시계획 차원이기 때문에 당장 재추진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다.


김영환 시 주거재생과 주임은 “재개발·재건축은 건축허가와 달리 정비구역 취소·지정에 대한 번복이 어렵다”며 “이는 전체적인 도시계획 차원에서 장기간에 걸쳐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해제된 구역에서 사업성이 보장돼있고, 상황이 변해 주민들이 재개발에 대한 의지가 높다면 지자체가 수렴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박문태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구역해제가 되는 동시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에서 삭제가 됐다면, 향후 다시 수립된 ‘기본계획’에 포함된 정비예정구역 안에서 재개발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이는 ‘도정법’에 명시돼있지 않는 지자체의 권한으로 고시·공고를 통해 정비예정구역을 삭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는 해제됐을 당시의 상황과 달리 주민들의 개발의지가 높은 만큼 많은 동의율이 확보된 상황이라면 다시 재개발에 대한 문을 열어줘야 한다”며 “5년 단위로 타당성검토 등을 통해 재개발사업을 재추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해제구역 정상화 위원회도 시가 주민들이 원하면 다시 재개발을 추진하게끔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호23구역은 시가 지난 2009년 공공관리 시범구역으로 선정할 만큼 개발 의지가 높았던 곳이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일부 주민들에 의해 재개발 정비구역이 해제된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고통 받으면서 재개발사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20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이 수립돼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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