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주경상 감정평가사>출구전략에 앞서 지원책 등 대안 먼저 마련을
<시론 주경상 감정평가사>출구전략에 앞서 지원책 등 대안 먼저 마련을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12.08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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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8 14:22 입력
  
주경상
감정평가사/ 대일도시재생전략연구원장
 

국토해양부의 법 제정 움직임과 서울시의 정비사업에 대한 패러다임 변환 등에 따라 정비사업장들에 대한 출구 전략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부산, 인천 등 주요 도시들에서 정비예정구역을 해제한데 이어, 정부 입법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정비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정안’에는 추진이 더딘 사업장의 경우 3년 이내에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못하면 정비구역이 자동 해제되는 자동일몰제와 토지등소유자 50% 이상이 동의할 경우 정비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사업추진이 불가능한 지역은 정비구역 해제를 통해 건축행위 제한 등의 규제를 풀어줌으로서 토지등소유자의 불편을 해소해 준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자동일몰제와 정비구역의 해제 등에 대한 필요성 또는 명분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정비사업이 ‘도시계획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문제가 간단치만은 않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정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정비구역지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비구역의 지정과 관련해서 ‘국계법’에서는 정비사업에 관한 계획을 ‘도시관리계획’으로, ‘도정법’에 따른 정비사업은 ‘도시계획사업’으로 각각 정의하고 있다.
 

‘도시관리계획’의 일환인 정비구역지정과 정비계획은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시·도지사가 공보에 고시하여 확정되게 된다. 이렇게 결정된 도시관리계획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주민들에게만 그 책임을 떠맡기는 것은 너무도 편리하고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닌지 지적하고 싶다.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도시계획사업’인 정비사업의 해제는 그 목적을 달성했거나 여건 변화 등으로 더 이상 존치할 필요성이 없는 경우 등으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정책 당국의 주도로 도시계획적인 목적과 판단 아래 정비구역이 지정되었으므로 시장·군수와 시·도지사는 정비구역 해제 등으로 인해 야기되는 제반 문제 등에 대해서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더욱이 공공관리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경우 그 책임은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정비구역의 해제를 먼저 논하기에 앞서 사업장별로 사업 추진이 제대로 안 되는 원인 등을 분석한 후 이를 바탕으로 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재무적·도시계획적인 부양책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
 

만약 정비구역의 해제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이에 앞서 충분한 소통과 함께 대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도시정비 정책을 신뢰한 주민들이 이를 믿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사업비 처리 문제, 보다 나은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 이사 온 주민들이 입게 될 재산상 손해, 정비사업 찬성자와 반대자 간 편 가르기와 이로 인한 갈등 등 산적한 많은 문제들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없을 경우 정비구역의 해제는 동의받기 곤란하다.
 

서울시의 경우 ‘두꺼비 하우징 사업’과 ‘마을 공동체 복원 사업’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주택이 노후화되고 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라 할 수 없고 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 사업의 연장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참여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것이다.
 

현실적으로 주민들은 정비구역에 편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땅값이 오르는 경험을 하였고 이런 분위기와 기대감은 2008년 총선으로 이어져 여당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켰다. 이를 반추해 보면 주택경기가 살아 날 경우 또 다시 봇물처럼 밀려올 정비구역지정에 대한 역 민원에 직면할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주택재개발 등 정비사업은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많은 사업 기간이 소요되는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과감한 행정절차의 간소화, 주민들간 갈등 해소 방안을 강구하는 등 제도적인 지원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정비구역 해제 등의 추진은 결국 ‘빨리빨리’문화에 젖어 사업장별 특성을 무시한 채 일률적인 기준으로 시간만을 재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으며, 장기적인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서울시의 경우 중요한 주택공급원이며, 개발이익의 환수 차원에서 건설되는 임대주택과 소형주택은 원가보다 낮게 공급되어 저소득층의 주거 대책의 일환으로서 나눔의 현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비사업의 순기능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함께 급격한 정책 변화 보다는 균형감을 중시하는 지속가능한 정책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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