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보다 앞선 선순위임차인의 진위
근저당보다 앞선 선순위임차인의 진위
  • 신대성 전문기자
  • 승인 2014.10.01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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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임차인 경우 공인중개사 거치지 않고
문방구에서 구입한 계약서에 수기로 작성



지난 시간에 이어 말소기준권리 즉 ‘최초 근저당보다 앞선 선순위임차인의 진위 가리기’를 이어가보자.


앞 시간에 확정일자가 없고 전입일자만 있는 선순위임차인의 80~90%는 위장임차인일 확률이 높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확인할 방법이라고는 직접 찾아가 현관문을 두드리고 묻는 수밖에 없으니 난감하다.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으니 일단 문을 두드린 후 임차인이 나오면 “이 집 경매나온 거 아시죠, 낙찰을 받으려고 하는데, 임차보증금은 얼만가요?”라고 물어본다.


하지만 현관문 안쪽에서 전해지는 말은 친절하다(?). “낙찰 받고 오세요. 그럼 말씀드리죠.” 이런 식이다. 분명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 직면했을 땐 선택을 해야 한다. 입찰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들어가 위장이 확인된다면 1억원 넘게 수익을 얻는 속칭 ‘대박’이 될 것이고, 아니면 1억수천만원을 뱉어내야 하는 ‘쪽박’이 될 것이다. 승산의 확률은 약 85%.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 상황을 한 전문가 B씨는 뚫고 나아갔다. 입찰에 참여했고, 단독 최저가 입찰로 낙찰자가 되었다.


B씨는 우선 법원에서 내어 준 확인증을 받고 당당한 모습으로, 하지만 속으로는 후련하지 않은 기분으로 낙찰 받은 아파트를 찾아갔다. 그리고 ‘꽝꽝’ 문을 두드리고, 안에 있을 세입자를 불렀다.


세입자가 나오자 ‘낙찰확인증’을 들이밀며, “전세보증금이 얼마냐”고 물었다. 세입자는 “1억3천만원”이라고 말했고, 낙찰자는 “그럼 계약서를 보여주라”고 말했다. 양쪽에서 ‘장군 멍군’을 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시간은 흘렀다.


안으로 들어간 세입자는 한참을 뒤적이다가 계약서 한 장을 B씨에게 내밀었다. 이 때 B씨는 속으로 “아뿔싸~”하고 탄식과 함께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유는 이랬다. 계약서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공인중개사에서 쓰는 계약서가, 다른 하나는 문방구에서 파는 계약서가 있다.


위장임차인의 경우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다. 중개료를 낼 필요가 없으며, 제3자가 개입할 경우 서로가 가져야할 이익과 아울러 책임도 뒤따른다. 대부분의 위장임차인은 수기로 작성한 문방구 계약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곳 임차인이 내민 계약서는 중개사용 계약서였다. 이 때문에 몸이 떨리고 탄식이 저절로 터져 나왔던 것이다.


중개사까지 있는 정식 계약서가 나온 마당에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B씨는 앉아서 1억여 원의 차익은 커녕 1억3천만원을 순식간에 날리게 될 판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항상 벼랑 끝에 희망이 있다했던가. 한 가지 의심 가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임차보증금의 은행이체내역을 증명해줄 서류를 내놓지 못하는 것이다.


세입자의 주장은 전세계약서를 한 후 현금으로 계약금을 주고 이사 올 때, 역시 현금으로 잔금을 치렀다는 것이다. 그럴 수야 있겠지만 석연치 않는 부분이다.


요즘 세상에 그 큰돈을 현금으로 주고받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팽팽한 주장은 결국 법정공방까지 가게 됐다. 양측이 변호사를 통해 자기주장을 펴 가는 중 판사의 심증은 낙찰자 B씨에게로 기울어갔다.


그렇다고 확실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판사는 양측에 합의를 종용했고, 세입자 측 변호사에게 “세입자가 위장인거 확실한데 계속할 것이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판사는 “500만원이면 되겠냐”고 물었고, 세입자 측 변호사는 “1천만원”이라고 말했다.


판사의 말은 변호사 수임료가 500만원일 테니 그것으로 합의하고 판결을 종결하자는 의미였고, 변호사는 수임료가 “1천만원”이니 합의금은 최소 1천만원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는 게 B씨의 술회다.


결국 B씨는 위장임차인에게 1천만원을 내어주고, 경매주택을 명도 받는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세입자는 이렇게까지 일을 몰고 가지 못한다. 보통 강심장이 아니면 허위이면서도 법정까지 가지 못하고 지레 꼬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때문에 낙찰자가 낙찰확인증을 들이밀면 “이사비나 보태 달라”하며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끝까지 버티려는 위장임차인이 있다. 철저히 준비하며 어떻게 말을 맞출지도 미리 생각해 두는 것이다.


이런 임차인을 만난다면 분명 대박이겠지만 그 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자칫 쪽박이 될 수도 있다.


요즘 경매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치닫고 있다. 경매에서 적당한 위험에 높은 수익을 남기는 시대는 갔다. 이제 경매에 뛰어들려면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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