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수학 미생서 벗어나 "완생이면 무너지지 않는다"
수능수학 미생서 벗어나 "완생이면 무너지지 않는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5.05.08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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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未生)!

‘아직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이 바둑 용어가 동명의 웹툰에서 시작하여 책으로 드라마로 영역을 확대하여 이른바 국민 용어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

교육업체 하늘교육에서 2014학년도 수능시험을 분석한 그림을 보면 국어와 영어 영역은 봉우리가 하나 밖에 없는 모양(수학 용어로 ‘정규분포’라고 함)이지만 수학 영역은 봉우리가 두 개인 모양(수학 용어로 ‘비정규분포’라고 함)이다. 수학을 포기한 자들도 시험은 봐야 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매년 벌어진다.

사실 국어와 영어 영역을 거의 만점에 가깝게 맞는 학생 중에서도 수학 포기자들이 적지 않다.

물론 이런 현상은 대학입시에서 전영역을 잘해야 하는 정시 모집보다 특정 과목에서 대학이 원하는 등급을 맞으면 되는 수시 모집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과도 관계있다.

완생!

미생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바둑에서 두 개의 집이 붙어 있으면 완생이다. 두 집에 불과하더라도 그것이 완생이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집이 많은 것처럼 보여도 그것이 미생이면 말 그대로 아직 집이 아니다.

수포자가 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지금 배우고 있는 개념이 미생인 상태에서 계속 미생의 집을 지어나가다 보면 어느 새 완생이 거의 없는 빈틈투성이의 바둑판으로 학년을 마치게 된다.

더욱이 자신의 실력은 그대로인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더 고수와 경기를 하도록 강요받는다.

자연스럽게 미생의 수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수학은 과목 특성상 이전에 배운 개념을 계속 활용하기 때문에 미생이 미생을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기 쉽다.

그렇다면 개념의 완생은 어떤 수준을 의미하는 것일까?
첫째, 그 개념을 모르는 사람에게 개념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수준이 아니라 왜 그렇게 푸는지에 대한 원리까지 설명 가능해야 한다.

둘째, 그 개념을 이용한 거의 최상급 문제까지 도전해야 한다. 모른다고 해서 바로 해설을 보거나 누군가에게 질문해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산악인이었던 고 박영석 대장의 말처럼 100% 실패하지 않으면 다음 번에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셋째, 완생은 이해를 넘어서는 개념이다. 필요할 때 꺼낼 쓸 수 없다면 완생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다시 미생이다. 미생 웹툰 68화에서 어떻게 사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물어보는 주인공에게 사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한 번 더 자기 자리 뒤돌아본 뒤 퇴근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을거야”라고.

 

이 규 영 
(이규영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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