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구 동의서 양식과 신 동의서 양식
<진단핫이슈 박일규 변호사>구 동의서 양식과 신 동의서 양식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1.08.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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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2 13:22 입력
  
박일규
변호사/H&P 법률사무소
 
 
조합설립동의의 효력을 둘러싸고 사회적 현상으로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듯하던 소송대란 사태도 대법원의 주요한 판단에 의하여 법리적으로 상당부분 정리가 이루어지면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의 별지 서식(이하 ‘구 동의서 양식’)에 따른 조합설립동의서의 비용분담기준은 유효하며, 설령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당시에는 공란이 존재하는 이른바 백지동의서라 하더라도 조합설립인가 신청시 공란이 보충기재된 상태였다면 그에 터잡아 이루어진 조합설립인가는 원칙적으로 무효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던 정비사업 실무자들에게는 그야말로 한줄기 구원의 빛과도 같았을 것이다.
 
정비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실무자들 중에는 조합설립동의율 자체의 부족 외에 이제 더 이상 조합설립인가의 운명을 위협할만한 요소는 남아있지 않다고까지 단언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조합설립동의서의 효력을 언급하는 법제처의 해석이 논란이 되고 있으니, 조합설립동의서의 절대적 존재감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다.
 
논란이 되고 있는 법제처의 해석은 지난 2008년 12월 17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시행령이 개정되기 이전에 추진위원회 운영규정 별지의 ‘구 동의서 양식’에 따라 징구된 조합설립동의서의 효력에 관한 것이다.
 
법제처의 해석 내용은 대강 이러하다. 즉 “2008년 12월 17일 이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는 분부터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전부 새로운 동의서 양식(이하 ‘신 동의서 양식’)에 따르도록 할 경우, 구 동의서 양식으로 받아놓은 동의서의 효력이 부정되긴 하지만 조합설립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둘러싼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하는 실익이 더 크다는 관점에서 2008년 12월 17일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는 경우, 구 동의서 양식에 따른 조합설립동의서의 효력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법제처의 해석은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다. 2008년 12월 17일 개정된 도정법 시행령 제26조제1항이 신 동의서 양식에 의해 조합설립동의를 받도록 함에 따라 조합설립인가권을 가진 행정청으로서는 이를 기계적으로 해석하여 집행하는 것이 형식적으로는 법치행정에 충실한 것으로 보여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제처의 해석은 행정청이 마땅히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국민의 권익증진보다는 행정청 스스로의 업무처리 편의성만을 우선하려는 오랜 관성에 따라 도출된 결론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조합설립동의를 둘러싼 분쟁최소화(이미 구 동의서 양식을 따른 조합설립동의서가 적법하다는 대법원의 판결까지 난 마당에 구 동의서 양식을 인정하면 분쟁이 더 확산될 것이라는 법제처의 전제부터 도무지 납득이 어렵다)라는 표면상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법제처가 마땅히 추구하여야 할 법치행정의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매우 떨어진다.
 
우선 도정법 시행규칙에 의한 신 동의서 양식은 조합설립동의라는 토지등소유자의 의사를 담는 그릇, 즉 ‘서식’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신 동의서 양식을 준수하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단순히 실제로 징구된 조합설립동의서가 신 동의서 양식과 비교하여 문서의 크기나 재질, 글씨체, 항목의 순서, 내용을 이루는 문장 등 물리적 요소에 있어서 완전히 동일한 것이냐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서는 곤란하다.
 
도정법 시행령이 조합설립동의를 시행규칙에서 정하는 동의서 양식에 따라 받도록 규정한 것은 시행규칙이 정하는 서식의 물리적 형식 그 자체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설립동의의 내용적 문제, 특히 비용분담기준을 둘러싼 그간의 소송대란 사태를 직시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었음을 상기하여야 한다.
 
따라서 조합설립동의는 신 동의서 양식에 따라야 한다는 도정법 시행령의 진정한 의미는 도정법 시행규칙 별표로 고시된 동의서 양식과 실제 징구된 조합설립동의서가 물리적·기계적 관점에서 동일하여야 한다는 의미로 파악하여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도정법 시행규칙으로 하여금 조합설립동의가 적법·유효한 것으로 평가받기 위하여 반드시 요구되는 핵심사항을 서식에 담게 하고 정비사업조합을 설립하려는 추진위원회가 토지등소유자로부터 조합설립동의를 득할 때는 반드시 고시된 신 동의서 양식에 포함된 핵심사항을 빠뜨리지 않은 서면에 의하여야 한다는 정도의 의미를 지닌 ‘조합설립동의 서면주의’를 선언하고 있는 것으로 새기는 것이 온당하며 또 그것으로 충분하다.
 
구 동의서 양식에는 신 동의서 양식을 구성하는 핵심적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차이가 있다면 신 동의서 양식은 분양대상자별 분담금 추산방법으로 비례율 산정공식을 추가하였다는 정도인데 신 동의서 양식 스스로 이를 “예시”에 불과한 것으로 표기하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반드시 비례율 산정공식이 동의서 내용으로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따라서 구 동의서 양식에 맞추어 징구된 조합설립동의서는 곧 신 동의서 양식을 따른 것으로 평가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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