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독서와 토론으로 만난 미지의 세계, ‘나의 영어학습 성공기’
영어 독서와 토론으로 만난 미지의 세계, ‘나의 영어학습 성공기’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 명대명고
  • 승인 2015.08.2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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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갈 무렵 단순한 구문 분석과 문장 해석, 단어 암기를 종용하는 이른 바 한국식 영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토플, 텝스 단어 암기, 이해할 수 없는 ‘조동사’, ‘to 부정사’ 등 문법 용어들 많은 것들이 혼란스러웠다. 그 혼란스러웠던 시절 전주에 하나밖에 없던 영어 서점에서 상담을 해 주시던, 지금의 호수언어연구소 소순관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그 서점을 들락거리던 내게, 선생님께서 영어로 감상문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 주셨다. 그 감상문은 결코 잘 썼다고 할 수 없는 글로 줄거리 요약과 그 책이 개인적으로 좋았는지 나빴는지에 대한 아주 본능적이면서도 즉각적인 반응의 글이었다. 문법설명이나 문장을 수정을 기대했던 내게, 선생님은 그 책의 내용에 대한 질문들만 영어로 하셨다. 아마도 글로는 다 풀어낼 수 없었던 나의 이해 정도를 파악하시려고 하셨던 것 같다. 몇 번은 그렇게 원서를 읽고 영어감상문을 써가고 영어 Q&A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은 Setting(배경)에 대해 말씀해주시면서 책을 읽을 때 Time(시간적 배경)과 Place(공간적 배경)로 나누어서 사건의 흐름을 정리해보라는 새로운 형태의 숙제를 주셨다. 그 외에 추가적으로 등장인물들을 분석하고 이것들을 모두 종합하여 소설의 main idea(주제)를 몇 가지 단어로 뽑아보라고 하셨다.

 ‘까짓 이쯤이야!’하며 생각 했는데, 막상 읽을 때 재미있었던 책을 분석의 관점으로 접근하니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처음 분석을 시도한 책은 ‘Roll of thunder, Hear my cry’로. 시공간적 배경을 나누어 중요한 사건을 정리하는 것도 어려웠고 소설의 주제를 찾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인물 분석은 아예 시도도 못했다. 그 후 초기에 몇 권 더 분석한 것도 보면 setting에 대한 것만 짧게 적혀있다.  내가 이렇게 못하니 선생님은 당연히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실 줄 알았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포기하지 않으시고 배경, 인물, 주제의 분석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시면서 더 노력해 보라고 하실 뿐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자 점점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setting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던 내가 어느 순간 ‘setting 분석은 이제 그만해와도 된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분석의 재미에 빠져 몰입하던 그 시기, 두세달 지나고 보니 나도 모르게 읽은 원서가 서른권 정도나 되었다.

 그 다음의 과정은 읽은 영어원서를 읽고 하나의 “키워드” 뽑아내는 작업이었다. 두꺼운 원서를 읽고 나서 그 내용을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단어. 한마디로 몇 백 페이지에 걸쳐 구구절절 늘어져있는 내용을 관통하는 단어를 내 힘으로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여러 이야기에서 단 하나의 단어를 찾아내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이건 학교 국어 시간에 그러하듯 교과서 옆에 ‘주제: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방황’하고 받아 적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정리하는 재미에 빠져 동트는 것도 여러 번 보기도 했던 때였다.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선생님과 영어 독서 공부했던 순간이 있다. William Faulkner의 As I lay dying이라는 소설을 읽고 장문의 글을 써간 날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내게 이 소설의 키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으셨고 나는 ‘vanity’라고 답했다. 토론 수업을 시작한 지 13개월 째 되던 날로 기억된다. 그날 처음으로 전에 없던 칭찬을 들었는데, 내 앞의 장막이 한꺼풀 벗겨지는 듯한 느낌의 순간이기도 했다. 내가 알던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는데 그 안에 더 멋지고 더 중요한 세계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 느낌으로만 머물렀던 ‘미지의 세계’가 내 눈앞에 나타난 느낌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많은 것들이 쉬워졌다. 나는 내가 새롭게 뜬 ‘눈’으로 책을 읽었고 세상을 봤다. 그 전까지는 읽어낼 수 없었던 것들이 읽었다. 선생님께서는 보통 내가 좋아할 만한 영어 소설이나 쉬운 논픽션을 권해 주셨는데, 그날 이후부터는 철학이나 역사서와 같이 조금 더 깊은 사고를 요구하는 영어책들을 골라 주시며 읽으라 하셨다. 그러면서 내가 쓰는 영어 글쓰기 역시 단순한 영어 감상문이 아니라 동양과 서양 사상가들의 사상에 대한 내 생각과 나름의 의미파악, 그리고, ‘역사란 무엇인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과학과 철학의 관계’, ‘인간은 왜 사는가 – 삶의 목적’와 같이 그 주제가 다양해졌다. 어려운 주제들이었지만 내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내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는 과정과 내가 내린 결론에 대해 토론 수업이 정말 즐거웠다. 내가 그만큼 성장했다는 자신감에서 오는 즐거움이기도 했다.

 선생님께서는 독서를 통해 내가 더 큰 틀에서,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들을 생각할 수 있도록 자극 내지는 도움을 주는 정도의 설명을 해주시고 질문들을 항상 던지셨고, 그 질문을 통해 내 인생에 대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내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나’를 지키고 나의 내면을 오롯하게 지킬 수 있는 중심, 다시 말하자면 내가 ‘나’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영어학습을 위한 영어독서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선생님과 영어 독서 토론을 하면서 배운 것은 단순한 ‘영어학습’을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토론의 과정에서 영어는 하나의 도구였을 뿐이었고, 영어 자체가 한번도 목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영어는 많은 영어 문장(책)을 읽고 수업을 위한 영어 이야기 혹은 토론(회화) 하고 영어로 글을 쓰면서(작문) 모두 자연스럽게 다가왔을 뿐이었다. 토론수업을 시작한 이후 토플이나 토익과 같은 시험을 위한 공부는 따로 하지 않더라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한국어논술이던 영어논술이든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 논술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기도 했지만 그것이 논술학원에서 배우듯 논술을 따로 배웠기 때문이 아니었다. 영어시험이나 논술시험은 그저 내 안에 있는 무수히 많은 것들 중 하나를 끄집어 내는 일이었다. 일일이 점수가 매겨지는 시험보다 중요했던 것은 그 영어 독서 토론을 통해  ‘본질’이라 불리는 것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가치는 토익이나 토플 점수처럼 고작 세 자리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절 영어 독서 토론 수업을 진행했었던 3년이 조금 넘는 시간은 나의 “사고의 틀” 자체를 바꾸어놓았고 그 이후 인생의 모든 것을 달라지게 되었던 것이다.

 

“The bird fights its way out of the egg. The egg is the world. Who would be born must first destroy a world.” – Hermann Hesse, Demian

 

I was a 8th-grader, wandering from one English institute to another, not being able to adjust to Korean way of teaching English. That’s when I first met Mr.Soh. He was different from all English teachers that I knew. He did not ask me to memorize difficult vocabularies from TOEFL or TEPS that I doubted myself of ever using them. He also did not try to make me understand grammatical terms, such as ‘조동사(helping verb)’ or ‘to부정사(to+infinitive)’ , which I could never fully grasp the meaning in Korean. Instead, he simply asked me to read a novel and write about it. I did not know how a well-written essay is like, but I did know that my first essay was not anywhere close to that. When I showed Mr.Soh my paper, he did not grade my paper nor did he correct my grammatical mistakes; he asked me couple questions regarding the book. Thinking about it again now, I believe that he was trying to see how much of the book I actually understood.

First few classes were conducted in the similar way – reading a book and writing my response about it. After some time he explained to me about the concepts of settings, characters and main idea. Then he told me to analyze the book accordingly. It was more troublesome than I expected. I could not even organize the setting properly. I have analyzed more than 30 books in that way, and at some point Mr.Soh finally told me that I can stop bringing my setting analysis to class. 
Then the next step began. It was to find one key word that penetrates and encompasses the whole theme and idea of the book. It was even more agonizing. Staying up all night trying to figure out the idea of the book was a daily routine for me. When I first began to do that, I could only write down a rather standardized, broad key word, which I learned in my literature class at school. When I visited Mr.Soh, He asked me questions every time. I questioned myself million times not knowing whether I was going the right way. Looking back now, I think he did not give me answers on purpose waiting patiently for me to go through that agonizing steps and come out to the light with my own strength.
I still remember clearly of a day 8 years ago. It was the day I wrote about William Faulkner’s novel As I lay dying. Like always Mr.Soh asked me what I thought was the main idea of the book. I said “vanity”. That was the day I first got a favorable comment from him in 13 months of studying with him. I think that day was the turning point. I was listening to Mr.Soh’s lecture when it happened. It was as if a layer of the world was unveiled and what was behind the layer became much clearer. What was more, I could understand Mr.Soh’s talk from a totally different level. As Mr.Soh put, it was as if I could see the world with my third eye. From then on everything changed. Around that phase, Mr.Soh gave me not only novels but also non-fictions and philosophical texts. The theme of essays became deeper and philosophical as well. ‘Who am I?’, ‘What is capitalism?’, ‘What is the purpose of life?’ and ‘What is the relationship between philosophy and science?’ are some instances. I could organize my thoughts a lot through such exercises of answering philosophical questions.
 Mr.Soh also helped me deepen my thoughts by introducing me to a complete new way of viewing and framing the world. His words and questions were inspiring and stimulating. I can say with a certainty that the whole process of trying to answer questions that he threw at me and writing my own idea into words is what has made who I am today. He has changed my entire way of thinking and viewing the world. After studying with him I could get fairly good scores on English tests and essay contests without much effort, however, he has never even mentioned once about those. Good outcomes naturally followed as my perspective broadened and my thoughts deepened. Still, Mr.Soh views the world from much more various angles and knows far broader world than me.

 

글. 김근령

이화여대 국문과 4학년 김근령씨

주. 김근령씨는 전주에서 중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12년도에 이화여대에 입학하여 현재 국문과/영문과를 복수 전공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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