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겸 휴테코 연구소장(1)… 환기시스템 혁신 이끈 목수의 아들

주택에 뿌리 내린 50년… 드림하우스를 꿈꾸다 하우징헤럴드l승인2016.03.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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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2천만원으로 첫사업 시작한 ‘발코니산업’
PVC새시 개발 아파트시장 휩쓸어 한때 ‘돈방석’


집에 뿌리를 내리다

집을 제대로 볼 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얼마나 튼튼하게, 얼마나 건강하게,
얼마나 쾌적하게 지어졌는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이 말이다.
새시 전문가로 거듭나는 동안
김학겸 소장은 언제나
집을 기본에 두었다.

목수 아버지, 그리고 집
아버지는 목수였다.
못 하나 쓰지 않고 커다란 통나무를 끼고 맞추어 근사한 고급 주택을 지어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절로 감탄이 나오게 했다. 그 시대의 아버지들이 다 그러했듯이 무심한 듯 무뚝뚝했던 그는 당신이 일하는 현장에 심심치 않게 김학겸 소장을 불러들이곤 했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아버지의 당당한 모습을, 그 거칠면서도 섬세한 어른들의 세계를 기꺼이 어린 아들과 공유했던 것이다. 어쩌면 이는 아들을 가까이 두고픈 투박한 사랑 표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한남동의 고급주택, 서울 교외의 별장까지 고급 주문주택을 짓는 목공 기술자셨어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방학 때면 아버지를 따라 아르바이트도 할 겸 저도 현장에 나서곤 했지요. 덕분에 터를 다지는 것부터 마감까지 집이 지어지는 과정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새시, 우연처럼 운명처럼

호기심으로 아버지를 도왔던 10대 시절은 지금의 김학겸 소장을 만든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의 한 조각이다. 김학겸 소장이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 전문가로 우뚝 서게 된 그간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그 가장 첫 단에 당시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새시와의 길고 긴 인연도 집 짓는 현장을 가까이서 누볐던 경험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위기를 기회로, 발코니산업(주)

단돈 2천만 원이었다. 1997년 3월, 김학겸 소장이 발코니산업(주)으로 자신의 첫 사업을 시작한 종자돈 말이다. 돌이켜보면 아슬아슬한 출발이었다.

김포에 100평 남짓한 부지를 얻어 대여섯 명이 뜻을 모아 차린 발코니산업(주). 하지만 몇 달 지나지 않아 IMF가 닥치면서 새시 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가 모두 꽁꽁 얼어붙었다. 더욱이 그 즈음 새시 시장은 그동안 주도권을 쥐고 있던 알루미늄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는 과도기이기도 했다.

김학겸 소장은 그 위기의 시기를 기꺼이 기회로 만들어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일단 알루미늄 소재의 뒤를 이을 PVC 소재 새시 개발에 앞장서며 한 발 앞서 변화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새시 하나가 실내외를 가르는 유일한 구조물이다 보니 입주민들이 더욱 깐깐하게 믿을 수 있고 품질 좋은 새시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게 되었습니다.

이에 새롭게 등장한 PVC 새시는 단열과 기밀성 면에서 단연 알루미늄 새시를 압도하며 입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지요.”

PVC 새시, 날개를 달다

돈을 부대자루로 쓸어 담았다. 김학겸 소장은 PVC 새시로 아파트 시장을 휩쓸던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이는 과장된 무용담이 아니라 사실 그대로였다. 

“당시만 해도 발코니에 새시를 설치하는 것이 법으로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사전점검을 마칠 때까지 발코니에는 창을 설치할 수 없었지요. 영업현장은 자연스럽게 사전점검을 마친 아파트 현장이었습니다. 시공사가 일괄적으로 설치할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입주자를 상대로 1:1 영업을 펼치기 시작했지요. 그야말로 계약이 물밀듯이 들어왔습니다.”

하루에 8억 원까지 수주를 했으니 그야말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아찔한 시절이었다. 그 뿐이랴. 아침에 눈을 뜨면 공장 앞에 열댓 명이 기다리고 있곤 했다. 발코니산업(주)의 PVC 새시를 영업하겠다고 찾아온 이들이었다.

이에 김학겸 소장은 본격적으로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꽉 들어찬 설명회장에는 PVC 새시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뜨거웠다. IMF 이후 침체를 맞고 있던 전국 대리점 사업자들에게 PVC 새시라는 새로운 먹거리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뼈아픈 교훈, 부도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김학겸 소장은 이를 제법 큰 대가를 치르고 배울 수 있었다. PVC 새시 열풍이 시작된 지 4년 정도 지났을까.

전국을 돌며 강의 하던 김학겸 소장은 한계를 느꼈다. 가장 기본인 기술개발에 집중하지 못하고 영업 현장만 뛰어다니는 반복적 패턴에 적색 경보음이 감지된 것이다.

“시장이 너무 급격하게 확산되고 회사 역시 급하게 크다보니 미처 준비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단계적으로 성장했으면 좋았을 텐데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다 감당하지 못하니 자꾸 외주를 주게 되고, 그러다보니 품질은 조금씩 떨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량이 쏟아지니 더더욱 규모를 키워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회사의 성장만큼 부채도 늘어나면서 2007년 승승장구하던 회사는 결국 부도를 맞고 만다.

미래 주거환경, 한발 앞서 읽다

새로움이 간절했다.
반복되는 전국구 영업에 회의를 느끼면서부터 그는 이미 지금의 새시를 넘어설 차세대 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단순히 소재나 디자인만 바꾸는 것은 그를 자극하지 못했다.
“81년도 처음 새시 업계에 입문하면서부터 저 역시 줄곧 단열과 기밀만을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경력을 쌓다보니 새시 기술에 있어서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조언을 구할 수 있을 만한 교수님들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산업의학 전문가인 한양대학교 김윤신 교수, 대기환경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윤순창 교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윤규 박사까지 폭넓게 교류하며 들은 이야기들은 가히 혁신적이었습니다.”

새로운 도전, 환기 시스템

어찌 보면 애증이다. 환기라는 단서 하나만을 가지고 뛰어든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도전은 파고들수록 더욱 어려운 숙제만 남겨주었다. 이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대충대충은 용납하지 않는 그의 치밀한 성격 탓이기도 하다.

실내공기 연구는 자연스럽게 환기장치의 개발로 이어졌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실내공기를 바꾸는 데 있어 기본적으로 떠오르는 자연환기와 기계환기. 이 모두 한계가 분명하다는 건설기술연구원 이윤구 박사의 의견이 더해진 것이다.

이 둘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집요하게 더 치열하게

김학겸 소장은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기본부터 다시 살펴야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학문적으로 이해의 폭을 더 넓히고 싶었다.

그렇게 일반 대기환경 전문가인 윤순창 교수를 통해 실내공기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김성근 교수를 소개받게 된다. 2004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 최고정책과정에 입학한 것이다.

“교수님과 실내공기 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분석에 대한 논문을 쓰고 한국실내환경학회 제1회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를 하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막연하게만 쥐고 있던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명확히 세우게 되었지요. 사실 쾌적한 실내 공기의 기준이 막연하고, 개선 기준도 모호하잖아요.

이를 이산화탄소량까지 직접 체크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며 쾌적한 실내공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세우게 된 것이지요.”

기술에 앞서 제도를 바꾸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주거 환경의 변화 속도에 반해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는 늘 있어왔다.

김학겸 소장은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앞장서왔다. 과거 발코니에 새시를 시공하는 것조차 불법으로 여겨지던 시절, 제도권 밖에 있던 새시 업체는 필요해서 찾기는 하지만 제대로 인정받지는 못하는 불편한 시선을 감내해야 했다.

이를 시정하고자 발코니 새시의 합법화에 앞장선 이도 김학겸 소장이었다. 발코니 확장 붐이 일면서 새시 시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버린 상황. 이대로 가다가는 전 국민이 범법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에 김학겸 소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법 개정을 이끈 것이다.

환기 시스템에 대한 제도적 이슈를 만든 장본인 역시 김학겸 소장이다.
2010년 10월 국토교통부는 실내 공기 질 개선을 위해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신축 공동주택에 적용되고 있는 자연환기와 기계환기의 단점을 보완한 하이브리드 환기시스템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자연환기와 기계환기의 부족한 기술을 서로 보완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하이브리드 환기 시스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3년 마지막 날, 김학겸 소장은 의미 있는 상을 수상했다. 공동주택 결로방지를 위한 설계기준 법안을 제정하는데 있어 기여한 공로로 국토교통부장관상을 수상한 것이다.

불편하고 고쳐야할 것이 보이면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선 방법을 찾아나서는 이. 김학겸 소장처럼 진취적으로 앞서 나가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씩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는 것이 아닐까.

김학겸 소장 프로필

연구 활동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원 과학정책 최고연구과정 수료
연세대학교 경제학대학원 최고전문가과정 수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윤구 박사팀 & 성균관대학교
송두삼 교수팀과 공동개발 수행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원 김성근 교수팀과
공동연구과제 수행
인천대학교 RIC 센터와 하이브리드 성능평가과제 공동수행
이엔에이치 아시아실내환경연구소와 공동연구과제 수행
국내외 발명특허 36개 보유

수상 경력
국토교통부 장관 표창
인천대학교총장 표창
한국환경사업기술원장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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