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두성규 연구실장>공공관리제도와 소통의 함수관계
<시론 두성규 연구실장>공공관리제도와 소통의 함수관계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11.29 01: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11-29 09:56 입력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스마트 시대에는 사람이 사용하기에 편리한 기능을 극대화한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그 밖에 IT기술의 진화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인간 세상의 화두(話頭)라고 할 수 있는 소통수단이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양상도 놀랍기만 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비롯하여 위키(Wiki), UCC(User Created Contents) 등 이른바 소셜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은 이러한 변화의 단면을 잘 대변해준다. 또한 지금까지는 정보 및 의사의 소통이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편방향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주체 간에 쌍방향의 소통을 중시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점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편으론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그 만큼 소통이 되지 않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는 어디서나 상호간의 원활한 소통에 대한 갈망이 적지 않다. 그러나 만일 충분한 소통과정이 생략되거나 소홀히 다루어졌을 때 가끔 그로 인한 구성원간의 오해와 갈등 혹은 충돌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지불되는 경우도 있다. 수습이 된 이후 여러 가지 후유증을 각오해야 하는 등 파급효과마저 만만치 않다.
 
굳이 다른 거창한 사례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널려진 정비사업의 현장을 통하여 우리는 소통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미 공감하고 있을 것이다. 정비구역의 주민이나 조합원에서부터 세입자나 시공자 그밖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사업이 좌초되거나 지연되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부담의 가중과 정신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현장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불통(不通)의 그늘이 넓게 펼쳐져 있는 원인은 현장마다 다양하겠지만, 대부분 참여하고 있는 이해관계자간에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는 데서 출발한다는 공통점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해관계의 조율이 필요하고, 조율을 위해서 무엇보다 주민이나 조합원간의 소통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비롯된 불통문제는 용산참사에서 보듯 인간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된다.
 
이런 측면에서 정비사업의 각종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공공관리제도’가 마련되어 올해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것은 고무적이다. 공공관리제도는 공공의 개입과 지원을 통하여 사업기간 단축, 정비사업의 부패요인 제거, 주민부담 경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제도 도입을 추진한 관계당국의 친절한 설명이다.
 
그런데 시행에 들어간 지 채 얼마 지나지도 않은 지금, 공공관리자인 관계당국과 주민간의 파열음이 적지 않게 들려오고 있다. 그곳은 공교롭게도 공공관리 시범지구 중의 한 곳이며, 새로운 정비업체 선정행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검찰 고발사태까지 비화된 극단적 파행을 겪고 있다.
 
이를 계기로 우리는 공공관리제도와 소통의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우선 정비사업의 주체가 주민 혹은 조합원이라는 당연한 원칙이 공공관리제에서는 무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서 공공관리제의 적용 여부에 대한 선택권이 주민이나 조합원에게 부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범지역에서 공공관리가 충분한 검증을 마치지 못한 가운데 서둘러 전체 정비사업에 획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도 치명적 약점이다.
 
이러한 점들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주민이나 조합원과의 충분한 소통을 간과하고 일방적 홍보와 전달만을 앞세운 데 따른 예견된 결함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커다란 화두로서 소통문제가 정비사업에서는 오히려 뒷걸음친 꼴이다.
 
법령이나 공권력을 앞세워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곳에서는 소통이라는 풀이 자라지 못한다. 한 쪽으로만 또는 일방적으로만 몰아가면 그곳엔 또 다른 불신과 의혹 등이 자라나고, 주민이나 조합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소통은 쌍방향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환경조성도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물론 익숙하지 않을 때, 소통은 어렵고 낯선 존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른 뜻을 가지고 마음의 문을 열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소통이란 존재는 항상 보인다. 아마도 그래서 ‘등장 밑이 어둡다’라고 하는가 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