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 연구위원--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한 이상과 현실
김태섭 연구위원--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대한 이상과 현실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10.13 0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10-13 16:40 입력
  
김태섭
주거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의 주민들을 만나보면 사업후 넓고 쾌적해진 주택에서의 행복한 생활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새집에 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경제적 현실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새집에 대한 희망으로 들 떠 있다.
 

때문에 개발 초기 단계에서 주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 즉 개발이 되면 내가 어느 정도 부담하고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는지, 가능한지, 불가능 한지,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주택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등 기본적으로 알고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보장해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분노한 주민들을 볼 수 있다. 조합과 주민간의 갈등,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 등 모든 갈등의 이면에는 기대 이상의 추가부담금으로 새집에 대한 꿈이 환상으로 변해 버리는 현실에 대한 감정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미리 알아야 할 내용을 알지 못하고 사업에 동의하고 진행하다가 되돌릴 수 없는 어느 한 순간에 이르러 알아야 할 정보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예정지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가구는 일반지역보다 거주환경이 열악하다. 주택규모가 좁고, 주택상태가 좋지 않으며, 주변환경도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의 주민들은 아파트에 살고 싶어 하며, 아파트는 아직까지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주택유형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대한 주민들의 로망은 실제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깨지기 쉽다.
 
최근 개발예정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이 선호하는 바람과 실제가 매우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주민들은 대개 개발시 선호하는 주택규모를 사용면적 기준으로 85㎡이상을 원한다. 또한 가옥주의 95% 이상이 개발하게 되면 다시 입주하여 살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살고 있는 주택의 규모가 60㎡ 내외인 것을 볼 때 조금 더 넓은 집에서 살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생활터전이 되었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다시 입주하여 살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현재 60㎡ 정도의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가 추가부담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능력(지불 가능액)을 충분히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85㎡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다.
 
주민들은 개발 초기에 꿈꾸었던 새집에 대한 로망이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이르면서 서서히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95%에 이르던 재입주 희망도 실제로 입주 가능성은 30%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300만원 내외인 가구가 1억~2억원의 추가부담금을 감당하기는 매우 힘들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깨닫게 된다. 첫째, 개발 전 또는 개발 초기단계에 주민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미리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정확한 정보는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알고 판단할 수 있는 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 정보에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예정되는 추가부담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물론 무조건 개발을 부추기는 기관의 정보제공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를 바탕으로 주민은 선택하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상과 현실이 매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와 주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사항으로 주민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는 가장 적정한 주택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꼭 아파트이어야만 하는지, 아파트이어야 한다면 주민의 부담능력과 선호도를 고려한 적정 규모와 가격은 무엇인지, 주민들이 개발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차선책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