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석 선임연구위원-- 주택수급 여건의 변화와 대처 방안
배순석 선임연구위원-- 주택수급 여건의 변화와 대처 방안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10.07.30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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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0 15:55 입력
  
배순석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즈음 주택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엉뚱한데서 불어 닥친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상황의 악화,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급격히 늘어난 부동산 세금과 주택시장규제, 거기에 DTI 등 소비자 금융규제까지 도입되자 2000년대 중반이후 그렇게도 과열되었던 주택시장이 모두가 우려할 정도로 침체되어 있다.
 

현 정부가 서민들을 위해 그린벨트 지역 등에 저가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도 현 상황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주택경기는 일반 경제상황과도 맞물려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니, 일정기간 후에는 다시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다. 그러나 2000년대 전반기나 그 이전의 호황기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러 제도적 여건이 과거와 다를 뿐 아니라 주택수요 측면에서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인구증가율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전체 가구중 고령자가구와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의 질적 문제는 남아 있지만 양적부족 문제는 해소된 상태이다.
 
이러한 변화로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수준의 주택건설 수요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수백, 수천세대의 고층아파트 단지를 개발하여 일시에 분양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소득증가는 주택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지만, 소득증가분이 반드시 주택호수 수요증가로 이어진다고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재개발사업, 재건축사업도 과거에 비해 개발경제성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그렇다면 주택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수요가 양적으로 감소하여 업체간의 경쟁은 심화될 것이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회사문을 닫아야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대응책은 좋은 설계와 품질시공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수요계층들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즉, 젊은 신세대가 원하는 주택이 무엇인지, 그리고 날로 증가하는 1인가구와 고령가구가 원하는 주택의 위치, 규모, 구조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무자녀부부와 한자녀부부가 원하는 주택의 위치, 구조, 그리고 주택규모도 파악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가 원하는 평면구조와 디자인도 소홀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형태의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이므로, 남이 하는대로 쫓아가기만 해도 당분간 버틸 수 있겠지만, 날로 치열해질 경쟁에서 결국 살아남기 어렵게 될 것이다.
 
업계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주택수요에 창의적으로 대응할 주택을 개발해야 한다. 창의적인 개발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자산업이 이동전화기를 끊임없이 진화시키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듯이 주택산업도 그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인구수가 눈에 띄게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지방도시에서는 주택업체의 전략은 더욱 큰 변화가 필요하다.
 
주택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이 유리하여, 몇몇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물론 브랜드나 자본력 측면에서는 대기업이 유리하겠지만, 중소기업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역에 밀착한 마케팅을 통해 대기업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본다.
 
주택수급 여건의 변화에 대응해서 정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여태까지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주택건설 확대와 주택 투기억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주거수준을 향상시키고 개성있는 주거공간 속에서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제는 호화주택의 개념도 버려야 할 때가 아닐까? 천편일률적인 고층아파트 건설을 전제로한 규제와 정책은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여건에 주택산업이 대응하고 창의적인 주택개발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주택공급에 있어서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도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공공부문은 주택시장에서 공급이 여의치 않은 저소득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소형주택 공급을 제외하고는 민간업계에 완전히 맡겨야 한다.
 
또한 주택정책도 가능하면 지방에 위임하여 지방의 사정에 적합한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수도권의 주거문제와 지방 중소도시의 주택문제의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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