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재개발 행정 왜이러나
서울시 재건축·재개발 행정 왜이러나
  • 최영록 기자
  • 승인 2010.06.15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0-06-15 13:16 입력
  
주거지종합관리계획? ‘글쎄…’ 실효성 의문
법제개편 통해 정비예정구역 범위 지정 불가 선언
시 “미진한 사업추진 이유는 주민들 탓” 책임전가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이 문패만 바꾸는 것에 불과해 제도도입의 실효성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시는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법제개편을 통해 현행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이와 동시에 정비예정구역 지정 제도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재건축·재개발사업을 정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의 정비기본계획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어 단지 명칭만 변경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김성태 의원이 주거지종합관리계획 도입을 골자로 한 〈도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지난 2월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명칭을 변경하는 정도에 불과해 법 개정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반영되지 않았다.
 

▲정비예정구역 지정 폐지 추진=서울시는 국토해양부와 함께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제도도입을 위한 법제개편을 올해 12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서울시 2020 기본계획’ 내용에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포함시켜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가 발표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은 △도로 등 기반시설과 연계된 면적(面的) 개발 △주거지 정비·보존·관리 방향으로 진행 △서민주거 멸실·공급 속도의 균형 유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먼저 정비예정구역 지정에 따른 폐해 때문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현행 정비기본계획에서는 사업을 추진하기 5~6년 전부터 정비예정구역을 지정하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 조장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정비사업을 원하는 주민과 원하지 않는 주민 사이에서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저소득층의 주거불안도 주거지종합관리계획 도입의 이유로 들고 있다. 서울시는 정비사업을 통한 주민 재정착률이 20% 이내이며 주민의 80% 이상이 타 지역으로 이주한다고 밝혔다. 이어 필지 단위의 점적(點的) 개발에서 발생하는 도로의 단절, 기반시설의 연계성 부족 등도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 진행되는 정비사업은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총 520곳으로 설정된 정비예정구역 중 약 28%인 146곳만이 현재 정비구역 지정을 받아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통해 정비사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기존의 획일적인 점적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주거유형 다양화를 통한 면적 개발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법제화 전까지 예정구역 지정 존속=현재의 정비예정구역 제도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이 법제화되기 전까지 존속한다.
 

서울시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이 포함된 2020 기본계획의 확정 이전이라도 정비예정구역 지정이 필요한 곳은 우선 2010 기본계획을 변경해 지정키로 했다”며 “2009년 말을 기준으로 구역지정이 충족되는 약 60여곳에 대한 지정 절차를 올 상반기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제도 개편 전까지 반기별로 구역지정 요건이 충족되는 지역에 대해 자치구청장의 신청을 받아 지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

 
국토부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실체 모호”
 

■ 문제점 뭔가
서울시는 일선 재건축·재개발 예정구역들의 정비구역 지정비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예정구역을 설정해주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예정구역을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사업을 원하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고, 결국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할 당시 목표연도를 정하고 있으면서도 법적 기준에 많이 미치지 못하는 곳들도 무작위로 계획에 포함시켜 낮은 정비구역 지정율을 보이는 것이라고 반대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서울시가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마치 정비예정구역 설정으로 인해 주민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저조한 정비구역 지정율에 대해 서울시가 자의대로 해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앞으로 재건축·재개발사업의 예정구역을 지정하지 않는 등의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은 그동안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그동안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어 온 서울시가 계획만 세우다가 본연의 임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러울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재건축·재개발 관련 정책입안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부 역시 이번 서울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고수하고 있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 제도에 대해 실체가 모호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서울시가 발표한 주거지종합관리계획 도입을 위해 명분으로 제시한 내용들의 실체가 모호한 것 아니냐”며 “따라서 부서 내에서는 실체가 불분명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도시재생기본법에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법률개정 실익없어” 국토해양위도 지적
 

■ 개정안 검토 보고
서울시가 이미 법제화 추진이 무산된 바 있는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고집하고 있어 업계의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성태 의원이 대표발의했을 당시 〈도정법〉 개정안에는 현행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대신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정비기본계획에 포함돼야할 사항인 정비예정구역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국토해양위원회(수석전문위원 임병규)는 〈도정법〉 개정안에 대해 “정비기본계획을 대체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도입해 권역별 주거지 중심의 종합적인 관리계획 수립을 통해 정비사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면서도 “하지만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이 담고 있는 사항이 현재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포함하는 사항과 대부분 유사해 구별이 모호하고, 상업지역·공업지역이 포함되는 도시환경정비사업과 같이 주거지 이외의 상업지역 등에 대한 정비계획을 포괄해 수립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으므로 명칭을 변경할 개정실익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다시 말해 서울시의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은 현행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명칭만 변경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국토해양위는 또 “개정안의 정비예정구역 지정제도의 폐지 역시 주거지종합관리계획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현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비예정구역 지정을 폐지하는 시기가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정비예정구역 지정의 효과인 기대심리로 인한 집값 등의 상승 문제 해소는 물론, 비경제적인 건축행위 및 투기 수요의 유입장치를 위해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분할 등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는 점도 참고해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행위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도정법〉 제5조제7항에 따르면 “국토해양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는 비경제적인 건축행위 및 투기 수요의 유입 방지를 위해 제3조제3항에 따라 기본계획을 공람 중인 정비예정구역 또는 정비계획을 수립 중인 지역에 대하여 3년 이내의 기간(1회에 한하여 1년의 범위 안에서 연장할 수 있다)을 정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다음 각 호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각 목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분할 등이다.
 
이에 따라 결국 〈도정법〉 개정을 통한 서울시의 주거지종합관리계획 도입은 지난 2월 열린 국회에서 반영되지 못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이미 국회 논의과정에서 폐기됐던 내용인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이번 발표를 통해 또 다시 등장시킨 것은 서울시의 전형적인 밀어붙이기식 행정인 것”이라며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식의 공공만능주의 발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