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태섭 선임연구위원>지방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
<시론 김태섭 선임연구위원>지방 주택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12.0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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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9 17:08 입력
  
김태섭
주거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의 우리 사회의 양상은 어떤 면에서 보면 갈등의 온상처럼 느껴진다. 정치 갈등, 노사갈등, 빈부격차에 의한 갈등, 영호남 갈등,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 갈등, 강남과 강북의 갈등, 재개발·재건축사업 주민간 갈등, 메이저급 주택업체와 중소 주택업체의 갈등 등 참으로 어지러운 세상이다.
 

갈등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상생을 향한 고통의 과정이라면 나름대로 소망이 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그 뿌리가 너무 깊다. 이러한 갈등은 상대적인 격차와 소외 의식으로부터 나온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공통된 생각은 수도권시장과 지방시장의 사뭇 다른 온도 차이이다. 지방이 0도라면 서울과 수도권은 80~120도의 온도 차이를 느끼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수도권만 있다는 생각이다. 온 국민의 눈동자와 마음이 수도권 부동산시장의 추이에 쏠려 있는 듯한 생각이 든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문제는 생각보다 크고 깊다.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미분양 주택의 83% 이상이 지방에 있다. 경기도만 넘어가면 미분양 주택이 쌓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에 주택을 짓는 업체는 바보 짓이다. 누가 지방에 주택을 짓겠는가? 너나 할 것 없이 서울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하려 한다.   
 
재개발·재건축시장을 살펴보자.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시장은 뜨겁다.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건설업체들이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였던 지방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일부 지방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조합원의 70~80%가 현금청산이나 조합해체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새 아파트에 들어가 살려고 하다가는 빚더미에 앉게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 분양가는 높고 주택가격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예로 지방 모 도시의 현재 49㎡형(15평형)에 살고 있는 조합원이 재건축 후 105㎡형(32평형)을 배정받으려면 분양가가 2억1천700만원이다.
 
종전 주택의 평가분(현금청산액) 7천500만원을 제외하면 1억4천만원 가량의 돈을 더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주변 기존아파트 105㎡형의 시세는 1억3천만원대에 불과하다. 합리적인 조합원이라면 차라리 5천500만원을 대출하여 기존 아파트 105㎡형을 사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재건축을 하겠다고 하겠는가? 이러한 현상은 지방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반화된 모습이다. 대구만이 아니다, 광주만이 아니다. 전주만이 아니다. 지방의 모든 곳에서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또한 현금청산은 지방 주택시장 악순환의 시발점이 된다. 조합원이 빠져나간 만큼 일반 분양분이 늘어나 또 다른 미분양의 원인 제공을 하는 셈이다. 사업지연은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헤어날 수 없는 악순환이 된다. 차라리 조합을 해체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서울은 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자산증식을 기대할 수 있으나 지방은 다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크다. 주민부담이 너무 크다. 지방은 보통 1억~2억원, 서울과 수도권은 보통 2억원에서 3억~4억원의 추가부담이 필요하다.
 
서민은 종전자산가치보다 높은 추가부담금은 감당할 수 없다. 월 10만원의 월세나 관리비도 부담스러운 서민들이 몇 억원을 대출받아 어떻게 이자를 감당하겠는가? 재정착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재정착 방안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정부는 주민부담을 감소시키는 정책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도입한 규제가 분양가를 높일 수 있다. 공사비가 너무 높지 않은지 검증되어야 한다.
 
각종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주택시장이 침체되어 있는 지방에 대한 정책당국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방을 위한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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