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관리 성수지구 정비업체 선정 ‘의혹’
공공관리 성수지구 정비업체 선정 ‘의혹’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9.02 0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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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부터 뒷거래 잡음… 또 다른 비리 온상 우려
 
2009-09-02 13:15 입력
  
 
사업제안서 최대 60점 배점… 점수 조작 쉬워
실무 모르는 교수·건축사들이 맡는 것도 문제
 
 
공공관리 첫 시범지역인 성수지구가 업체선정을 둘러싼 잡음으로 시끌시끌하다. 공공관리 첫 단추인 정비업체 선정부터 특혜시비가 불거지면서 공공관리제도는 이미 상처를 입었다. 게다가 저가의 용역비에도 ‘실적 쌓기’에 급급한 나머지 업체들의 맛보기 입찰이 난무하면서 진흙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공공관리=절대선’이라는 환상 속에 지난 17일부터 31일까지 5대 권역별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끝까지 밀어 붙이겠다는 강경한 자세다.
 
공공관리때 업체 선정권한을 독점한 공공이 또 다른 비리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 20일 성북구는 공공관리 시범지역인 성수지구의 정비업체 입찰심사결과를 발표했다. 각 지구별로 평가점수가 가장 높은 순서대로 5위까지 공개했는데 △1지구 한국씨엠개발(88.2), 신한P&C·큐리하우징(86.96), 동우C&D 외1(84.4), 키라에셋(82.6), 부동산써브S&C(81.37) △2지구 한국씨엠개발(86.16), 신한P&C·큐리하우징(85.28), 동우C&D 외1(84.06), 피닉스CMC(82.5), 부동산써브S&C(82.27) △3지구 남제C&D(87.4), 한국씨엠개발(87), 피닉스CMC(84.22), 동우C&D 외1(81.8), 부동산써브S&C(80.91) △4지구 동해종합기술공사(85.56), 남제C&D(85.21), 동우C&D 외1(83.7), 아이티엠코퍼레이션건축사사무소(83.68), 피닉스CMC(83.54) 순이었다.
 
▲자의적 평가기준=성수지구의 정비업체 선정기준은 △업체 현황 20점 △사업수행계획서 60점 △입찰가격 20점을 합산해 80점 이상인 자를 협상적격자로 선정하며, 협상순서는 고득점순으로 협상해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문제는 배점이 높은 ‘사업수행계획서’는 주관적인 평가가 가능해 점수조작이 쉽다는 점이다. 또 객관적으로 평가가 가능한 인력이나 실적 등의 심사에서는 오히려 점수차를 거의 두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일례로 20점 만점인 정비업체 현황 평가기준은 다시 △기술인력 보유상태 20점 △유사용역 수행실적 30점 △경영상태 30점 △신인도 및 업체소속 인원수 20점으로 세분돼 있다.
 
여기서 유사용역 수행실적의 경우 절대평가로 공고일 기준 최근 5년간 조합설립이 인가된 토지등소유자의 총수가 700명 이상이면 만점인 30점을 받는다. 토지등소유자가 700명 이상인 곳을 경험해 봤으면 토지등소유자가 1천명이든 2천명이든 똑같다는 의미다. 또 실적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20점은 받는다. 이는 수행실적을 아예 평가기준에서 빼겠다는 얘기와 다름없는 것이다. 성수1지구의 경우 성동구청이 잠정적으로 추정하고 있는 토지등소유자는 3천692명이다. 토지등소유자가 가장 적은 4지구가 727명이다.
 
나아가 계약을 체결한 정비업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추진위 승인을 위한 동의서 징구업무다. 여기에 △기초조사를 통한 토지등소유자 명부작성 △공공관리자의 위원장 등 추진임원 선출업무 지원 △주민설명회, 주민홍보 등 업무지원 △조합설립추진위원회승인 신청서류 작성 등이 있다.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추진위 동의서 징구시점도 3개월로 못박았다. 자연스럽게 사업수행계획서 평가시 동의서 징구업무를 어느 업체가 잘하느냐로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실무평가는 실무와 거리가 먼 ‘교수’나 ‘건축사’ 등이 맡았다. 결국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이번 입찰에 참여했던 한 정비업체 대표는 “기술인력 보유 현황이나 직원 수, 입찰가격 등은 배점표에 따라 점수가 결정되지만 사업수행계획서는 100% 주관적인 평가인만큼 점수조작이 가능하다”며 “선정된 업체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동의서 징구인데 이런 작업을 한번도 해보지 않은 교수나 연구원들이 1개 업체당 5분으로 제한된 발표만 듣고 어떻게 종합평가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N사는 1, 2지구 심사에서는 순위안에 들지 못했지만 3, 4지구에서는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또 공공관리자 제도시행을 위한 실무방안 논의 등에 동참한 사람이 대표로 있는 H사가 1, 2지구 최고 평가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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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개 정비업체 과열 경쟁… 저가 용역비 뒷거래 부추겨
 
■ 전문가 반응

이번 성수지구 정비업체 입찰에는 총 55개 업체(중복 제외시 19개 업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가 용역비에도 불구하고 과열양상까지 벌여진 셈이다.
 
실제 성수지구의 경우 용역비가 가장 높은 1지구가 1억8천만원에 약간 못 미치고, 2지구는 1억6천100만여원, 3지구 1억5천380만여원, 4지구 1억4천240만여원 등이다. 여기에 선정이 되려면 입찰금액의 60~70% 수준으로 낮춰 제안해야 한다. 그런데도 이처럼 과열양상이 벌어진 이유는 선점효과 때문이다. 용역비는 작지만 추진위 승인 동의서를 징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이 가능한 이점을 누리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관리자 제도가 확대될 경우 이는 고스란히 실적이 된다. 이런 여러가지 계산들이 깔린 것이다.
 
하지만 저가 용역비는 또 다른 비리나 부실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민간방식의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정비업체와 관련된 대부분의 비리는 출혈경쟁에 따른 덤핑수주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저질러진다. 그래서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업계에서는 평당 최소 3만원이 적정용역비로 통하고 있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정비업체가 적절한 용역비를 받지 못하면 모자란 용역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뒷거래나 비리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공공관리의 저가용역비가 결국 뒷거래를 부추길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비업체의 선정근거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승인받은 추진위원회가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성수지구 정비업체 선정은 성수지구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물론 〈도정법〉에 따른 정비업체를 선정하는 게 아니라 동의서 징구 업체 정도로 생각하고 정비업체를 선정했다면 반박할 논리도 마땅치 않은게 사실이다. 문제는 명분이 있다고 절차는 무시해버리는 서울시의 만능주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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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1억 인하 ‘진실공방’
 
 
시 “공공관리시 총사업비 20% 절감” 주장
업계·조합 “통계 조작한 여론 호도용” 일축
 

‘분담금 1억원을 낮추겠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두고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는 공공관리 제도 도입시 총사업비의 20%가 절감돼 조합원별 분담금을 1억원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서울시가 특정 사례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며 ‘여론몰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는 ‘분담금 1억원 인하’의 후폭풍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1억원이라는 수치까지 공개적으로 밝히자 공공관리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이미 진행된 사업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가락시영의 경우 ‘조합 흔들기’용으로 이미 변질되고 있다. 공공관리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서울시의 주장은 ‘통계조작’이라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례사업장의 공사비는 현재 민간건설업체의 입찰공사비보다 20%정도 과다책정돼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총사업비 20%를 줄여 분담금 1억원을 낮춰야 현재 민간수준과 똑같아진다는 얘기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사례사업장의 공사비를 추정 산출한 결과 평당 423만9천원으로 최근 민간건설업체의 입찰공사비인 평당 335만8천원에 비해 20.8% 높은 수준”이라며 “이를 보편적인 것으로 호도하는 것은 시장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17일 성북구민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주최 ‘공공관리자제도 설명회’에서는 조합원 분담금 1억원 절감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비용이 최대 1억원 가량 줄어든다는 소식에 설명회에 참여한 주민들은 실현 가능성에 대한 뚜렷한 근거를 요구했다.
 
성북구 삼선동의 한 주민은 “조합원 분담금 1억원을 서울시가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 현재 재건축·재개발이 진행중인 사업장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북구 장위동의 한 주민도 “조합이 설립됐지만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하지만 정말 공공관리자제도로 조합원 분담금이 얼마만큼 줄어들지 미지수라 조합원 사이에서 갈등이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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