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부재자투표, 총회 참석시 자동 철회되도록 제도 개선 필요
재건축 부재자투표, 총회 참석시 자동 철회되도록 제도 개선 필요
  • 문상연 기자
  • 승인 2017.10.23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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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직접 참석한 조합원 부재자투표 철회돼야
당일 참석 못한 조합원 투표권 보장 취지 무색

▲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최근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대규모 단지 수주전에서 조합원의 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한 부재자 투표가 건설사들의 매표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확실한 득표수를 확보하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금품제공을 약속하면서 부재자 투표를 유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합원이 총회에 직접 참석한 경우 사전에 행한 부재자 투표는 자동 취소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80% 넘는 부재자 투표...부재자 투표에서 이기는 건설사가 승리

지난달 진행된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부재자 투표율은 82.8%에 달했다. 전체 조합원 2천294명 중 1천893명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다.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이 1천783명이었지만 이 중 300명만 현장에서 직접 투표했다.

또한 지난달 16일 부산 시민공원촉진3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총회에서도 투표에 참석한 조합원 총 1천605명 중 1천517명이 부재자 투표였다.

지난 11일에 진행된 잠실 미성·크로바 아파트 재건축 시공자 선정에서 GS건설과 롯데건설을 두고 조합원 1천429명 중 1천27명이 부재자 투표에 참여했고 조합원 310명만 직접 투표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현장 직접 투표에서는 GS건설(201표)이 롯데건설(108표)을 앞섰지만 부재자 투표 결과를 합산하자 GS건설 606표, 롯데건설 736표로 결과가 뒤집혔다.

이렇듯 총회 현장에서 진행되는 직접투표가 아닌 부재자 투표를 통해 승부가 결정되자 업계에서는 현행 부재자 투표 제도가 건설사들의 또 다른 매표행위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 부재자 투표를 독려하면서 매표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은 부재자 투표에서 앞선 건설사가 결국 최종 승리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부재자 투표를 통해 표를 찍어주는 대가로 추가 사례금을 주는 경우가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며 “내 편으로 확실하게 포섭된 조합원들을 부재자 투표 현장에 홍보요원과 함께 보내 표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일 참석이 불가능한 조합원 투표권 보장의 본래 취지 무색

‘부재자 투표’란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시공자 선정 총회 당일에 참석이 불가능한 조합원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과거에는 일반 안건들과 같이 우편을 통해 서면결의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지만 서면결의서 제출 과정에서 홍보요원들이 직접 조합원의 기표사실을 확인한 후 사례금을 주는 매표행위를 하면서 문제가 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 제14조에 "서면의결권 행사는 조합에서 지정한 기간·시간 및 장소에서 서면결의서를 배부받아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우편으로 제출하는 것이 아닌 부재자 투표가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재자 투표 역시 매표수단으로 전락하면서 총회 당일 참석이 가능한 조합원들에게 조차 부재자 투표를 유도하는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총회 당일에 참석이 불가능한 조합원들의 투표권 보장이라는 본래 제도 도입의 취지를 잃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총회 직접 참석 조합원은 부재자 투표 자동 철회시켜야

전문가들은 부재자 투표가 본래 취지를 잃고 매표수단으로 전락한 이유로 현재의 부재자 투표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시공자 선정에서 부재자 투표를 철회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장 확실한 득표수단인 동시에 오히려 조합원의 투표권 보장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부재자 투표시 무기명 서면결의서를 투표함에 넣기 때문에 서면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면 향후 철회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총회 당일에 본격적인 안건심의 등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총회를 통해 개개인의 의사가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의 경우 사전에 행한 부재자 투표가 자동 철회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 제14조 제1항에는 "총회는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 이상이 직접 참석하여 의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조합원의 의결권과 토의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부재자 투표 자체가 총회당일에 참석하지 못한 조합원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총회에 직접 참석한 조합원의 부재자 투표는 자동 철회돼야 한다”며 “부재자 투표를 철회할 수 있도록 서면의결시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봉투에 투표용지를 넣어 봉인하는 등 부재자 투표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 기준에서 조합원의 의결권과 토의권을 보장하기 위해 과반수 이상의 직접 참석을 규정하고 있는 만큼 직접 투표 비율을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향훈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변호사는 “시공자 선정 총회에 과반수 이상의 직접참석을 규정하는 것은 총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며 “전체 조합원 중 총회 현장투표로 3분의 1이상 의결 등 현장 투표의 중요성을 살릴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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