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 조합이 추인하면 ‘유효’
추진위가 선정한 시공자, 조합이 추인하면 ‘유효’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8.1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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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8 16:52 입력
  
재개발 시공자 지위논란 사실상 종지부
대법원 “추인 결의도 시공자 선정 방법”
 

2006년 8월 25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 시행되기 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선정한 시공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길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대법관 김영란)는 지난달 23일 부산 사직1구역의 조합원 최모씨 외 1명이 제기한 총회결의무효확인 상소심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및 상고이유를 모두 살펴봤으나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앞서 부산고등법원은 올해 5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에 대한 ‘추인’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한 시공자의 지위 인정 길이 열렸기 때문에 해당 조합에서의 혼란은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동일 사안에 대해 하급심의 판결이 엇갈렸을 뿐 아니라 서울시, 법제처의 유권해석도 추인을 시행하는 조합들의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정법〉의 부칙이나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기준〉에 따라 추인이 가능하다는 판결”이라며 “이로써 시공자의 지위에 대한 혼란이 없어질 것으로 보여 업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추인’형식이지만 별개의 시공자 선정=대법원은 지난 5월 있었던 부산고등법원의 판결 및 상고이유를 살펴본 결과 이유가 없어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부산고법의 판결을 살펴보면 조합의 시공자 추인은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과는 별개의 선정결의라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부산고법은 〈도정법〉 제15조 제4항에서는 ‘추진위원회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한다’고 규정하지만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결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도정법〉의 제반 규정을 살펴보면 시공자의 선정은 추진위원회 또는 추진위원회가 개최한 토지등소유자 총회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 조합원 총회의 고유권한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추진위원회가 행한 시공자 선정결의는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추진위원회가 행한 시공자 선정 결의는 업무범위에 속하지 않는 만큼 시공자 선정결의로서의 효력이 없어 조합이 권리의무까지 포괄승계한다고 볼 수 없다”며 “조합설립인가 이후 행한 추인결의는 추진위원회에서 행한 시공자 선정결의 등과는 별개의 시공자 선정결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즉, 조합은 이전 추진위원회의 권리의무를 포괄승계하지만 이는 적법하거나 유효인 행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과 같이 효력이 없거나 적법하지 않은 행위는 승계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한편 법원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이미 없어진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판결을 받는 것에 대한 부적법성을 지적했다. 부산고법은 “소멸한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시공자 선정결의의 효력을 다투어 승소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현존하는 법률관계 또는 권리관계에 대한 불안·위험을 제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며 “원고가 제기한 소송 중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그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각하했다.
 
▲개정법 시행 전 추진위 승인, 방식 제한 없어=부산고법은 시공자 선정과 관련, 〈도정법〉 개정 과정에서 2006년 8월 25일 전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에 대해 구분을 둬야 한다고 판단했다.
 
시공자 선정 시기에 대해 2003년 7월 1일 시행 당시 〈도정법〉은 재개발·재건축·도시환경정비사업 모두 조합이 사업시행인가 후 선정하도록 했다. 그 후 2005년 3월 18일부터는 재건축사업만 시공자 선정시기 및 방법에 대한 제한이 있었다. 〈도정법〉 제11조제1항은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건설업자 또는 등록사업자를 시공자로 선정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또 같은 조 제2항은 ‘주택재건축사업조합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시공자를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즉 재개발사업의 경우 시공자 선정시기나 선정방법에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다.
 
이후 2006년 8월 25일부터는 재개발·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해야 했으며 건설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을 따라야 했다. 하지만 부칙 제2항은 ‘제11조제2항의 개정규정 중 주택재개발사업 및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법 시행 후 최초 추진위원회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했다.
 
부산고법은 이에 대해 “2006년 8월 25일 전에는 재개발조합의 시공자 선정에 경쟁입찰이 불필요했다가 법 개정으로 경쟁입찰이 필요하게 됐다”며 “2005년 12월 21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사직1구역의 경우 부칙 규정에 따라 시공자 선정방식의 제한에 관한 제11조제2항의 규정을 받지 않게 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직1구역 조합의 경우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하는 방법에는 법률상으로 별다른 제한이 없어 정관에서 정한 방법으로 시공자를 선정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사직1구역 조합 정관 제12조제1항은 ‘…단,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이 고시된 2006년 8월 25일 이전에 주민총회에서 공개 경쟁입찰로 선정된 참여시공자에 대해서는 조합설립인가 후 조합총회에서 추인결의를 받음으로써 본 정관에 의해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부산고법은 “조합 총회의 결의는 사직1구역 추진위원회가 공개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 둔 시공자를 선정하는 결의인 만큼, 정관에 따른 것으로 적법해 별다른 하자가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추진위원회의 결의가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는 〈도정법〉에서 정한 시공자 선정결의로서의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의미이지, 조합설립에 앞서 추진위원회가 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한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것이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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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장 소모전 크게 줄듯” 일제히 환영
 

■ 업계 반응
시공자 추인이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또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분쟁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2007년 11월 추진위에서 행한 시공자 선정 결의는 무효라는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 조합의 추인 행위까지 무효로 보는 시각이 많아 각종 소송이 잇따랐는데 이에 대한 다툼이 잦아들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유사한 소송을 겪고 있는 G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맡고 있는 사업장 중에서도 고법에서 추인이 가능하다는 판결이 나와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이번 판결은 업계의 현실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성북구의 한 조합장 또한 “재개발사업 자체에 발목을 잡으려는 일부 조합원들이 외부 세력의 지원 아래 시공자와 관련된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며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함에 따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부칙 제2항의 내용을 간과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해 조합설립인가 후 이른바 추인 행위에 대해 논란이 있어 왔다”며 “부칙 제2항의 취지를 제대로 해석한 판결이라고 보여져 업계의 혼란이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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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기관도 헷갈린 지위논란에 마침표
 

■ 판결에 담긴 뜻
대법원이 추진위서 선정한 시공자를 조합이 추인하는 것은 유효하다고 확정 판결을 함에  따라 이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그동안 행정관청조차 갈피를 잡지 못했던 이 문제에 대해 사법부가 명쾌한 답을 내렸다는 것에 업계에서는 의의를 두고 있다.
 
시공자 선정 시기 및 방법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이나 심지어는 행정관청까지도 법의 취지와는 다른 해석을 내렸다.
 
2007년 11월 대법원이 추진위원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한 결의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온 후 같은 해 12월 법제처는 ‘시공자를 선정한 추진위원회는 승인 취소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해 파장이 일었다.
 
당시 법제처는 “추진위원회에서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와 의무는 조합이 포괄승계하는데 현실적으로 조합 전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자는 어떤 형태로든 사업 운영 및 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향후 조합에서 정식으로 시공자로 선정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법적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공익적 측면에서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은 허용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는 이번 판결의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는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 결의는 효력이 없어 △조합이 추진위원회의 시공자 선정 결의와 관련한 권리·의무까지 포괄승계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2006년 8월 25일 전 상황에서 추진위에서의 시공자 선정 결의는 효력을 갖지 못하지만 공개 경쟁입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는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는 점도 법제처의 해석과 배치된다.
 
한편 서울시는 작년 5월 ‘시공자 선정 관련 지도감독 철저 및 현황 제출 요청’이라는 공문을 재개발사업이 위치한 18개 구청에 보냈다.
 

이 공문에서 서울시는 “추진위원회가 선정한 시공자를 조합총회의 추인 결의로써 시공자로 선정할 수 있다고 정한 정관을 인가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한 뒤 “시공자 선정 규정을 위반한 행정행위로써 각 자치구에서는 향후 조합설립인가 신정 접수 시 정관에 대한 관계 법·령의 위법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 처리하기 바란다”고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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