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불합리한 행정지침에 제동
대구지법, 불합리한 행정지침에 제동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9.07.30 0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07-30 03:28 입력
  
법원 “국·공유지 ‘대지기준 매각’ 지자체 관행은 잘못”
대지로 평가는 부당… 조합 주장 손 들어줘
무상양도 행정기준 이달 말 전면 개편될 듯
 
 

 

용도폐지되는 국·공유지 도로의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 시 실제 이용상황인 도로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민사16부(재판장 심우용)는 대구 신평리주공재건축조합이 대구광역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 지난 1일 조합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매각되는 국·공유지의 평가는 사업시행인가 고시 당시에 현실적으로 이용되는 현황을 기준으로 도로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용도폐지’의 의미에 대해서도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서 ‘행정재산은 매각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행정재산으로서의 용도를 폐지한 이후에 이를 일반재산(종전의 ‘잡종재산’)으로 매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용도폐지한 행정재산을 매각할 경우 대지로 평가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동안 법률적 판단이 없었던 ‘용도폐지’의 대상을 명시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65조제2항에서 ‘용도가 폐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의미는 행정재산을 매각하기 위해 ‘행정재산으로써의 용도’가 폐지된다는 차원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행정재산은 기본적으로 매각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19조는 ‘행정재산은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 또는 대물변제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며, 이에 사권을 설정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이 법 제4조는 행정재산의 종류를 열거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공공용으로 사용하거나 사용하기로 결정한 재산과 사용을 목적으로 건설 중인 재산’을 ‘공공용재산’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용도폐지 전의 도로는 ‘공공용재산’으로써 매각 등이 불가능한 ‘행정재산’이라는 의미이며, 용도폐지의 목적은 행정재산으로써의 용도를 폐지시켜 매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도로가 용도폐지된 것은 ‘공공용재산’인 도로의 행정재산 용도가 폐지된 것이지, 기존에 사용되던 ‘도로’라는 이용상황까지 폐지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용도폐지 국·공유지의 평가시 도로와 대지의 차이는 감정평가액에 의해 30~40%까지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입장에서 봤을 때 정비사업에서의 국·공유지 매입금액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규모가 발생하는 것으로 정비사업 규모에 비해 볼 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번 사건의 원고인 대구 신평리주공 재건축사업에서도 용도폐지돼 조합이 매입해야 할 국·공유지의 평가액은 ‘대지’ 기준으로 약 101억 원으로 평가된 반면, ‘도로’ 기준 평가의 경우 약 60억원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피고인 대구광역시에게 최초 매각대금인 101억 원 중에서 60억 원을 제외한 40억여 원과 그 이자를 조합에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대구광역시는 지난 20일 항소했다.
 
▲무상양도 행정 기준 바뀐다=무상양도와 관련해 최근 잇단 조합 승소가 이어지면서 기존 행정청의 무상양도 기준도 바뀔 전망이다.
 
상급기관의 무상양도 관련 지침을 통해 행정행위를 했지만 법원으로부터 계속해서 패소 판결을 받고 있으며 이후의 실무 행정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항소 기일을 놓치는 등 업무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성동구청은 관할 지역 내 한 재개발조합이 제기한 무상양도 관련 소송에서 구청이 패소한 이후 항소기일을 이틀 넘겨 소를 뒤늦게 제기하는 바람에 법원으로부터 각하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관내에 같은 무상양도 관련 사유로 9건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모두 1심에서 패소했고 상급심에서 패소할 가능성도 큰 사안”이라며 불필요한 재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그동안 국·공유지 무상양도 관련 기준으로 사용하던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관리·운영기준〉을 〈지방자치단체 공유재산 관리·처분기준〉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무상양도 기준 등을 대폭 수정한 새 기준을 이달 말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사용됐던 운영기준에서는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졌을 경우 그 비용만큼 무상양도 대상에서 제외돼야 하고, 무상귀속을 받는 관리청과 용도폐지되는 기존 공공시설의 관리청이 동일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었다. 또한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인가일을 기준해 ‘대지’로 가격을 산정하라는 내용도 규정하고 있었다. 그동안 행정안전부는 이 지침을 각 지자체들에 하달했고 각 지자체들이 이 기준을 근거로 무상양도 관련 행정행위를 진행시켜 왔다.
 
새 기준에서는 행정안전부의 자의적 해석을 최대한 배제하고 최근 법원의 판결 내용이 담겨 만들어질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그동안 시행해 왔던 무상양도에 대한 국·공유지 매각 기준에 따른 행정행위들이 최근 대법원에서 잇따라 패소 판결해 당황스럽다”며 “관련 지침을 최대한 법 내용에 맞도록 하면서도 최근 판결 내용을 수용해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공익보상법 적용… 도로는 토지평가액의 1/3이내로
 

■ 근본적 해결방안
이번 판결의 주요 쟁점은 국공유지 평가 지목에 대한 논란이었다. 조합은 현행 이용상황에 비춰 ‘도로’ 기준으로 평가하는게 합당하다고 주장한 반면, 지자체는 향후 이용상황에 비춰 ‘대지’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비사업을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근거에 따른 공익사업으로 보아 용도폐지되는 도로를 무상양도할 때 이 법률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도로는 인근 토지 평가액의 1/3 이내로 평가하도록 돼 있어 현재 이용현황인 ‘도로’ 지목을 주장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익보상법〉 시행규칙 제26조에서는 공익사업 시행 시 도로의 경우 인근 토지의 1/3 이내로 평가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조합은 도로 지목을 주장할 필요없이 인근 토지 평가액의 1/3이하의 금액으로 매수할 수 있어 금전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석기 중앙감정평가법인 이사는 “기본적으로 정비사업은 공익사업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공익보상법〉 시행규칙에서는 공익사업의 경우 도로의 평가 기준으로 인근 토지의 1/3로 평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행정청에서는 이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의 행정청의 국·공유지 관련 행정은 행정청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불합리한 행정”이라며 “현행 〈공익보상법〉에 명확한 기준이 제시돼 있어 국·공유지 매각 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무상양도 이중혜택 행안부 ‘불허’ 방침
 

■ 핫 이슈
현재 무상양도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 중 한가지는 조합에 대한 ‘이중혜택’ 여부다. 기부채납 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정법〉 제65조 제2항 규정에 따라 용도폐지된 국·공유지를 무상양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중혜택을 인정하면서도 법률 근거에 따라 ‘무상양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행정안전부에서 ‘이중혜택’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법률적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채납할 때 무상양도를 받게 될 경우 해당 평가금액 만큼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외시킨다는 규정을 입법 완료한 것이다. 또한 정비계획 단계에서 인센티브와 무상양도 면적을 확정지은 후 사업을 진행시켜 ‘이중혜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해 9월 25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6조제1항 규정을 개정하며 이 같은 법적 장치를 도입했다. 이 조항은 제1종 지구단위계획구역 안에서의 건폐율·용적률 등의 완화적용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기부채납시 용적률 및 건폐율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기준들이 명시돼 있다.
 
시행령 제46조제1항제2호에서는 ‘완화할 수 있는 용적률’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 용적률 완화 범위로 ‘당해 용도지역에 적용되는 용적률+[1.5×(공공시설등의 부지로 제공하는 면적×공공시설등 제공 부지의 용적률)÷공공시설등의 부지 제공후의 대지면적]이내’라고 명시돼 있다. 이 중 주목할 것은 ‘공공시설 등의 부지로 제공하는 면적’에 대한 규정에 대해 ‘공공시설 등의 부지를 제공하는 자가 법 제65조제2항에 따라 용도가 폐지되는 공공시설을 무상으로 양수받은 경우에는 양수받은 부지 면적을 빼고 산정한다’라는 규정이 추가됐다.
 
〈국계법〉 제51조에서는 〈도정법〉에 따른 정비구역을 제1종 지구단위계획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법 시행일 이후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하는 곳들은 이 조항을 통해 무상양도 받을 경우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이 내용으로 인해 향후 정비사업 과정에서 용적률 인센티브와 함께 무상양도 되는 이중혜택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