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수문 GS건설 남부사업 담당>‘도정법 제26조 주민대표회의’ 장밋빛 실체
<시론 이수문 GS건설 남부사업 담당>‘도정법 제26조 주민대표회의’ 장밋빛 실체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7.0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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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03 06:04 입력
  
이수문
GS건설 남부사업 담당
 

최근 서울시에서 재개발·재건축사업에 공공의 참여를 강조하는 ‘정비사업 프로세스 혁신안’을 발표하여 세간의 관심과 논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에 공공참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공정성, 투명성, 신속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얼룩진 도시정비사업의 구원투수로서 공공관리자가 정비사업이 지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지전능자처럼 묘사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에서 공공의 참여는 과거에도 있어 왔고 현재도 수많은 정비구역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공참여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빠르고 투명하고 분쟁없는 정비사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서는 조합을 구성하여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합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힘든 지역(도시환경정비구역 등)에서는 도시정비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매입을 통한 시행방식이나 토지등소유자와 시행자 혹은 시공자가 결합된 토지등소유자방식으로도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또 사업추진시 주민간 갈등으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하여 〈도정법〉 제8조제4항에서는 추진위 승인 후 3년 이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할 경우, 조합설립인가 후 3년 이내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공공이 사업을 이끌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재정비촉진사업에서는 주민들이 원할 경우 과반수의 동의로 사업시행자로 공공을 지정할 수도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구역에서는 공공이 사업을 시행할 경우에 생길 주민의 피해나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대표기구를 구성해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도정법〉 제26조가 규정하고 있는 ‘주민대표회의’이다.
 
하지만 하나의 법인체로서 의결권을 갖는 조합에 비하여 주민대표회의의 권한은 전무하다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도정법〉 제26조제4항을 살펴보면 주민대표회의는 건축물 철거, 이주, 보상, 사업비 부담 등에 대한 사항에 관하여 의견만 제시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의견 제시권도 사업시행자인 공공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없는 권한이나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공공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한 경우에도 조합과 같은 〈도정법〉 제48조(관리처분계획의 인가등)로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보면 토지등소유자의 기본적인 권리행사 기능은 법적으로나 시행규정으로나 명확히 갖춰져야 함이 자명한 사실이다.
 
관련 법이 토지등소유자에게 불리하게 규정되고 있기 때문에 법을 개정하여 토지등소유자의 의결권 확보와 같은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민대표회의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업시행자인 공공과 상호 의견교환을 통해 약정서, 시행규정, 제안서 등에 주민대표회의 권한(의결권)을 명시한다거나 주요안건에 대해서는 주민총회의 의결을 거친다는 합의를 도출 한다면 법 개정 없이도 사업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도시정비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존에 진행되고 있는 공공시행방식의 문제점이 표출된 상황에서 제도의 개선이나 보완도 없이 공공관리자에게 정비, 설계업체뿐만 아니라 시공자까지도 선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은 주민들의 권익을 더욱 제한하고 침해하는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도시정비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민간이 주도가 되어도 주민갈등이나 세입자 문제, 각종 이권개입을 통한 비리 등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고, 공공이 사업을 시행해도 앞에서 언급했듯이 주민들의 기본적인 권리나 권한 측면에서의 문제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관건은 ‘어느 한쪽에서 문제점이 발생하니 다른 쪽이 대안이다’가 아니라 이쪽에서 지닌 문제점을 저쪽을 통해 보완하고 저쪽에서 생긴 문제점은 이쪽을 통해 보완하는 시스템상의 수정 및 결점보완인 것이다.
 
주민이 주체라는 근간을 흔들어 정비사업이 가진 문제점을 뿌리 뽑자는 것은 또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밖에 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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