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최태수 사무국장>법규정 따랐는데 사법부가 ‘웬’ 날벼락
<시론 최태수 사무국장>법규정 따랐는데 사법부가 ‘웬’ 날벼락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9.04.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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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01:14 입력
  
최태수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사무국장
 

지방의 재개발조합장이 이른 오전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재개발조합설립동의 무효’라는 하급심 판결 결과를 알려왔다. 그리고 이어 그는 “정부가 하라는 대로 그대로 좇아 했을 뿐인데, 어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고 또 이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근자에 들어 조합설립동의서의 법적 유·무효 송사와 관련된 소식들을 자주 접하게 된다. 
 

국토해양부의 별지서식에 의한 동의서 양식에 따라 징구하여 설립인가를 득한 조합에서도, 사업시행인가를 득한 곳에서도, 심지어 관리처분인가를 받아 조합원들이 이주를 한 사업장에서도 조합설립동의를 둘러싼 소송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사업추진 자체를 원천적으로 백지화할 수도 있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조합설립을 하려면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한 동의서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방법에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다. 종전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른 재건축사업과 〈도시재개발법〉에 의한 재개발사업에서 발생하였던 조합설립결의와 관련된 법적 분쟁과 논란을 없애고, 토지등소유자의 적법한 권리행사에 근거한 사업추진을 위해, 재건축·재개발사업 등의 관련 법률들을 통합한 〈도정법〉에 조합설립에 관련된 규정과 동의서 서식을 마련하여 시행했다.
 

이에 조합의 설립업무를 수행하는 추진위원회에서는 당연히 해당 법규정에 의거하여 별지서식대로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 조합설립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그런데 사법부에서는 동의서의 포함사항들 중 일부 사항의 기재내용이 모호하고 추상적이며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조합설립동의의 무효 판단을 내리고 있다.
 

조합설립인가 등의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며 추진위원회 또는 조합의 업무수행에 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일선의 지자체 주택정비사업 담당관들은 관계법에 의한 규정과 서식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약간의 변형 또는 변경된 서식이나 내용에 대해서는 인가 신청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사정이 이러하니 관계법령에 의한 별지서식을 당연시하여 해당의 업무를 수행하는 게 적법한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근간에 발생하고 있는 사법부의 조합설립동의 무효판결은 곧 국토해양부령이 정한 동의서에 대한 심대한 문제제기인 것이다. 즉 〈도정법〉에 따른 별지서식이 법률이 요구하는 사항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한 중대한 하자 또는 흠결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계전문가들은 사업추진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경제상황 및 정책환경의 변화에 따른 영향 이외에도 직·간접 공사비 및 사업비의 확정 등과 같은 매우 많은 변동요인이 주택정비사업의 특성상 존재하기에 조합설립추진 단계에서 법원이 판단하는 수준의 동의서 포함사항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설령 정한다 할지라도 각종 영향 요인에 의해 변경이 되면 그 자체가 분쟁과 갈등상황을 조장하게 되는 점 등을 들어 법원 판결에 적잖은 우려를 표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일선 사업장의 극소수 이해관계인들은 조합설립동의서의 무효 판결을 마치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을 위시로 한 집행부의 무능이나 불법행위를 잡아낸 것인양 매도하며 사업추진을 지연시키거나 자신들만의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재료로 악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가운데에 정당 관계자들의 당리당략적 행위도 관여되고 있으니 사안이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정부의 지도와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면 당연 그 책임은 정부에 있을 것인데 유감스럽게도 그 궁극적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구역이나 단지의 토지등소유자 전원이, 즉 국민이 떠맡아야 한다.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되어야 한다. 조합설립동의에 관한 최근의 법원 판결들로 인해 전국의 추진위원회나 조합들이 당혹감과 분쟁에 휩싸여 있다.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국민과 정부의 목적 실현을 위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이다. 그러기에 작금의 판결들에 대한 정부의 결자해지(結者解之)적 대책과 적극적 대응을 긴급하게 청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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