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시환경정비사업에도 임대주택 지어라”
법원 “도시환경정비사업에도 임대주택 지어라”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03.31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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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07:07 입력
  
조합 “법적 근거없는 조례 규정은 무효” 주장
법원 “조례 위임은 적법, 임대주택 계획 유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건설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더라도 조례에 임대주택 규정이 있다면 의무적으로 건립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은 〈도정법〉에는 의무 건립 조항이 없지만 서울시 조례에 임대주택의 면적과 비율이 정해져 있어 법적 근거를 두고 논란을 빚어 왔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인욱)는 A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이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도시환경정비계획 일부 무효확인 소송에서 “서울시 조례 상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건설비율을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법에 따른 적법한 위임 조항”이라며 “조례에 따라 임대주택 건설계획을 포함해 수립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정비계획은 유효하다”며 도시환경정비사업도 조례에서 정한 바에 따라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법원, “사업시행계획은 정비계획에 따라 수립… 조례규정 유효”=이번 소송의 쟁점은 서울시 조례 중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건립의무 규정에 대한 법적 위임근거 여부다. 〈도정법〉 제30조에는 사업시행계획서를 수립할 때 기존 건축물에 주택이 있는 경우에만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포함하도록 규정했을 뿐 임대주택에 대한 뚜렷한 법적 규정은 없는 상태다.
 
서울시 조례 제8조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규정은 정비계획에 임대주택을 포함해 수립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도정법〉상에는 정비계획 수립시 임대주택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라는 규정이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서울시 조례에서 정비계획에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포함하도록 규정한 것은 법적 위임근거가 없는 조항이므로 무효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택이 포함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계획서를 수립할 때 임대주택의 건설계획 등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사업시행계획서는 시장·군수가 고시한 정비계획에 따라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정비계획에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다시 말해 주택을 허물고 주상복합을 짓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할 때 임대주택에 대한 건립계획을 세워야 하고, 이러한 사업시행계획서는 정비계획을 근거로 수립되기 때문에 정비계획에도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포함하도록 한 서울시의 조례는 적법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법원은 “조례에 대한 법률의 위임은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할 필요가 없으며 포괄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정비계획의 내용과 세부적인 작성기준 등은 시·도조례에 정할 수 있도록 법에서 위임된 사항”이라며 “포괄적으로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정비계획에 포함하도록 한 조례규정은 적법한 법률의 위임을 받은 것”이라고 판결했다.
 
법에서 정비계획 내용을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임대주택에 대한 위임규정이 없다 하더라도 조례는 유효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즉 〈도정법〉에서 정비계획의 수립 시 대통령령에 따라 시·도조례가 정하는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임대주택에 관한 사항을 조례에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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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법적 규정 미흡… 혼선 불러
 

■ 왜 논란이 되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도정법〉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과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도정법〉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에 대한 규정은 제30조(사업시행계획서의 수립)가 유일하다. 법 제30조는 “사업시행자는 고시된 정비계획에 따라 다음 각호의 사항을 포함하여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도시환경정비사업(기존건축물에 주택이 포함되어 있는 사업을 제외한다)의 사업 시행계획서를 작성하고자 하는 때에는 제3호 내지 제5호의 내용을 포함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제5호가 바로 ‘임대주택의 건설계획’이다.
 
다시 말해 기존건축물에 주택을 포함하고 있는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대해서만 임대주택의 건설계획을 포함해 사업시행계획서를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임대주택의 구체적인 비율이나 면적 기준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도정법〉시행령 제13조의3에는 임대주택의 건설비율을 △주거환경개선사업의 경우 전체 세대수의 30%이하 △재개발사업의 경우 전체 세대수의 17%이하로 규정하고 있지만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건설비율은 언급돼 있지 않다. 재건축의 경우 〈도정법〉(2월 6일 개정전) 제30조2에 따라 증가되는 용적률의 25%이하에서 의무적으로 건립하라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또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에도 도시환경정비사업은 빠져있다.
 
따라서 그동안 도시환경정비구역들은 서울시 조례에서 정해진 비율대로 임대주택을 계획해 왔다. 서울시 조례 제8조에는 정비계획을 수립할 때 임대주택의 건설에 관한 계획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때 임대주택의 비율과 면적은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재개발사업을 준용하도록 하고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는 임대주택을 희망하는 세대수만큼 건립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도정법〉상에는 정비계획 수립시 임대주택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 조례의 법적 위임 근거는 불분명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법적 근거가 미약한 서울시 조례에 따라 도시환경정비사업도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A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도 마찬가지다. A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관계자는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건설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서울시 조례 규정은 법률의 위임이 없는 조항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라며 “효력이 없는 조례 규정을 근거로 수립된 임대주택 계획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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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역일 경우, 전체 세대의 17%
 

■ 얼마나 짓나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비율은 얼마나 될까? 각 시·도별로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용도지역에 따라 건설해야 하는 비율에 차이가 있다.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 제9조에 따르면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위한 정비계획은 일반주거지역에 2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의 임대주택의 건설규모 및 건설비율은 건설교통부장관이 고시한 주택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의 건설규모 및 건설비율을 준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의 용도지역이 일반주거지역일 경우에는 건설되는 현행 재개발 임대비율인 주택 전체 세대수의 17%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건설규모 역시 재개발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주택의 30%이상 또는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5%이상을 40㎡이하로 건설해야 한다. 다만 건설되는 주택 전체 세대수가 200세대 미만일 경우에는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된다.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임대주택의 규모는 무조건 40㎡이상으로 건립해야 하며 임대주택을 희망하는 세대수만큼만 건립하면 된다.
 
만약 임대주택을 희망하는 세대수가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현행 전체 세대수의 17%)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전체 세대수의 17%이하나 연면적의 10%이하만 지으면 된다. 또 일반주거지역과 마찬가지로 신축되는 주택 수가 200세대 미만인 경우에는 임대주택을 건립하지 않아도 된다.
 
정비계획 수립 당시 일반주거지역이었다가 준주거지역나 상업지역으로 변경된 경우는 어떨까?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일반주거지역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정비계획은 관계행정청이 법령의 범위 내에서 행하는 재량행위”라고 전제한 뒤 “정비계획 수립 당시 일반주거지역이었다가 상업지역으로 변경된 점을 감안하면 일반주거지역의 임대주택 건설규모 및 건설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 혹은 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이 변경된 경우 시의 재량에 따라 일반주거지역의 기준으로 임대주택을 건립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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