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담금 산식 알렸다면 개별통지로 인정
법원, 부담금 산식 알렸다면 개별통지로 인정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03.31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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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04:24 입력
  
사업시행인가 후 21일內 부담금 산정 어려워
관리처분총회 전 감평가·부담금은 통지해야
 

분양신청 전 조합원들에게 총수입·총지출 등을 통지했다면 조합원별로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한 것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을 것으로 봐야 할까? 최근 분양신청 전 수입·지출 추정금액 등을 조합원들에게 통지했다면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이경구)는 A씨가 B구역재개발조합을 상대로 한 관리처분계획취소 소송에서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개략적인 추정금액을 통지했다면 조합원들에게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을 통지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개략적인 부담금은 분양신청이 완료된 후 관리처분계획 단계에 이르러서야 확정이 되기 때문에 조합원별로 부담금 내역을 통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은 하급심이긴 하지만 그동안 분양신청 전 조합원별 개략적인 부담금 통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구역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전망이다.
 

▲법원 “관리처분계획 부담금 확정, 산식 통지만으로도 인정”=이번 판결은 분양신청 전 조합원별 부담금을 개별적으로 통지하는 것이 사실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법원이 공식 인정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월 6일 개정 전) 제46조제1항에는 “사업시행자는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제11조의 규정에 의하여 시공자를 선정하여 계약을 체결한 날로부터)부터 21일 이내에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 및 분양신청기간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항을 토지등소유자에게 통지하고…”라고 명시돼 있었다. 다시 말해 조합은 사업시행인가 후 분양신청을 받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조합원들에게 개략적인 부담금을 산정해 개별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감정평가, 시공자 본 계약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하고 분양신청이 끝나야 현금청산 등의 계획 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통지가 불가능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이에 따라 분양신청을 앞둔 조합에서는 조합원별로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하지 못하고 부담금 산식 내지는 총수입·총지출액으로 통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분양신청이 완료돼야 관리처분계획에 따른 분양대상자, 현금청산자, 평형 등이 결정되므로 분양신청 전에는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만을 통지할 수밖에 없다”며 “수입과 지출에 대한 개략적인 추정금액이 기재된 분양신청 안내문을 발송했다면 조합원들에게 개략적인 부담금 내역을 개별 통지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감정평가, 분양신청 등의 절차가 진행된 후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돼야 수치화 된 부담금 내역 통지가 가능하므로, 현실적으로 조합원별 부담금을 통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원의 판단은 분양신청 단계에서는 총수입·총지출 등을 통지하는 것만으로도 개략적인 부담금 통지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분양 공고 전 조합원별 개략적인 부담금 통지는 시행 초부터 통지가 불가능하다는 논란이 지속됐던 문제”라며 “법원에서 조차 현실적으로 통지가 불가능하다고 판결을 내린 만큼 그동안의 논란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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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기간만 1~2달… 현실적으로 불가능
 

■ 전문가 시각
전문가들도 이번 판결에 대해 대체적으로 수긍하는 입장이다. 분양신청이 끝나고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돼야 수입과 지출이 결정되고 이를 바탕으로 부담금을 산출해야 하는데 분양신청 전에 개략적인 부담금을 산정한다는 것은 그저 추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법상 21일 이내에 조합원들에게 부담금을 통지해야 하는데 시간상으로도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삼성건설의 이동건 성북사업소장은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하기 위해서는 감정평가, 분양신청접수, 본 계약 협상 등의 절차가 마무리돼야만 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분양신청이 완료돼야 수입·지출 내역을 알 수 있는데 분양신청 전에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하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지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공사비도 시공자 본 계약 이후에나 결정된다”며 “본 계약을 협상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업시행인가일을 기준으로 21일 이내에는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삼창감정평가법인의 유정근 평가사는 “감정평가를 시작해 감정평가 금액을 산출하기까지는 적어도 2달 이상이 걸린다”며 “사업시행인가일을 기준으로 감정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정해진 기일 내에 감정평가액을 통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태평양감정평가법인의 송기원 평가사도 “통상 500~600동의 주택이 있는 재개발구역의 경우 현장 답사만도 1달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며 “산술평균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감정평가법인간의 협의 기간 등을 고려하면 21일 이내에 감정평가금액을 산출해 발송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시행인가일을 예측해 미리 감정평가를 준비하기도 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특히 개략적인 부담금이라고는 하지만 1천~2천만원만 변동돼도 조합원들의 반발이 커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부담금 통지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심민규 기자 smk@newst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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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추가부담금 생략, 관리처분계획 수립은 무효”
 

■ 판결문 분석
분양신청 전과 마찬가지로 관리처분총회 전에도 수입·지출에 대한 추산액을 통지한 경우 조합원들에게 개략적인 부담금을 통지한 것으로 봐야 할까? 이에 대한 법원의 대답은 ‘아니오’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법령상 사업시행자가 관리처분총회 개최 전에 조합원들에게 분양대상자별 종전 자산 평가 금액, 추가 부담금을 통지해야 한다고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관리처분계획의 수립에 대해 총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한 법의 취지는 조합원들에게 권리가액, 추가부담금 등을 고지해 총회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종전 토지·건축물의 총 감정평가액과 비례율의 산정내역, 분양기준가액의 일반적인 산정방식 등만 기재하고 조합원별 개별적인 감정평가액과 추가부담금을 기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립된 관리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다시 말해 분양신청 전에는 현실적으로 조합원별 부담금 산정이 불가능하지만 관리처분단계에서는 조합원별 부담금 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통지한 후 총회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원은 또 적법하게 관리처분계획이 수립되기 위해서는 조합원으로부터 관리처분총회의 서면결의서를 징구하기 전에 조합원별 권리가액 및 부담금을 통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조합원들에게 권리가액과 추가부담금 등을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총회 개최 전에 조합원들에게 서면동의서를 제출토록한 것은 조합원들의 의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무효”라며 “무효인 결의로 수립된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즉,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관리처분을 앞두고 있는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에게 반드시 조합원별 권리가액과 부담금 등을 서면결의서 징구 이전에 통지해야만 적법한 관리처분계획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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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액 통지 ‘안하나, 못하나’
 

조합이 관리처분총회 전 조합원들의 감정평가액을 고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각종 규제로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높아져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최근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했거나 관리처분이 임박한 구역들은 대부분 임대주택 의무건립, 용적률 제한 등 참여정부시절의 각종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은 사업장들이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사업초기보다 사업성이 현격히 떨어져 조합원들의 부담금이 높아졌다.
 
이렇게 높아진 부담금은 결국 조합원들의 반발로 이어지고 관리처분총회가 무산될 우려가 높기 때문에 총회 전에 조합원별로 감정평가액을 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한 재개발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총회 전에 감정평가액을 통지해야 한다는 것은 어느 조합이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임대주택 등 각종 규제로 사업성이 떨어져 부담금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조합 입장에서 이 같은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알리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총회 전에 감정평가액을 통지하게 되면 총회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크다”며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우선 총회를 통과시킨 후 공람 등을 통해 알린다”고 밝혔다.
 
또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것도 한 문제다. 사업시행인가 신청,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다 보니 무리하게 총회를 개최해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전문가들은 감정평가액을 통지한 후 조합원을 설득시키는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중앙감정평가법인의 김석기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시행된 각종 규제로 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구역들의 사업성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조합원들의 부담금을 숨긴다면 오히려 조합원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조합원들에게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 원인과 이유, 감정평가액과 비례율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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