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정법’ 국회통과 지연에 사업장 비상
‘새도정법’ 국회통과 지연에 사업장 비상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9.03.31 22: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9-03-31 02:49 입력
  
조합·비대위, 손익계산 두고 곳곳서 충돌
비대위의 근거없는 사업 청사진… 혼란 부추겨
“폐지된 소형비율, 소형주택으로 부활” 논란도
 

재건축조합들이 상한용적률 적용 등 재건축 활성화 조치를 골자로 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손익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같은 날 열린 본회의에도 상정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의 쟁점 법안 처리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시간 지연이 계속됐고 결국 자정이 넘어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도정법〉 개정안 또한 다음 회기에서 처리하게 돼 이르면 4월에나 통과될 전망이다. 이처럼 〈도정법〉 개정안이 늑장 처리되면서 애먼 재건축조합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마냥 사업을 늦출수도 없고,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입주자모집승인 직전에 있는 단지들의 경우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혜택 보다는 오히려 사업기간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다. 또 일부 비대위들은 근거 없는 사업성 부풀리기로 조합원들을 현혹하며 조합 때리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새법 적용받아 사업계획 바꾸자=〈도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재건축사업장의 경우 지방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상한용적률까지 건축할 수 있다. 1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200%, 2종 250%, 3종 300%까지 산술적으로 건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또 정비계획에서 정한 허용세대수 제한도 받지 않게 된다.
 

이럴 경우 늘어나는 용적률만큼 분양면적도 늘어나게 돼 수입이 증가하게 된다. 당연히 새법을 적용받아 사업계획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기간이 최소 1년 이상 필요하기 때문에 그 사이 늘어나는 금융비용이나 설계변경에 따른 용역비 등을 감안하면 그냥 현재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두 부류 사이 의견 충돌은 갈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분쟁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초기 사업장들은 문제될 게 없다. 바뀐 내용에 따라 사업계획을 수립하면 된다. 문제는 관리처분인가 이후의 사업장들이다. 〈도정법〉 개정안 부칙에 따르면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더라도 입주자모집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혜택이 가능하다. 다만 토지등소유자 3/4 이상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법이 개정되더라도 조례가 확정돼야 비로소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라며 “입주자모집 승인 직전에 있는 단지들은 짧은 시간안에 사업을 재검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일 사업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내에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할 땐 오히려 그냥 사업을 진행시키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며 “조합원들을 충분히 이해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근거없는 낭설로 조합원 현혹=재건축 활성화 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는지는 재건축조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합들은 ‘새법 적용’과 ‘현행 유지’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조합원의 재산이 걸린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부 비대위들은 근거없는 주장으로 조합원들을 현혹시키면서 오히려 사업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허미경 회원지원부장은 “최근 재건축 활성화 조치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조합원들도 어느 정도 이익이 될지 관심이 큰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일부 비대위들은 조합이 고의로 새법 적용을 미루고 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을 분열시켜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결국 조합원들에게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소형의무비율, 소형주택으로 부활하나=이번 〈도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폐지됐던 소형주택의무비율이 재건축소형주택으로 부활할 전망이다. 국토해양부는 〈도정법〉 시행령 및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개정해 종전 ‘60㎡이하 20%, 60~85㎡ 40%, 85㎡초과 40%’ 규정을 ‘85㎡이하 60%, 85㎡초과 40%’ 규정으로 바꿨다. 60㎡이하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60㎡이하의 소형주택을 일정비율 반드시 짓도록 한 소형주택의무비율제도는 재건축사업의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한편 일부 조합원의 경우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작은 집을 배정받아야 하는 불합리를 야기시킨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사업시행자는 법적상한용적률에서 정비계획에서 정해진 용적률을 뺀 용적률의 100분의 30이상 100분의 50이하로서 시·도조례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면적에 주거전용면적 60제곱미터 이하의 소형주택을 건설하여야 한다”고 새로운 소형의무비율을 부과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문구의 해석과 관련해 재건축조합이 용적률상한까지 짓거나 정비계획상 용적률만 짓거나에 관계없이 최고용적률과 정비계획상 용적률의 차이 가운데 지자체가 정하는 비율만큼은 소형주택을 짓도록 의무화한 것이라고 밝혔다.


-----------------------------------

 
시공자와 추가부담금 마찰, 일부 재건축사업장‘삐그덕’
 

■ 몸살 앓는 사업장
재건축단지들이 사업 막바지에 이르러 삐걱대고 있다. 공사지연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건설사와의 추가부담금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자칫 조합과 건설사간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되면서 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G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는 경기도 수원시 K주공아파트의 경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관리처분계획 당시 3.3㎡당 공사비가 278만원이었지만 G건설이 공사지연에 따른 사업비 증가를 이유로 3.3㎡당 360여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다.
 
이 아파트의 총 세대수는 1천200여가구로 조합원 1가구당 9천여만원의 추가비용을 내야 하는 셈이다. 조합이 추가부담을 거부하자 G건설은 지하 1·2층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했다.
 
G건설은 조합과 비대위간의 내부문제로 사업이 지연돼 추가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에 비용부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H개발이 시공 중인 부천의 Y주공 재건축사업도 중단된 상황이다. H개발이 원자재값 상승 등의 이유로 약 730여억원의 추가공사비를 요구했지만 조합이 거부하면서 중단됐다. 조합은 H개발 본사에서 시위를 갖는 등 대립이 격해지고 있다.
 
Y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금 이주가 끝나고, 조합원들이 꼼짝도 못하는 상황에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조합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라며 “H개발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어 “H개발이 이제 와 딴소리를 하는 것은 경기가 침체되면서 공사비를 충당해야 할 일반분양에서 이익을 남길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D산업이 시공을 맡은 의왕시 D아파트도 공사 중단위기에 처했다. D산업이 조합에 사업비 1천500억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D산업은 조합내부 갈등으로 18개월간 사업이 지연되면서 이주비 등 먼저 부담했던 금융비용을 조합측에 요구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은 조합의 귀책사유나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막대한 추가비용을 조합측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조합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속내는 따로 있다. 사업이 막바지인데다가 최근 경기가 좋지 않아 조합에서도 시공자 교체 등의 수순을 밟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본계약까지 체결했기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더라도 손해볼 게 별로 없다”며 “나아가 최근 분양경기도 좋지 않기 때문에 공사를 서두르거나, 일반분양에 나설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적정 추가부담금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업이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