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계획 한국감정원 검증 의무화… 특혜 의혹 논란 가열

한국감정원 '재건축시장 조이기' 돌격대로 나섰나? 김하수 기자l승인2018.03.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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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적 일감 몰아주기에 정비업계 강력한 반발
조합에 검증수수료 최대 5천만원 부과 … 실효성 의문 
 

[하우징헤럴드=김하수기자] 정부가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재건축 시장 옥죄기에 나선 가운데 그 중심에 한국감정원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9일부터 시행된 ‘도정법’ 개정을 통해 한국감정원을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기관으로 선정하도록 한 대목에서 독점적 ‘일감 몰아주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감정원의 관리처분계획 검증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정부가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감정원을 앞세워 재건축시장을 위축시키려는 거시적 의도가 담긴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시 감정원 검증 의무화

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부터 시행된‘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통해 조합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시 한국감정원의 인가 검증 절차를 의무화했다. 이를 통해 향후 현장에서 움직이는 재건축 사업의 내부를 면밀히 살펴보고 나아가 적절한 재건축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편리한 장치를 만들겠다는 게 정부의 속내라는 것이다.

개정된 도정법 제78조에 따르면 조합이 관리처분인가 신청 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에서는 일정 기준 충족 시 의무적으로 한국감정원에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을 맡겨야 한다. 이 경우 지자체는 타당성 검증 비용을 조합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 

그 기준은 △관리처분계획서상 정비사업 추정치(재건축 부담금 포함)가 사업시행계획서상 기재된 액수보다 10% 이상 증가한 단지 △관리처분계획에서 책정한 조합원 분담규모가 조합원 대상 분양공고 시점 대비 20% 이상 증가한 단지 △조합원 20% 이상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당일부터 15일 이내 검증을 요청한 단지 △시장 및 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등이다. 한국감정원의 관리처분계획 주요 검증 항목은 △분양절차(분양신청 공고·통지, 개략적인 부담금 통지, 총회결의 절차, 공람 절차) △분양자격(조합원 자격, 분양신청 자격, 입주권 제한사항) △사업비·부담금(사업비 등 지출항목, 일반분양 등 수입항목, 조합원 부담금 산정, 재건축 부담금 산정) △관리처분기준(법령, 조례, 정관, 관리처분계획의 적합성) 등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의무화된 한국감정원의 관리처분인가 타당성 검증이 기존 지자체에서 수행해 왔던 관리처분인가 검토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감정원의 관리처분 검증 업무의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그동안 관리처분계획 인가 검토는 관할구청이 담당해왔다. 과거에도 구청이 자율적으로 한국감정원 등 외부기관에 의뢰를 할 수 있었지만, 외부기관 의뢰는 사실상 없었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검증 실적은 4년간 총 40건(△′15년 2건 △′16년 7건 △′17년 21건, ′18년 10건 수행 중)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의 A구청 관계자는 “지자체의 관리처분계획 검토 역시 법적인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진행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한국감정원의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과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한국감정원에 관리처분 검증 업무를 맡길 경우 비싼 검증 수수료를 내야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관리처분계획 검토 후 인가를 승인해왔다”고 설명했다. 

감정원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 타당성 검증 수수료는 △200가구(토지등소유자) 미만 ‘1천만원’ △200가구 이상~500가구 미만 ‘2천만원’ △500가구 이상~1천가구 미만 ‘2천500만원’ △1천가구 이상~1천500가구 미만 ‘3천만원’ △1천500가구 이상~2천가구 미만 ‘3천500만원’ △2천가구 이상 ‘4천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다만 투기과열지구로서 △1천가구 미만일 경우 500만원 △1천가구 이상인 경우 1천만원의 수수료가 할증돼 투기과열지구 내 2천가구 이상 재건축단지의 경우 최대 5천만원의 검증 수수료가 부과된다. 

▲최대 5천만원 검증수수료 부과…비용·시간 늘어나 조합 피해 불 보듯

=일반적으로 재정이 풍부한 지자체의 경우 관리처분 검증수수료를 지자체에서 부담하고 있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의 지자체의 경우 검증수수료를 사업시행자인 조합에 전가할 수 있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현행 도정법 제78조 제3항에서 ‘지자체는 타당성 검증 비용을 사업시행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소요되는 사업비를 조합 자체적으로 충당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관리처분계획 검증수수료까지 조합이 짊어질 경우 검증을 요구하는 조합들은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감정원에 타당성 검증을 맡길 경우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걸리는 시간도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지자체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경우 지자체는 관리처분인가 신청일 30일 이내에 인가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외부에 타당성 검증을 맡길 경우 결정기한이 접수 후 60일로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라며 “이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소요시간이 지체될수록 사업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지원기구 역할도…한국감정원 일감 몰아주기 ‘심각’

아울러 개정된 도정법 제114조에서는 국토부장관이 관리처분계획 수립 지원 등을 위한 정비사업 지원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고 명시한 뒤 이 경우 한국감정원 또는 LH가 정비사업 지원기구 업무를 대행할 수 있는 근거를 삽입해 사실상 한국감정원이 재건축 조합들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비사업 상담지원업무 △정비사업전문관리제도의 지원 △전문조합관리인의 교육 및 운영지원 △소규모 영세사업장 등의 사업시행계획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지원 △정비사업을 통한 기업형임대주택 공급 업무 지원 △그 밖에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업무 등이다.

이와 관련 정비업계를 중심으로 국토부가 한국감정원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LH가 사실상 정비사업 업무에서 손을 뗐다는 점에서 한국감정원의 독점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명분도 없는 제도개선을 내세우면서 한국감정원을 앞세워 재건축사업의 근간자체를 흔들고 있다”며 “이는 공기업 중 국토부 퇴직 관료들의 집합소로 잘 알려진 감정원이 국토부를 등에 업고 재건축 조합에 CCTV를 설치하고 칼을 들이댐으로써 재건축시장을 위축시키려는 꼼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하수 기자  hskim@hou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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