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임대주택정책 수술의 당위성
재개발 임대주택정책 수술의 당위성
  • 유기열 엘림토피아 대표이사
  • 승인 2009.02.11 2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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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1 14:24 입력
  
유기열
엘림토피아 대표이사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불량한 도시환경을 정비하고 양질의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도시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주거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이다.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되어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서울 및 광역시뿐만 아니라 수도권 위성도시, 지방의 도청소재지급 이상 대도시는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어 전국적으로 수백개 사업장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 사업장은 사업이 초기 단계에 있는 지역도 있지만 사업이 본격 시행되어 엄청난 자금이 투입된 곳이 대부분이다.
 
위기의 정비사업

그런데 이런 재개발·재건축사업이 현재 위기에 처해 있다. 서울 및 수도권은 과도한 규제와 지역주민간의 분쟁으로, 지방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지방의 재개발·재건축사업은 현재 지방 중소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광역시 지역까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사업이 중단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이나 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한 상태에서 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업이 진행되다 중단된 채로 방치될 경우 당장 기 투입된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건설회사는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조합원들의 손실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위기 원인은 뭔가

현재 사업이 중단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계적인 금융 위기로 인한 국내경기 침체, 부동산 경기 하락이지만, 한편으론 그 동안의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가 일부 원인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정부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참여정부 기간내내 부동산 폭등의 진원지로 몰려 징벌적 규제를 받았던 재개발·재건축사업 관련 각종 정책이 수정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용적률 완화, 층수규제 완화, 소형주택의무비율 완화, 기반시설부담금 폐지,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조항의 현실적인 적용 배제, 재건축사업에서의 임대주택 건립의무 폐지 등이다.
 
남아 있는 주요 규제 정책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제도 등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나 완화를 심도 있게 검토 중이라 하고,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제도도 재검토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임대의무화가 걸림돌

그런데 앞서 열거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중 중요한 한 가지는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재개발 사업에서의 임대주택 의무건립 조항이다.
 
2005년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에서는 〈건설교통부 고시 제2005-528호〉로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을 발표한 바 있다. 주택재개발사업과 관련된 내용으로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7% 이상(단,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시·도지사가 8.5%까지 완화할 수 있다)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즉,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새롭게 건설되는 아파트 건립세대수의 최소 8.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은 당시 수도권 특히 서울 강남권을 타깃으로 하여 부동산시장의 이상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됐으나 열악한 지방의 재개발사업까지 무차별적으로 적용토록 하고 있어 현재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재개발사업에서의 임대주택의무건립 정책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임대주택의 수요가 있거나 없거나 무조건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은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주택보급률이 높고 전세가격이 낮기 때문에 매달 일정금액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월세 개념의 임대주택은 그 수요가 대단히 한정돼 있다. 또한 지방도시는 토지가격이 낮아 민간 임대주택업자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있어 시장에서 요구하는 임대주택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민간 임대주택마저도 수요가 줄어 공실이 발생하고 있는데도 재개발사업은 관련 규정 때문에 수요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임대주택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둘째, 매입 및 운영주체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상황이 어려워 임대주택을 매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고 재개발조합은 준공 후 청산해야 할 한시적인 법인이기 때문에 임대주택을 계속 운영할 수 없는 형편이다.
 
또한 앞서 말한 대로 지방에서는 월세 개념의 임대주택의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임대사업을 할 경우 매년 적지 않은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야 할 수도 있어 임대주택 인수 운영에 더욱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임대주택 처리 문제에 고심하고 있으며, 일부 광역시는 임대주택 건립의무 조항을 삭제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 지방재개발사업의 경우에는 서울 및 수도권과 달리 워낙 사업성이 취약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건립으로 인해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의무건립이 더불어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면  공익적 차원에서 이를 어느 정도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임대주택 수요도 거의 없고 매입할 주체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지방조합원 본인들과는 거의 거리가 먼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인해  1세대당 수 천만원 씩의 추가부담을 감당해야 한다면 이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를 들어 약 1천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할 경우 임대주택은 통상 85세대를 짓게 되는데, 일반분양가가 ㎡당 300만원(3.3㎡당 약 1천만원), 임대주택표준건축비를 ㎡당 130만원(3.3㎡당 약 420만원) 정도로 가정할 경우, 조합 입장에서는 60㎡형 임대주택 1세대당 약 1억200만원 정도의 손실(60㎡×170만원/㎡)이 발생하게 된다. 85세대를 기준으로 하면 총 87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전체 조합원 수 300~500명으로 나눌 경우 조합원 1세대당 약 2천만~3천만원의 결손이 발생하게 되는데 결국 임대주택건립의무 제도로 인해 조합원 1세대당 약 2천만~3천만원씩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성이 열악한 지방 재개발사업장의 경우 이 정도의 추가부담이라면 사업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고, 거꾸로 현재 중단된 재개발사업장의 경우 이 규제만 없다면 사업이 다시 정상화될 수도 있는 규모이다.
 
해법은 뭔가
 
과거 특수한 상황에서 수립된 정책이 그 역할을 다하고, 이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러한 현실부적응  정책은 당연히 재고(再考)되어야 할 것이다.

어느 지역에서 임대주택이 필요한지 아닌지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잘 알 것이다. 더욱이 임대주택을 매입하거나 운영해야 할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인 바에는 임대주택을 건립할 것인지, 건립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의 여부를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토록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일 것이다. 따라서 ‘임대주택 의무 건립’ 정책은 각 지역의 주택공급 상황 및 소형 임대주택의 수요 등을 감안해 지방자치단체장이 건립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책이 수정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국토해양부 고시만 바꾸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즉 국토해양부의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의 고시내용 중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 비율을 규정한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7%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하여야 한다. 단,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시·도지사가 건설세대수의 50%까지 완화할 수 있다”는 내용에서 단서조항만 조정하여 “건설하는 주택 전체 세대수의 17%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하여야 한다. 단,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시·도지사가 임대주택 건설 비율이나 건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수정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적절하게 조정해 건립세대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임대주택건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경우 1차적으로 지역의 임대주택수요를 감안하고, 부동산경기가 과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 건설규모를 결정하여 지역 숙원사업인 도시환경을 정비하고 이를 통해 지방세수를 확충하며,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임대주택 의무건립 제도의 개선을 통해 중단되어 있는 지방재개발사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다수 주민의 민원을 해결하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건설업종의 회생이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방 재개발사업의 임대주택건설 규제완화 정책은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다른 정책에 비해 별도 예산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정책시행으로 인한 부작용도 거의 없는 반면 지방경제 활성화와 지역숙원사업 해결 등 정책효과는 대단히 크고 긍정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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