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옥주 부천 삼경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25시
유옥주 부천 삼경아파트 재건축 조합장 25시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8.07.11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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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1 18:13 입력
  
“섬세한 카리스마… 모범 사업장 만들겁니다”
‘신뢰받는 집행부 만들기’로 대변혁
 신문기사 스크랩 등 지식함양 힘써
 
삼경아파트는 부천시 내에서도 재건축사업이 가장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 중의 하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한 삼경아파트는 추진위원장이 2번이나 교체되는 등 투명하지 못한 집행부에 대해 토지등소유자들의 불만이 컸던 곳이다. 이후 2005년 유옥주 현 조합장이 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겸비한 유 조합장은 신뢰받는 집행부 만들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구체적인 행동강령을 실천해 나가면서 굳게 닫혔던 조합원들의 마음의 벽을 차츰 허물어 나갔다. 유 조합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일부 조합원들과 공무원들의 괄시도 받았지만 그럴수록 더 완벽하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일념으로 사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멸시의 눈초리는 신뢰의 눈빛으로 바뀌게 됐고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5월 관리처분 총회를 마친 삼경아파트는 100% 조합원 가입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부천시 유일한 여성 조합장인 유 조합장의 성공 노하우를 밀착 취재했다.
 
▲AM 9:00 사무실 출근=50대 중반의 유 조합장은 남편과 아들 두 명을 둔 평범한 주부다. 하지만 출근을 위해 현관문을 나서는 유 조합장의 얼굴에는 재건축 조합장으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이 잔뜩 묻어 난다.
 
삼경아파트 단지 안에는 벚꽃나무가 줄지어 있다. 하지만 유 조합장은 이 벚꽃 길을 걸어서 출근해 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조합장으로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는 동안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해야 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파트 현관을 나와 조합 사무실로 이동하는 동안 사업절차에 궁금한 게 많은 조합원들에게 둘러 싸여 일일이 상담해주다가 출근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이렇게 출근시간을 어기게 되면 사무실에서 상담하기를 원하는 조합원들이 ‘조합장이 제때 출근하지 않는다’며 질타를 하기도 했다.
조합사무실까지 걸어서 채 10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거리인데도 자가용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을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장이 조합원들을 피해 다닌다’고 오해하기도 했다.
물론 조합 사무실을 단지에서 더 가까운 거리에 얻으면 되겠지만 임대료가 비싸서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조합 사무실까지 걸어서 3~4분 정도 거리인 연립주택으로 이사를 해서 걸어서 출근한다. 요즘 유가도 많이 올랐는데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한 유 조합장은 밤새 비어있던 사무실을 둘러보고, 상근하고 있는 총무, 경리직원과 함께 차 한잔을 나누며 하루를 연다. 또 배달된 신문과 인터넷 스크린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꼼꼼하게 챙긴다.
요즘은 덜하지만 참여정부 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택정책을 확인하기 위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요즘도 재건축 관련 기사가 나오면 스크랩을 하면서 공부하는 등 그 습관은 바뀌지 않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하우징헤럴드’가 일등 공신역할을 하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AM 10:00 이주비 지급 업무 및 조합원 상담=삼경아파트는 지난 4월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이주기간이다. 그래서 요즘 유 조합장의 주 업무는 이주비 지급과 조합원 상담이다. 특히 총 378세대 중 세입자를 포함한 미이주자들을 대상으로 전화 상담에 주력하고 있다.
6월말 현재 95%에 달하는 조합원 및 세입자들이 이주한 상태로 유 조합장은 정해진 기간 내에 모두 이주를 시켜 단 한 세대도 명도소송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AM 12:00 점심식사=이날 유 조합장은 상담 시간이 길어진 한 조합원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5천원짜리 된장찌개를 먹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상담은 계속됐다. 유 조합장은 먹느라, 말하느라 쉬지도 못했다. 식사를 마친 유 조합장은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갔다. 사비로 계산했다. 상근직원을 제외한 조합원들과의 상담 뒤 먹는 점심값은 절대 판공비에서 충당하지 않는다. 조합원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싫어서다.
만약 조합원이나 협력업체들과 식사를 한 뒤 판공비를 사용하게 되면 유 조합장과 식사 한 끼 못한 조합원들이 반발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판단에서다.
 
 
▲PM 13:00 관공서, 세미나, 교육 등에 할애=유 조합장의 오후는 오전과 달리 여유가 없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공서를 방문하거나 재건축 관련 세미나, 교육 등에 참석한다. 자기계발을 통한 전문성 함양이야말로 사업성공의 지름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갖춘 유 조합장이기에 관공서나 협력업체 간 의사소통이 수월하다.
유 조합장이 처음 삼경아파트 재건축조합의 대표가 됐을 때에는 관공서로부터 ‘여자가 무슨 조합장이야’라는 식의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악언들은 유 조합장이 이 자리에 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재건축사업에 문외한이었던 유 조합장은 그 뒤로 재건축 관련 도서를 찾아보는 것은 물론 세미나, 교육 등에 참석하면서 지식함양에 힘써왔다. 관공서에서도 민원이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자 대단한 여성 조합장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러한 노력이 삼경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성공 비결인 것이다.
 
 
▲PM 18:00 사무실에서 하루 정리=오후 일정을 마치고 사무실에 돌아온 유 조합장은 업무일지 등를 작성하며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연월일시는 물론 분까지도 세심하게 기록한다.
또 대의원회의나 협력사 회의, 총회 등이 있을 때는 사전에 반드시 시나리오를 직접 작성한다. 여성 조합장 특유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PM 20:00 대의원회의=이날은 대의원회의가 있었다. 현재 이주단계에 있는 삼경아파트가 이주비, 중도금 등을 저렴한 이자로 대출받기 위해 금융기관 선정을 위한 안건을 의결하는 자리였다.
총 39명의 대의원 중 32명이 참석했다. 대의원들도 대부분 이주한 상태여서 모든 대의원들이 모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유 조합장과 함께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친 대의원들의 의지는 대단하다.
이날 대의원회의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금리가 가장 저렴한 은행이 선정됐다. 타 은행을 지지했던 대의원들은 조금은 아쉽지만 투표로 결정된 것이어서 더 이상의 불만은 제기하지 않았다.
대의원회의는 9시가 돼서야 끝났다. 예전엔 12시가 보통이었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상당히 앞당겨진 것이다. 대의원들이 유 조합장을 신뢰하면서 회의시간도 상당부분 단축됐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 조합장은 대의원들을 배웅하고 오늘 있었던 일들을 업무일지에 기록한다.
다른 조합장이었으면 참석한 대의원들과 함께 뒤풀이를 하는 등 약간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겠지만 유 조합장은 가족이 있는 여성인데다가 독실한 기독교인이어서 이런 문화가 매우 낯설다.
밤 10시가 돼서야 유 조합장은 사무실에서 나와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오늘과 같이 한 단계 한 단계 사업을 이어갈 때면 그 성취감에 흠뻑 취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몸은 비록 지쳐있지만 나중에 입주했을 때를 상상하면서 마음은 더욱 더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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