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싱크탱크’ 국토해양부 주택정비과
정비사업 ‘싱크탱크’ 국토해양부 주택정비과
  • 박노창 기자
  • 승인 2008.07.11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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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1 14:53 입력
 
주거문화·도시 르네상스 정책 ‘우리 손안에’
민원·업무량 많지만 사명감으로 ‘혼연일체’
신속·정확한 두뇌회전 필수… ‘인재 집합소’

 
국토해양부는 2차관, 5실, 3국, 1대변인, 18관, 92과(담당관), 9팀, 2센터로 구성돼 있다. 그 중 재건축·재개발을 담당하는 주무부서가 바로 주택정비과다. 정비사업과 관련된 모든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관련 종사자도 많은 재건축·재개발의 특성상 주택정비과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사고는 물론 신속하고 정확한 두뇌회전이 필수여서 공무원 중에서도 인재들만 모이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보기 드물게 한 부서에서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등 3개나 되는 법률을 담당하고 있다. 담당하는 법률이 많은 만큼 민원도 많고 업무량도 많다. 한 마디로 얘기해서 격무부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통상 1년간 국토부에 접수되는 민원이 대략 5천~6천건 정도 되는데 그 중에서도 주택정비과, 주택건설과, 건축과에 거의 모든 민원이 집중된다. 3대 민원창구인 셈이다. 민원처리에도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라는 게 이해가 된다.
 
김일환 과장을 비롯한 10명의 직원들은 무좀이나 종기를 달고 산다. 업무에 치이다 보면 화장실에 가는 것도 시간을 내야 할 정도로 바빠 자리를 뜨지 못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올해는 어느 해보다 여름이 일찍 찾아 왔지만 본지와 인터뷰 한 6월 27일에도 에어콘은 가동되지 않았다. 손수 마련한 작은 선풍기가 더위를 식혀주는 유일한 친구로 근무환경은 실상 보잘 것 없어 보였다. 겨울은 얘기 안 해도 상상이 됐다.
 
휴일 근무도 예사가 됐다. 이쯤되면 힘들다는 얘기도 곧잘 나올텐데 매번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잊고 지낸다. 소주 한잔 기울이고 싶지만 내일의 업무가 더 걱정돼서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보람이 큰 것처럼 주택정비과 직원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김 과장은 “밤낮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직원들을 보면 고맙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며 “재건축·재개발은 낙후된 구도심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인만큼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직원들에게도 한 가지 공포의 대상이 있다. 바로 휴일에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다. 당직이나 특근, 야근이 일상화 됐지만 그래도 간만에 쉬는 날 울리는 벨소리가 반가울 리 없다. 애들 보기도 미안하고 게중엔 신혼인 직원도 있다.
 
그래도 책임감과 사명감은 직원들을 일터로 이끈다. 정책 하나, 제도 하나에 국민들이 받게 될 영향을 생각하면 몸이 피곤한 게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신념에서다.
 
▲주민들도 재건축·재개발 지식수준 높아져=민원 얘기가 나온 김에 허술한 제도 때문에 민원이 많은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연히 ‘아니오’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긍정의 표시를 내비쳤다. 사실 〈도정법〉이 제정된 지 5년 정도 흐른 지금에서 완벽한 법이 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유삼술 사무관은 “제도가 아직까지 완벽하게 갖춰지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틀을 갖췄다고 본다”면서도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주민들의 지식수준도 상당 부분 높아지면서 제도개선의 목소리가 전보다 많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측면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 〈도정법〉 이전의 재건축·재개발과 이후는 확연히 구분된다. 초기 재건축·재개발은 각각 〈주택건설촉진법〉 〈도시재개발법〉 등에 따라 개발사업의 성격으로 진행됐지만 〈도정법〉으로 통합된 이후에는 ‘선계획-후개발’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도시계획적인 측면이 많이 가미됐다.
 
그에 따라 계획적인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국토부는 각종 규제나 지침, 기준 등을 제정했고, 이후 사업절차는 점점 더 확고해짐과 동시에 까다로와졌다. 단순한 ‘집짓기’ 차원에서 ‘도시재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이제는 전문지식이 없으면 사업진행도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처럼 재건축·재개발이 어려워질수록 국토부를 바라보는 눈은 많아지게 됐다. 지자체의 관원에다가 최근엔 주민들의 사소한 민원도 해결하며 법정역할도 하고 있다.
 
▲검찰 고소·감사원 감사 등 일부 악질 민원도=앞서도 밝혔듯이 워낙 많은 민원이 있다 보니 별의별 상황이 다 벌어진다. 황당함을 넘어 얼토당토 않은 민원을 겪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민원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질의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검찰에 고소를 하기도 한다.
 
최근엔 과천경찰서에서 피의자 심문조사를 받은 직원도 있고, 직위해제를 요구하면서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는 민원인도 있다. 민원인의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사실 속상하고 맥이 풀린다고 털어놨다.
 
▲재건축·재개발 입법 ‘논의 또 논의 끝에’=어떤 정책이 그렇지 않겠냐만은 특히 재건축·재개발 정책은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산고’ 끝에 나온다. 통상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지는 데는 입법 필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기 마련이다. 언론에 보도되거나, 사회적인 이슈 등이 그것이다.
 
김 과장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언론기사나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참조한다”며 “그런 면에서 재건축·재개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하우징헤럴드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우리 부를 공격하는 기사도 많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도정법〉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부서내 회의는 물론 관계 전문가 회의를 수십차례 거치게 된다. 그렇게 내부 방침이 결정되면 다시 내부의 규제개혁심사를 거친 후 입법예고가 돼서 국민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이후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유 사무관은 “정책의 파급효과나 업무의 중요성 등을 감안하면 충분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시간이나 일정을 감안해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신중히 결정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 목소리 듣기 위해 노력=전국의 수많은 재건축·재개발 현장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는 없다. 그래야 한다는 것은 부서직원들도 알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처럼 관련 협회의 의견을 더 많이 듣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고 말한다. 재건축·재개발은 사회적인 영향력도 큰 만큼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피부로 느껴야 확실한 처방전을 내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과장은 “핑계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의욕은 있는데 업무량이 많아 자주 현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모든 현장을 직접 방문해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그러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간곡히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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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안정돼야 규제완화 추진가능”
 
김일환
주택정비과 과장  
 
최근 국토해양부는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를 위해 〈도정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를 마쳤다. MB정부의 공약대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조치를 본격 가동하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정책의 주무부서인 주택정비과를 총괄하고 있는 김일환 과장에게 향후 정책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이 나왔다. 향후 어떻게 진행되나=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는 불로소득의 발생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일부에서 규제완화를 추가적인 개발이익으로 연결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곤란하다. 절차 간소화를 포함해 올 10월쯤 〈도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현재 관련 작업을 진행중이다. 다만 규제완화는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시장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은 도심지내 주택공급 통로이면서도 집값상승의 주범이라는 동전의 양면성을 모두 가졌다=최근 몇 년 사이에 주택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중심에 재건축·재개발이 있었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도심지의 순차적인 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려 간다면 궁극적으로 주택공급이 확대되고, 주택가격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자금난 해결을 위해 정부가 SPC나 PF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초기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위 단계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추진위의 법적 지위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SPC나 PF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시행이 가능해지면 전문성 부족이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합은 물론 공무원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교육이 중요하다고 보는데=물론이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비사업 관련 종사자들 모두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사업추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경우 재건축·재개발 과목이 상시 개설돼 있는 인재개발원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교육을 받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 등에도 교육과정이 개설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합이나 업체들도 교육을 통해 지식을 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건축·재개발 관련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재건축·재개발은 주택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섣부른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상황이 악화되게 할 수 없다.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관계자들의 협조와 이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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