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위·조합 시스템 혁신 선결과제
추진위·조합 시스템 혁신 선결과제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8.07.10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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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17:48 입력
  
주택정비사업 투명·전문성 무장해야 백전백승
집행부 ‘비리온상’ 오명벗고 자정능력 제고
조합원은 맹목적인 반대보다 대안 제시해야

 
“재건축·재개발은 비리의 온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기본이 10년” 등등…. 그동안 재건축·재개발은 도심지 내 주택공급과 주거환경개선, 기반시설 확충 등 순기능을 담당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과 언론들은 재건축·재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법·제도적 미비와 기업들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비리 등도 한 이유지만 집행부와 조합원간의 내부 갈등도 부정적인 평가를 거들었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재건축·재개발의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조합이 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법이나 제도가 개선된다 해도 조합이 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 집행부는 전문성과 비리에 대한 자정 능력을 높이고,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에게 정당한 대우와 권리를 존중해줘야 한다. 정직하고 투명한 재건축·재개발의 정착을 위해 이제는 조합이 바뀌어야 한다.
 
▲집행부-전문성 부족·불투명한 사업 추진으로 ‘불신’ 초래=정비사업은 절차가 복잡하고 각종 법률과 제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집행부의 지식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지난 2005년 본지가 추진위·조합 임원 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 임원들의 약 64%가 ‘보통 수준’이라고 답했으며 ‘전무하다’라는 답변도 약 9%에 달해 응답자의 70% 이상이 평균 또는 그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는 당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사실상 지식수준은 그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비록 3년 전 설문이기는 하지만 현재도 조합임원의 지식 정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지식함양을 위한 조합 집행부의 실천은 미흡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조합이 총회 진행은 물론 총회 소식지의 인사말조차 정비업체 등 협력업체에게 맡기고 있다. 또 총회 시 조합원들이 쏟아내는 질문을 조합장이 아닌 사회자가 답변하는 게 대부분이다. 회의 진행이나 사업의 절차 등에 관한 사항이야 그렇다고 해도 조합 내부의 사정까지 사회자가 답변하는 것은 조합원들의 의구심을 초래할 뿐이다.
 
이렇다 보니 조합원들에게는 조합이 업체에 끌려가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은 조합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고 이러한 불신은 집행부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불투명한 사업 추진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사업과 관련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합들은 투명과 정직을 강조면서도 실상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법에서 정한 알 권리조차 침해 받은 조합원의 입장에서는 분한 감정만 쌓이게 되는 법이다.
 
▲조합원-CEO급 책임 강요하며 대우는 없고 무조건 반대만=조합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조합원들 잘못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비사업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이런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임원에 대한 처우는 보잘 것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가 KRBID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합 임원의 급여는 생활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업초기에 있는 추진위원회의 경우 위원장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곳이 70%를 넘고, 무보수로 일하고 있는 추진위원장 및 임원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시 말해 업무와 책임은 대기업 CEO급을 요구하는 반면 대우는 거의 봉사를 강요하다시피 한다는 얘기다.
 
추진위·조합 임원들이 이같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조합원들의 편견과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즉 집행부 임원이면 당연히 ‘어두운 돈’을 받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어 월급을 많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추진위나 조합의 예산안이 다뤄지는 정기총회에서는 임원의 월급을 놓고 많은 언쟁이 오간다. 이렇다 보니 조합 임원은 ‘어두운 돈’의 유혹에 약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조합임원의 전문성 함양을 위해 지출되는 교육비마저 조합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악순환은 꼬리에 꼬리를 물 수밖에 없다.
 
또 이른바 ‘비대위’라 불리는 반대파나 일부 조합원들의 무조건적인 반대도 문제가 심각하다. 비대위는 본래 ‘비상대책위원회’의 줄임말로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조리나 특별한 사안  등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임체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인들의 지위나 이익을 얻기 위한 모임으로 변질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유언비어와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무조건적인 반대와 공격을 일삼는 등 도리어 사업을 지지부진하게 만들어 사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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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은 ‘밀고’ 집행부는 ‘끌고’
 
■ 어떻게 변해야 하나
 
전문가들은 조합이 사업시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때라고 충고하고 있다.
 
정비사업 특성상 많은 협력업체들과 일을 하게 되는데 이들을 관리·운영하는 동시에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필수다. 만약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면 중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협력업체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럴 경우 조합원과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우선 조합 집행부가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조합임원들이 스스로 지식 부족과 전문성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다면 꾸준한 공부를 통해 지적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주거환경연구원 등 관련 기관들에서는 조합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의를 개최하고 있어 이러한 기회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조합원들과 자주 접해 사업을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 조합원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사업을 공개하지 않는 등 말뿐인 공(空)약에 그칠 경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원들과 자주 만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동별 사랑방 좌담회와 같은 모임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동별 사랑방 좌담회란 총회개최 결정 후 동별로 미리 조합원들과의 모임을 만들어 토론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사랑방 좌담회는 일시, 장소, 상정안건 등 총회와 관련된 정보를 조합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고 조합원들의 질문과 의견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럴 경우 총회 당일 조합원들의 중복된 질문을 피할 수 있어 총회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또 조합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에 대해 답변함으로써 투명한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인터넷이나 소식지를 적극 활용해 투명성을 제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합원들은 조합 임원에게 적정한 보상과 대우를 하고, 조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비사업은 어디까지나 조합원들의 재산을 출자해 진행시키는 ‘사업’이다. 따라서 조합 임원에게 무조건적인 봉사와 희생을 강요하기 보다는 ‘사업에 참여한다’는 마인드가 중요하다. 적정한 보상이 있을 때 비리 유혹에 대한 내성이 생겨 투명하고 빠른 사업추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무조건적인 반대나 방관보다는 건전한 견제 역할에 충실하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사업이 올바르게 추진되는지 감시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주장하는 비대위는 집행부에게 적당한 긴장감을 줘 사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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