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등 기업 시스템 혁신 선결과제
시공사 등 기업 시스템 혁신 선결과제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7.10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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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7-10 17:43 입력
  
편법·탈법 관행 이젠 “끝”… 주거혁명 앞장서야
이윤 동시에 주택정비 본연에 충실해야
능력·실적없는 업체 퇴출제도 마련 필요

 
기업은 정부, 조합과 함께 주택정비사업을 이끌어 가는 삼두마차다. 좋은 제도가 근간이 되고 시행 당사자인 조합이 합리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도 시공사,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및 각종 협력업체가 그를 뒷받침할만한 역량을 지니고 있지 않으면 결국 한 축이 무너져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기 마련이다. ‘비리의 온상’, ‘복마전’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재개발·재건축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난 지금 점차 체계를 갖춰 가고 있다. 그만큼 과거의 오명을 벗고 도시의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이바지하는 바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기업도 과거의 이윤 추구만을 위한 수주 활동에서 벗어나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금력, 학연, 지연 위주의 수주 형태에서 벗어나 주거환경의 정비와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본연의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키우는 등 편법, 탈법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수주형태 실상은=‘말고 간다’, ‘들러리(바지)’, ‘나눠먹기’ 등등.
 
재개발·재건축 관련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종종 사용되는 은어들이다. ‘말고 간다’는 말은 한 업체가 특정한 구역에 대해 미리 ‘선’작업을 해 다른 업체가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구도를 만든 후에 수주를 하는 것이다. ‘들러리’는 ‘말아 놓은’ 구역에 대해 형식적으로 경쟁입찰의 방법을 취한 후 용역 단가나 조건이 불리한 업체를 데려와 입찰에 부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A구역에 대해 B업체가 집행부 등을 ‘작업’해 수주를 하기로 내정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B업체는 형식적인 경쟁입찰을 하기 위해 평소 친분이 있는 C업체에게 들러리를 서 줄 것을 요청하게 된다. 이 때 B업체의 용역단가나 조건은 C업체보다 다소 낮게 책정한 입찰제안서를 제시하게 되고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토지등소유자들은 기업의 능력이나 조건의 적정성 등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기회조차 잃어버린 채 B업체를 총회에서 선정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업체가 입찰제안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그 업체가 참여할 수 없는 입찰조건을 내세우도록 집행부를 작업하는 것도 ‘말아 놓은’ 업체의 몫이다.
 
이러한 관행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한 업체의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총회에서 토지등소유자가 선정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만약 토지등소유자들이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기가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시공자의 경우는 2006년 8월 25일부터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 기준〉이 시행되고 총회에 총원의 과반수가 직접 출석해야 성원이 가능해 ‘나눠먹기’의 형태가 이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이러한 관행은 남아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경우 재정비촉진지구의 신규 물량과 수도권의 상당수 사업장은 이미 일부 시공자들끼리 협약이 끝났다는 말이 들린다”며 “2006년 8월 25일 이전 수주 광풍이 불었던 때만큼은 아니지만 시공자 선정 기준에도 불구하고 시공자들이 서로 담합하면 이른바 나눠먹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조합이 입는 폐해는 다른 업체의 그것과 비교해 가장 큰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공사비가 조합의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절대적이고 또 실질적인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비용을 과다계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시공사의 편의대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 향후 추가공사비가 발생할 우려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정비업체의 수주형태 개선 필요=일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들의 수주 관행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본이나 전문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정비업체들이 일단 수주를 해 놓고 보자는 식으로 영업을 하면서 폐단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운영비 지급이나 조합 운영에 대한 자문을 못해 사업이 답보 상태에 있는 구역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모 정비업체 대표는 “수주를 해 놓고 관리를 하지 않아 피해를 입는 구역을 자주 볼 수 있다”며 “이러한 경우 사업이 지연돼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토지등소유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이나 실력이 없는 업체들이 수주를 하는 이유는 대부분 현장을 다른 업체에게 돈을 받고 팔아넘기기 위한 것”이라며 “결국 행정서비스 등 본연의 업무를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수주 후 되팔기 식의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벌이에 집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에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로 등록된 업체는 50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이름만 등록해 놓고 실적이 전무한 곳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업계 종사자들은 전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능력이 없거나 이름만 등록한 업체는 선별 작업을 통해 업계에서 퇴출시켜야 재개발·재건축이 깨끗해질 것”이라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부 기업이 과열·혼탁 부추겨=재개발·재건축사업은 혼탁하고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비판이 일부 기업들의 잘못된 수주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 S시의 경우 일부 시공자들이 향후 조합설립인가 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순진한 추진위원회 집행부에게 물량 공세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오고 있다. 식사 및 향응 접대는 물론이고 골프접대 등 벌써부터 과열양상을 띠고 있는 것이다.
 
S시의 한 추진위원회 임원은 “우리 구역은 아예 시공자 관계자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며 “일부 구역은 이미 특정 시공자가 내정됐다는 소문도 공공연하게 들려 온다”고 전했다.
 
경기도의 B시도 사정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업체의 직원들이 아직 추진위원회 승인도 나지 않은 구역의 주민들을 상대로 뒷돈을 대줬다거나 향응을 접대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이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수주를 위해 정당한 영업 활동을 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일부 도시에서는 도가 지나친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다”며 “순진한 주민들을 현혹시켜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수주를 한다면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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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보직이 전문성 저해
 
■ 시공자 문제점
 
시공자는 재개발·재건축과 관련된 기업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조합의 지출 내용 중 가장 큰 금액을 차지하는 것이 시공비이고 조합의 운영비를 대여해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시공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공자에 대해 ‘을 중의 을’이라는 말로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시공자 직원이 전문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 지식 습득과 더불어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순환보직을 이유로 다른 부서로 떠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무 특성상 주택정비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를 기피하는 것도 전문성 있는 직원을 배출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개 시공자 직원들은 대체로 ‘갑’의 위치에서 업무를 보게 되지만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또 업무 특성상 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주말에도 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아 기피 대상이기도 하다. 많은 직원들이 빨리 다른 부서로 옳기고 싶다는 말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시와 같이 시공자들도 재개발·재건축을 담당하는 부서 직원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도 잦은 제도의 변경, 민원 폭주, 많은 업무량, 전문지식 습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재개발·재건축을 담당하는 부서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시는 우수 인력들이 계속 근무하도록 하기 위해 인사고과 반영 등의 인센티브 제도를 실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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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윤리·전문성 확보돼야
 
■ 해법은 뭔가
 
기업은 추진위원회·조합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지원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전문성은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각 업체에서는 수주를 하기 위해 전문성을 지닌 직원을 투입해 추진위원회나 조합의 환심을 산 후 정작 계약을 한 후에는 신입 사원을 담당으로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이유로 사업이 혼선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주가 진행 중인 S구역의 조합장 또한 “솔직하게 말해 지금 선정한 협력업체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사업 초기에는 업체들의 면면을 잘 몰라 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총회에 상정했지만 다른 구역에서 우리 구역의 협력업체를 선정하려 한다면 긍정적인 말을 해 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엄정진 주거환경연구원 팀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기업은 전문 지식을 조합이나 추진위원회에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업 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며 “사업에 근거가 되는 법도 여러 가지일 뿐 아니라 실무에서도 많은 전문성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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