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별곡
리모델링 별곡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8.05.22 0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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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2 14:20 입력
  
한 정비업체 대표는 리모델링 사업에서 곧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방기되다시피 되어 있는 리모델링 제도에 신물이 나 손을 떼기로 했다는 것이다. 법적 지위가 인정되지 않은 추진위원회에 계속 목매고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추진위의 요구는 많아지고 그에 따른 용역비 회수는 어렵다고 했다. 행여나 사업이 중단이라도 되면 이익은 고사하고 현재까지 투입된 비용에 대한 보전까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한 리모델링 단지에서는 나이 지긋한 여성 추진위원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겁에 질린 채 울음을 터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시공자 선정총회가 열렸는데 총회 방해자들이 입구를 막아 결국 총회가 무산됐다. 이 총회방해자들은 경쟁에서 밀린 건설사의 사주에 의해 보내졌다는 얘기가 돌았다. 총회무산으로 화가 난 조합원들은 총회 방해자 대신 추진위원들을 둘러싸고 책임을 물었다. 300~400명의 격앙된 군중이 몇 사람을 둘러쌌는데 둘러싸인 여성 추진위원은 놀라서 울면서도 서면결의서 봉투를 빼앗기지 않으려 손에 힘을 주었다. 평화스럽던 아파트단지가 리모델링으로 인해 이렇게 시끄러워질 줄은 그 누구도 몰랐다. 눈물을 흘리는 추진위원도 처음 겪는 것이라 놀랐고 격앙된 조합원 군중도 처음 겪는 일이라 놀랐다.
 
신도시에서 개업하고 있는 한 중개업자는 인근 아파트에서 리모델링 설명회를 한다고 시끌벅적하더라도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리모델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한다는 현수막만을 붙여 놓아 시세만 올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중개업자는 재건축만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건축을 대신해 활성화시키겠다던 리모델링은 사람들 뇌리에 이런 부정적 모습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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