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희의 풍수지리> 테헤란로 53층 스타타워 ‘풍수괴담’에 곤혹
<고제희의 풍수지리> 테헤란로 53층 스타타워 ‘풍수괴담’에 곤혹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05.2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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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22 13:33 입력
  
프라자호텔은 ‘칼날’의 형세
물 많이 배치 날카로움 무마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 대표이사
 
(21)대형건물과 풍수지리 마케팅
 
행운과 불행은 모두 풍수에서 온다고 믿는 홍콩의 풍수지리 숭배는 우리나라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홍콩은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풍수지리의 천국인데, 결혼ㆍ개업 날짜는 물론 건물의 위치나 방향, 가구의 배치와 창문 위치까지 풍수지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2007년 홍콩의 풍수지리 시장 규모는 대략 25억 홍콩달러(약 3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풍수지리를 바라보는 시각은 비단 홍콩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이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일부 현대인들은 풍수지리에 기대어 위안을 삼으려고 한다. 불경기일수록 풍수 컨설팅 수요가 늘어나며, 부자일수록 건물을 사고 팔거나 공장을 옮기는 등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풍수를 고려해 최종 결심을 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이 있다. 그런 연유로 사옥이나 사무실빌딩과 관련한 풍수 이야기들이 제법 회자되고 있다. 그 중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의 테헤란로에 있는 53층짜리 ‘스타타워’빌딩은 풍수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벅스뮤직, NHN, 그래텍 등 성공한 IT업체들이 입주할 당시만 해도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평당 2천500만원이 넘는 임대료를 자랑했다.
 
당시에는 이 빌딩에 입주하는 것 자체만으로 ‘성공기업’이라는 간판을 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국내 최대의 인터넷 음악사이트로 한참 잘 나가던 벅스뮤직이 이 빌딩에 입주하자마자 잇따른 소송으로 고사 위기에 이르면서 ‘타워괴담’이 유포되기 시작했다.내용인즉 스타타워의 터는 엄청난 화(火)기가 응집된 곳으로 터에서 뿜어내는 그 열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터를 소유하면 기가 쇠퇴해 쇠락한다는 것이다. 이 터를 소유했던 큰손 J여인, L호텔, R호텔이 줄줄이 부도 신세를 면치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특히 건물을 지은 H사는 화(火)의 기운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건물 모양을 피라미드형으로 지어야 한다는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피라미드형으로 설계했으나 무슨 사정이었는지 완성하지 못했고, 결국 재정난으로 건물을 미국계 부동산회사인 ‘론스타’에 넘기게 됐다는 설이 괴담을 한층 그럴듯하게 뒷받침한다. 결국 이 빌딩은 화(火)를 제압하는 수(水) 기운이 강한 외국기업에 넘어가 무사히 완공을 마쳤지만 그럴 경우 빌딩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그 화를 입게 된다는 내용이 덧붙여졌다.
 
‘타워괴담’이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린 후 한 IT산업의 대표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사무실을 구하기 전에 풍수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았다”면서 “그 때문에 성공했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IT산업의 경우 첨단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불확실성이 높아 아무 근거 없는 풍수지리 괴담이 그럴듯하게 각색돼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반면 풍수가 좋은 빌딩으로 소문이 난 건물도 있다. 종로의 이마(利馬)빌딩은 대표적인 명당 오피스빌딩으로 통한다. 임금의 말을 기르던 터로, 월드컵조직위원회가 대회의 성공을 기원하며 이마빌딩을 택했을 정도였다. 삼일회계법인, 코카콜라, ING생명,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쟁쟁한 기업들도 이 빌딩을 거쳐갔다고 한다.
 
입주 당시에는 신생업체 혹은 지점이었다가 사무실이 비좁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지사를 설립하려는 외국 기업이 사무실 자리로 가장 먼저 알아보는 곳이 바로 이마빌딩이라는 것이 주변 부동산업자들의 귀뜀이다.
 
또 웨스틴조선호텔도 곳곳에 풍수지리를 고려한 장치들이 배치돼 있다.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경영진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것이라는 게 호텔측의 설명이다. 호텔 서쪽에는 ‘물’을 많이 배치한 게 특이하다. 20층 중식당 호경전에는 수족관이 설치돼 있고, 3층에는 실내수영장이 있다. 이러한 배치에는 길 건너편 프라자호텔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풍수지리학상 프라자호텔은 ‘칼날’의 형세로 조선호텔 쪽을 향하고 있으며, 칼날의 날카로움을 무마시키기 위해 물을 많이 배치했다는 것이다.
 
호텔 후문에는 돌사자 2마리가 자리하고 있으며 사자상에는 붉은색 리본이 항상 달려 있다. 과거 한 호텔직원이 사진촬영을 위해 리본을 풀었다가 문책을 당할 뻔한 일이 있었다고도 전해진다. 이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이 붙는다. 호텔 터가 구한 말 고종황제 즉위 뒤 하늘에 제사를 지낸 원구단 자리로 음기가 강한 곳이어서 이를 누르기 위해 양(陽)의 동물인 사자와 양기를 상징하는 붉은 리본을 장식했다는 것이다. 호텔 후문 쪽이 허결(虛缺)에 해당하는 위치거나 사사로운 기운이 침투하기 쉬운 곳이라 이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처럼 풍수가 세계적 웰빙 코드로 떠오르면서 기(氣)의 흐름을 고려한 주택이나 사무실의 가구 배치와 실내장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풍수지리를 과학적ㆍ논리적으로 검증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풍수지리 마케팅’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킨 이러한 풍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언론들이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대동풍수지리학회 02-3473-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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