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정비사업 공사비 500만원 돌파… 재건축·재개발 추월
소규모정비사업 공사비 500만원 돌파… 재건축·재개발 추월
‘고비용-저품질’ 구조… 이대로 둘 건가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0.04.06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위15-1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비 3.3㎡ 당 535만원 
신반포15차 재건축은 500만원… 35만원이나 더 높아
업계 “사업규모 확대시켜 비용절감할 수 있게 해줘야”

 

[하우징헤럴드=김병조기자] 가로주택정비사업의 3.3㎡당 공사비가 재건축 공사비를 추월했다.

호반건설이 지난 2월과 3월 두 달에 걸쳐 각각 참여한 서울 성북구 장위15-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사업 두 곳의 공사비를 비교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인 장위15-1구역의 3.3㎡당 공사비가 더 비싸다.

장위15-1구역에서 내놓은 3.3㎡당 공사비는 535만원, 신반포15차 공사비는 500만원이다. 이미 철거가 끝난 신반포15차의 특수한 상황을 감안, 3.3㎡당 철거비 15만원을 합산하더라도 515만원이니 여전히 장위15-1구역보다 낮다.

업계에서는 “이 공사비는 호반건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폭리를 취하고자 내놓은 금액이 아닌 실제 공사에 필요한 금액”이라며 “이게 적나라한 소규모정비사업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 역시 “535만원의 공사비는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내놓은 공사비”라며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금액”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줄줄이 500만원대의 소규모정비사업 공사비 출현이 예고되면서 소규모정비사업에 대한 정책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공사비 500만원 넘는 게 현실… 지원책 내놔야”

강남 핵심 사업지인 신반포15차와 강북의 장위15-1구역의 이번 비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현실을 한 눈에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단위 면적당 공사비가 더 높은데, 앞으로 제공될 주거환경의 품질은 재건축보다 낮다는 점에서 소규모정비사업 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업 조건에서부터 마감재까지 사업방식 간 차이가 두드러진다. 신반포15차 재건축에서는 △사업비 조달 금리 0.5% △미분양시 100% 대물변제 △분양대금 상환은 조합 사업비부터 상환한다는 등 조합에 유리한 조건과 함께, △독일 최고급 주방가구 브랜드라고 평가받는 ‘불탑’과 ‘아란쿠치네’△바닥재로는 이탈리아산 타일 또는 원목마루 △주방 상판, 벽체, 거실 아트월에 이탈리아산 세라믹 타일 △욕조, 세면대 등에 독일브랜드 한스그로헤 등 다양한 고가 수입 명품 자재를 적용한다. 여기에 스타일러, 와인셀러, 의류건조기 등 LG전자 최고 등급의 가전제품 라인까지 총망라돼 설치된다. 

이와 달리 장위15-1구역에서는 최근 트렌드 수준의 마감재를 제시했다. 여기에 △사업비 조달은 HUG를 통한 수요자 금융 방식 추진 △공사비 산정 시점은 2020년 2월로, 향후 물가상승률 적용 △일반토사 100% 지질조건 △분양대금 중 공사비부터 상환 등을 제안했다. 다만 주방가구로 독일브랜드 ‘놀테’, 부부욕실 양변기와 세면대에 ‘아메리칸 스탠다드’제품 설치를 제안해 인근 재개발 아파트 수준에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실제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의 공사비는 지난해부터 500만원대를 노크해 왔다. 지난해 9월 라온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서울 중랑구 세광하니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 현장의 공사비가 3.3㎡당 500만원이다. 당시 경쟁사로 수주에 참여했던 서해종합건설도 51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해 평균 공사비 수준을 가늠하게 했다. 

나아가 사단법인 주거환경연구원에서 조사ㆍ분석한 지난해 각 사업방식별 공사비 내역에서도 소규모정비사업의 공사비 상향 평준화 추세가 확인된다. 조사 내용에 따르면 3.3㎡당 평균 공사비가 재건축ㆍ재개발 현장 23곳의 경우 464만원이었지만, 소규모정비사업 2곳의 평균 공사비는 513만원에 달해 두 사업방식 간에 약 50만원의 차이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공사비가 500만원대를 넘어야 소규모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공사비가 그 이하가 된다면 아예 수주하지 말라는 경영진의 지시가 내려진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 등 소규모정비사업 공사비는 3.3㎡당 500만원을 넘어가는 게 맞다”면서 “현재 500만원이 안 되는 곳들은 조만간 설계 변경 등의 과정을 거치며 본계약 과정에서 공사비를 조정해 500만원 대에 진입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놨다. 

▲소규모정비사업의 한계… 공사비 부담은 높고, 품질은 낮고

소규모정비사업의 공사비가 높은 원인은 사업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아 소위 ‘규모의 경제’가 불가능해 공사비 절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그 이유로 공사비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들 중 고정비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든다. 사업규모가 크든 작든 일단 해당 용역이 진행되면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신축 2천가구의 큰 현장이든, 200가구의 소규모 현장이든 동일한 금액이 지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이 대표적 사례다. 모델하우스는 일반분양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시설로 분양성공과 직결돼 생략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일반적인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은 전체 건물 한 채당 15억~16억원이 드는데, 이 때문에 신축 연면적 8천평(신축 약 200가구)의 경우 3.3㎡당 공사비 중 대략 20만원이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으로 배분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신축 연면적이 10배가 커져 8만평이라고 한다면 모델하우스 건립 비용은 반대로 3.3㎡당 2만원으로 떨어진다. 

이 같은 ‘규모의 경제’원리는 자재 구입 시 장비 대여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시멘트ㆍ철근ㆍ창호ㆍ배관ㆍ씽크대ㆍ양변기ㆍ바닥재 등 아파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제품 계약시에도 단가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건설장비 대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포크레인 등 육중한 건설장비들은 업무량이 많든 적든 간에 현장에 출동한 이상 업무량과 상관없이 정해진 용역비를 받는다. 

소규모 현장은 현장 인건비도 더 높게 부담해야 한다. 현장소장을 비롯해 공무팀장ㆍ재무팀장 등 주요 보직자들이 소규모 현장이라고 해서 절반만 고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규모가 다르더라도 담당하는 업무량은 거의 엇비슷한데, 해당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소규모 현장의 공사비 부담이 더 크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절감 협상이 가능한 최소한의 사업규모는 신축 연면적 2만평(공사비 1천억원)이 넘어야 한다”며 “더군다나 소규모정비사업의 경우 폭 6m 좁은 도로변에서 진행하다 보니 용적률이 남아있다고 해도 도로사선제한 등으로 인해 층수제한에 걸려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 이를 위해 사업규모를 좀 더 확대시켜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