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청산자 발생해도 시장·군수 신고만으로 조합설립 변경 가능”
“현금청산자 발생해도 시장·군수 신고만으로 조합설립 변경 가능”
  • 심민규 기자
  • 승인 2012.07.25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제처 “경미한 변경 아니다”-업계 “현실 무시한 해석”
국토부 “현금청산도 경미한 변경 사유… 시행령 개정”

 

 
분양신청을 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현금청산자가 발생할 경우 조합원 동의를 받지 않아도 신고만으로 조합설립변경을 할 수 있게 된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4일 ‘국토부·수도권 지자체 주택정책협의회’에서 현금청산으로 인한 조합설립변경을 경미한 변경에 포함시키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금청산으로 인해 조합설립을 변경할 경우 경미한 변경으로 인식해 왔었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제처가 ‘경미한 변경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논란이 됐다. 경미한 변경의 경우 행정청에 신고만으로 가능하지만, 중대한 변경일 경우에는 동의서를 다시 징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내려진 후 업계에서는 동의서를 다시 징구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아예 조합설립 변경을 신청하지 않는 사례도 등장했다. 결국 국토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논란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법제처 “현금청산, 경미한 변경 해당 안 돼” VS 업계 “현실 무시한 해석… 경미한 변경이 타당”=현금청산으로 인한 조합설립인가 변경에 대한 논란은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법제처는 지난 2월 구리시가 “주택재개발사업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6조에 따라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가 조합원 자격이 상실됨에 따라 조합설립 변경을 하려는 경우 경미한 사항의 변경으로 볼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시·도 조례에서 조합설립 변경의 경미한 사항으로 정하고 있는 바가 없다면, 경미한 사항의 변경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법제처는 “조합설립 변경의 경미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조합설립 변경 사항의 중요성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조합원의 동의를 받아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도록 할 경우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시장·군수에게 신고함으로써 조합설립 변경을 가능하도록 한 것”이라며 “예외적으로 경미한 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문언에 규정된 것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즉 〈도정법〉 시행령 제27조에는 ‘경미한 사항’에 대해 △조합의 명칭 및 주된 사무소의 소재지와 조합장의 주소 및 성명 △토지 또는 건축물의 매매 등으로 인하여 조합원의 권리가 이전된 경우의 조합원의 교체 또는 신규가입 △조합임원 또는 대의원의 변경 △건설되는 건축물의 설계 개요의 변경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의 변경 △법 제4조의 규정에 의한 정비구역 또는 정비계획의 변경에 따라 변경되어야 하는 사항 △그 밖에 시·도 조례로 정하는 사항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경미한 변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법제처의 법령해석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단순히 조합원 숫자가 변경된 실질적인 경미한 사항임에도,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중대한 변경으로 본 것은 지나치게 법령 규정만을 해석했다는 주장이었다.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의 최태수 사무국장은 “분양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철회한 토지등소유자 등은 조합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조합원 자격이 박탈되는 사항”이라며 “조합원의 권리나 분담금에 변경이 발생하는 중대한 사항이 아닌 만큼 경미한 변경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을 다시 설립해야 하는 만큼의 동의서를 다시 걷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성을 무시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국토부가 현금청산으로 인한 조합원 변경을 경미한 변경 사유에 포함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같은 논란은 사라질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금청산 조합원은 관리처분계획 단계에서 조합원 자격이 자연스럽게 제외되지만 법제처 유권해석이 이를 인정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금청산으로 인해 사업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법령상으로 명확히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주민들 이주한 상황서 75% 이상 동의는 불가능"

 ■ 부작용 실태

법제처가 ‘현금청산으로 인한 조합설립 변경은 경미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는 법령해석을 내린 후 일선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경미한 사항의 경우 시장·군수에 신고만으로 변경이 가능하지만, 중대한 변경일 경우에는 조합설립 동의율에 맞춰 동의서를 다시 징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관리처분인가 후 이주 단계에서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현금청산자가 발생하는 경우 또 다시 조합설립 변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이미 이주를 나간 상황에서 동의서를 3/4 이상 징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이에 따라 일선 조합에서는 동의서를 재징구해야 하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조합설립 변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재개발 조합장은 “법제처의 유권해석은 사실상 조합을 다시 설립하라는 것인데, 동의서를 다시 징구하게 되면 그만큼 사업이 늦어지게 된다”며 “조합설립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합설립 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사업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대표적인 것이 총회다. 일반적으로 분양신청이 완료되면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총회를 개최하게 되는데, 의사·의결 정족수 산정이 문제가 된다. 즉 현금청산자의 경우 현금청산이 완료되면 조합원 지위가 박탈되는데, 조합설립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총회 의사·의결 정족수에 제외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현금청산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동의서를 다시 징구해 조합설립을 변경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조합설립 변경을 하지 못하는 조합들이 많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원활한 사업추진의 방해 요소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미한 사항 판단여부
법에 한정해서는 안돼

■ 대법원, 법제처와 엇갈린 판결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 법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경미한 사항도 포함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조합설립 변경이 아닌 관리처분 변경에 대한 판단이긴 하지만, 법제처와는 정반대 논리로 해석하고 있어 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신영철 대법관)는 지난 5월 이 모씨 외 2명이 금호제11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을 상대로 낸 ‘관리처분계획 변경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변경은 도정법 시행령 제49조의 각호에 규정된 사항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현행 〈도정법〉 제48조제1항에는 사업시행자가 분양신청기간 종료 후 분양신청을 기초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시장·군수에게 인가, 또는 변경을 받도록 하고 있다. 다만 단서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에는 시장·군수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관리처분계획수립·변경 시에는 시장·군수의 인가를 받아야 하고, 경미한 변경인 경우에는 시장·군수에 신고만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조합설립·변경 시와 동일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경미한 변경은 예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만을 적용해야 한다는 법제처의 해석과는 달리 경미한 변경 사유의 확대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관리처분계획의 수립 또는 변경을 위하여 조합 총회의 의결 및 행정청의 인가절차 등을 요구하는 취지는 자신의 권리의무와 법적 지위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는 조합원 등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한 것”이라며 “반면 관리처분계획의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필요성이 그다지 크지 아니하기 때문에 행정청에 신고하는 것으로 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미한 사항을 변경하고자 하는 때’란 도정법 시행령 제49조의 각호에 규정된 사항들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며 “변경대상이 되는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을 구체적·개별적으로 살펴보아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치지 아니하더라도 그 변경내용이 객관적으로 조합원 등 이해관계인의 의사에 충분히 부합하고 그 권리의무 내지 법적 지위를 침해하지 아니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경우 등도 포함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즉, 변경 사유가 의결을 거치지 않더라도 조합원의 의사에 부합하고, 권리의무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경미한 변경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의 판결을 유추 적용한다면 현금청산으로 인한 조합설립 변경인가 역시 동의서를 징구하지 않더라도 조합원의 의사에 부합하고, 권리의무를 침해하지 않으므로 경미한 변경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H&P법률사무소의 박일규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경미한 변경의 경우 명시 규정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경미한 변경도 포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금청산으로 조합원 지위를 포기하는 것은 남아 있는 조합원의 권리의무에는 침해가 되지 않는 사항인 만큼 경미한 변경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