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손에 넘어간 ‘상한제 피하기’
지자체 손에 넘어간 ‘상한제 피하기’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7.12.04 0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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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04 17:51 입력
  
관리처분절차 이행 적법성 논란 통과될까… 반려될까
법 공백에 대한 해석 차이… 위반 여부 파악 모호
분양신청기간 단축·성원 조작 등 편법행위 발생

 
분양가상한제를 피하고자 사업진행 절차를 재촉하던 조합들이 지난 달 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위해 줄달음질쳤고 그 결과 인가 신청까지 마쳤다. 이제 공은 인허가 주무 관청인 지자체로 넘어갔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 수립 과정에서의 절차 이행 위반여부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명백한 위반에서부터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모호한 경우까지 다양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조합들 “시간 줄이자”=조합 입장에서는 관리처분인가 신청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 분양가 상한제 제외 기준이 기한 내 ‘관리처분 인가 신청’ 사실 여부를 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가 신청을 위해 거쳐야 하는 일련의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조합들의 다양한 방법들이 총동원됐다.
 
건교부에서 내놓고 있는 일반적인 관리처분 절차는 분양신청의 통지 및 공고쭭분양신청쭭종전·종후 감정평가쭭관리처분계획서 작성쭭총회 의결쭭공람 및 의견청취쭭인가 신청의 절차다.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라는 규제를 피하려는 의욕이 앞서면서 통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경우다. 통상적 절차를 벗어나다 보니 절차의 적법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10월과 11월 관리처분총회를 즈음해 조합에서는 공람 기간 선후 문제에서부터 시작해 분양신청 기간 단축, 성원 조작과 함께 관리처분 안건에 대한 날치기까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례 1. 선공람 가능할까=공람 기간의 단축을 위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는 경우다. 조합들은 총회 일정을 진행시키면서 공람을 함께 진행시키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공람의 시기가 언제냐는 것은 예전부터 논란이 있어 왔던 부분이다. 총회 의결 이전에 공람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총회 의결 이후에 공람을 진행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공람 절차의 취지는 조합원들이 작성된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확인을 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정법〉에서 구체적인 공람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총회 전에 공람을 할 수도 있고 총회 후에 할 수도 있고 총회 일정을 진행하면서도 별도로 공람을 할 수 있다는 각각의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도정법〉 제49조 1항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관계서류 사본을 30일 이상 토지등소유자에게 공람하게 하고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구체적인 선후 일정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
 

건교부에서는 총회 의결 후 공람을 진행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공람의 대상이 되는 관리처분계획 수립이 필요하고 관리처분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즉 총회에서 관리처분계획 결정이 이뤄지고 나서 공람 대상이 확정된 후 그에 대한 공람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한 반론도 팽팽하다. 조합 집행부에서 총회에 상정하는 관리처분계획은 하나의 미확정 안건일 뿐이며 미확정 안건에 대해 찬반을 묻는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회 의결 전에 조합 집행부에서 작성한 관리처분계획(안)을 먼저 공람토록 해 조합원들이 충분히 검토하게 한 후 의견 수렴을 거쳐 그에 대한 최종 확정을 총회에서 결정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일까지 지자체에 신청된 관리처분인가 신청의 상당수가 이 같은 논리에 의해 선공람을 진행시킨 후 총회 의결을 거쳐 인가 신청을 했다.
 
조합 측에서 선공람을 선호하는 이유는 행정절차상 요구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총회 일정 준비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공람 기간도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번에 두 가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난달 말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하고 공람없이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접수시킨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에 구체적인 공람 시기가 없기 때문이다. 〈도정법〉 제49조 1항에서는 ‘관리처분인가를 받기 전’이라고만 명시돼 있다. 이 경우 인가 신청 접수 후부터 공람이 진행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사례 2. 분양신청 기간 단축 가능할까=시간을 줄이기 위한 편법 중에는 분양신청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등장했다.
 
서울의 A조합은 분양신청을 하루 만에 끝냈다. 그리고 토지등소유자 100%에 대해 각서를 받아 향후 변경 사항이 없다는 내용을 확정받았다. 토지등소유자 중 조합원에게는 분양신청 사실을 번복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미동의자에게는 현금청산 하겠다는 내용을 확정하겠다는 내용으로 각서를 받았다. 토지등소유자가 10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이들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조합은 분양신청 기간과 함께 공람 기간을 합쳐 통상 60일이 넘는 관리처분 관련 절차 기간을 30일 안팎으로 대폭 줄였으며 지난달 말 관리처분 인가 신청 접수를 마쳤다.
 
법에 명확한 문구가 없어 해석의 어려움을 겪는 〈사례 1〉 부분과 비교해 볼 때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조합의 행동은 겉으로 보기에 명백한 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도정법〉 제46조 1항에서는 “분양신청기간은 그 통지한 날로부터 30일 이상 60일 이내로 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강행규정 성격을 띠고 있다.
 
하지만 ‘하여야 한다’라는 강행규정 성격에 대해 조합 측은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 조합원과 미동의자들 100%가 각자 분양 및 현금청산의 의사를 밝혔고 그 부분을 각서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향후 변경 내용이 없다는 확약이 이뤄졌을 경우 사실상 남은 기간은 불필요한 시간이라는 것이 조합 측의 주장이다. 그래서 조합원 및 미동의자의 100% 각서에 의한 의사표시가 이뤄진 직후에는 분양신청 기간을 그 시점에서 종료할 수 있고 또한 다음 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 변호사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뉘어 있다. A변호사는 “강행규정 위반으로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정비사업과 관련해 절차법 성격을 갖고 있는 〈도정법〉에서 ‘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규정지은 부분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 내용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만일 한 사람이라도 소송을 제기하게 될 경우 관리처분 인가 신청 자체가 뒤틀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법에서 최소 30일 이상을 언급한 이유는 분양신청 공고를 접한 조합원 및 미동의자들이 아파트 분양을 받을 지 현금 청산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분양신청을 했다가도 추후 철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법에서 30일로 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법 조항이 ‘하여야 한다’라는 강행규정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조항이 결국 보호하고자 하는 법 취지가 무엇이냐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국 겉으로 드러난 ‘하여야 한다’라는 문구에 치우치기 보다는 그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B변호사는 “이 조항에서 결국 보호하자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 조항은 분양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다”라면서 “조합원 및 미동의자들이 100% 자신의 의사 표시를 완료했다면 남은 기간은 사실 필요없는 기간 아니냐”고 반문했다.
 
법에서 최소 30일 이상의 기간을 명시하고 있는 이유 자체가 최소한 이 정도 기간을 줘야 분양을 받고자 함에도 개인적 사정 등으로 신청이 늦어지는 사람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라는 것이다. 분양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에는 〈도정법〉 제47조 1호에 의해 자연스레 현금청산 대상자가 되기 때문에 이 같은 법적 절차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현금청산자가 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분양신청 기간 단축에 대해 해당 지자체 공무원 또한 크게 문제없다는 반응이다. 관할 구청 담당자는 “분양신청이 100% 종료됐는데 분양신청 기간이 왜 더 필요한가”라며 “분양신청이 완료됐다는 근거 서류만 뒷받침된다면 분양신청 기간을 줄이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 이 담당자는 “분양신청이 완료됐다는 검증 서류가 얼마나 진정성을 담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깊이있게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다른 지역 구청 담당자 또한 이와 비슷한 반응이다. 이 담당자 역시 100% 의사표시가 확정되었다면 더 이상의 분양신청 기간이 필요없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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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처분으로 조합내분 우려도
 
■ 향후 파장
 
현장에서는 이처럼 법 해석에 대한 논란 사례도 있지만 명백한 법 위반 사례도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관리처분인가 통과를 위해 단상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의사봉을 두드려 통과시켰다. 또 다른 경우에는 성원 내용을 조작해 향후 서면결의를 통해 덧붙이는 방법으로 관리처분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이들 조합들 역시 지난 달 말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의 문제점을 인식한 일부 조합원들은 변호사 사무실 등을 찾아 소송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조합 내 혼란이 발생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규제책 발표쭭마감 시한 결정쭭조합 줄달음질’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소형평형 의무비율 제도, 후분양 도입 제도, 임대주택 의무건립 제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이미 조합들의 똑같은 모습들이 비쳐졌다.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관련해 선공람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노정됐던 문제다.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립돼야 할 필요성은 앞으로 드러날 현장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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