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의 가치
시행착오의 가치
  • 김병조 기자
  • 승인 2007.11.07 0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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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07 17:01 입력
  
조용하던 동네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동네 도처에 건설회사를 선전하는 화려한 홍보물들이 휘날렸다. 건설회사 배지를 단 사람들이 양 손에 선물을 들고 동네를 가득 메웠다.
 
총회에서 정식 시공자로 선정되면 더욱 큰 선물이 주어지기도 했다. 항간에서는 지역별로 건설회사 수주 단지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동네 한 쪽에서 갑자기 고함소리가 나더니 나이 지긋한 장년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서로 으르렁거렸다. 사업 방향을 놓고 시비를 가리는 것 같은데 시비는 가려지지 않았다.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이어졌고 소문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소문들이 덧붙여졌다.
 
간혹 진실된 말이 나오더라도 주목받지 못하고 말들의 홍수 속에 묻혀져 버렸다. 법이 최상의 해결책으로 보였다. 소문들은 문서화 돼 소송이 걸리고 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원 판결이 나오면 승자 쪽에서는 동네 입구의 커다란 현수막으로 자신들의 승전보를 알렸고 동네는 또 다시 떠들썩해졌다. 또 다시 소문이 돌았고 또 다시 소송이 진행됐다. 원래 조용하던 동네였는데 사람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편이 갈렸다. 
 
과거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서 나타난 시행착오의 단편이다. 
 
2라운드가 시작됐다. 1라운드는 2000년 초반부터 시작된 재건축·재개발이었고 2라운드는 리모델링이다. 주말마다 리모델링 총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동일한 시행착오들이 벌어질까 우려된다. 시행착오의 반복을 피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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