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수주 금품제공해도 시공권 유지… 불법행위 눈감은 법원
재건축 수주 금품제공해도 시공권 유지… 불법행위 눈감은 법원
불법 수주 부추기는 사법부… 왜 이러나
도정법·계약업무기준 무색… 건설사들 혼탁 수주 예고
  • 최진 기자
  • 승인 2021.10.28 11:54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반포15차 시공자지위 확인소송 대우건설 승소
법원 "특화설계 공사비 증액 조합원 인식했다" 판단

현대건설, 반포1·2·4 수주당시 금품제공 행위
총회결의에 영향 못끼쳐  “큰 문제없다” 판결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최근 법원이 대형건설사들의 불법 수주문화에 길을 터주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은 시공자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그 하자가 수주결과를 뒤집을만한 하자가 아니라면 괜찮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고 있다.

정비업계는 가뜩이나 수주현장마다 혼탁한 수주전 양상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기폭제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행위를 심판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법 취지를 역행하는 판결문을 내놓았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수주현장 곳곳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을 마련했지만, 법원이 돌연 ‘이 정도 위법은 괜찮아’라는 식의 판결을 내버렸기 때문이다.

▲금지된 대안설계 홍보역할 톡톡… 공사비증액은 상식?

서울고등법원 제20-2민사부(재판장 홍지영)은 지난 6일 대우건설이 서초구 신반포15차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제기한‘시공자 지위확인 소송’2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대우건설이 시공자 지위를 회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신반포15차 조합의 사업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2심 판결의 쟁점은 조합이 대우건설과의 계약해지 절차에 대한 하자 유무였다. 하지만 사법부가 대우건설과 조합 간에 발생한 특화설계와 공사비 증액 문제를 조합원들이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논란이 됐다.

법원은 먼저 대우건설이 시공자선정 당시 ‘특화금액 578억원 무상’ 등의 문구로 자신들의 특화설계가 증액이 없을 것처럼 제안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짚으면서도 조합원들이 특화설계를 선택할 경우 사실상 공사비가 인상될 것임을 ‘인식’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했다.

특화설계에 따른 공사비 증액을 당연히 인식했다는 것인데,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건설사는 수주전에서 조합에게 특화설계를 제안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다. 특화설계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자, 이를 강행규정으로 금지한 것이다.

그런데, 법원은 특화설계로 발생하는 공사비 증액의 부작용을 조합원들이 인식하며 대우건설을 선정했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놓았다.

▲금품제공 위법에도 시공권 무관… 혼탁수주 신호탄 되나

금품제공이라는 원초적인 위법행위가 드러나도 문제없다는 판단도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재판장 박석근)은 지난달 19일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사업의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조합 승소 판결을 내렸다.

조합원들은 지난 2017년 시공자 선정 당시 현대건설이 특정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입찰 참여규정을 위반하는 등의 행위로 공정한 경쟁 입찰을 방해했고, 이로 인해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이 침해됐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재판과정에서 현대건설이 수주전 당시 금품제공 혐의에 대해서는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1인당 30만~200만원 가량의 소액 금품을 제공한 점과 금품을 제공받은 조합원이 133명 미만이라는 점을 들어 총회 결의에 영향을 끼쳤다고 보기 힘들다는 판결을 냈다.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 금지하고 있는 대안설계 제안도 경쟁사 역시 제안한 바라며 문제 삼지 않았다.

▲계약업무 처리기준 실효성… 엄격한 기준·강력한 처벌 제고해야

일각에서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자체가 불법 수주행위를 근절시킬만한 법리적 완성도를 갖추지 못해 건설사의 불법행위가 끊이질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113조의2에서는 금품·향응을 제공하다가 적발된 건설사에 대해 시공권 박탈 및 2년간 정비사업 수주금지 등의 처벌규정을 마련해놓고 있다.

국토부는 시공자 선정기준 개선안을 통해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건설사에 대해‘시공권 박탈’이라는 강력한 처벌규정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업계는 실제로 시공권 박탈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공권을 박탈하려면 건설사나 건설사 직원이 1천만원 또는 1년 이상의 벌금·징역형이 확정돼야 한다. 설령 벌금·징역형이 확정될 경우에도 착공 이후에는 시·도지사가 시공권 박탈 대신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법원 3심 확정판결까지 약 2~3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착공까지 가능해 현실적으로 시공권 박탈은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국토부 또한 시공권 박탈까지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기 때문에 과징금 납부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모호하다. 개별홍보 지침을 3회 이상 위반했을 경우 입찰을 무효로 한다는 규정은 시공자 선정기준이 아닌, 일반계약 처리기준에 포함돼 있다. 정작 시공자 선정기준에서는 선정된 시공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총회의결을 거쳐 해당 선정을 무효로 할 수 있다는 내용만 명시돼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클린 수주문화를 표방하는 것과 달리 실질적인 불법수주 근절에는 한 발 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시공권을 박탈한다는 강력한 규정을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보완할 수 있음에도 불구, 의도적으로 관련 기준을 느슨하게 만들어 건설사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신일도 2021-10-31 11:34:08
2018년도 소급적용이 문제가 아니라, 총회 결과가 안 달라진다면서 그냥 판사들이 넘어간거임. 이전 구도정법에서도 금품살포는 안됨. 대법원 무효 판결도 있고.
클린수주 한다던 정부에서 이런 판결이 나오니 ㅉㅉ

조합원 2021-10-29 10:49:33
크린수주,' 시공권박탈에 관한 도정법은 17년 하반기 시공사선정으로 혼탁해져서 18년도에 생겼어요
반주1단지 124주구나 신반포15차는 그전에 시공사 선정된거라 소급적용되지않아요
제대로 알고 기사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