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재건축 숨통죄는 금융규제... 조합·조합원 몸살
재개발 재건축 숨통죄는 금융규제... 조합·조합원 몸살
‘돈맥경화’ 악순환… 완화 시급한 대출규제
  • 최진 기자
  • 승인 2022.06.08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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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수요 억제 고강도 정책
주택시장 침체 가중되고
실수요자 자금난만 부채질

시장 선순환 구조에 맞게
이주비 등 규제 풀어야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새 정부 출범에 따른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그동안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고강도 대출규제로 인해 주택시장 침체와 실수요자 자금난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왔는데, 금융규제 완화 및 재검토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 순환구조에 맞춘 주택시장의 정상화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이주절차를 밟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이주비 대출규제  해소를 통한 원활한 사업추진을 기대하고 있다. 영세조합원들의 이주비 마련을 틀어막은 주택담보대출(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부터 재산세·종합부동산세·취득세·양도소득세 등 각종 부동산 세제 개편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이주비 난항에 정비사업 조합·조합원 몸살 악순환

일선 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은 새 정부의 이주비 대출규제 완화방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2018년 8·2 부동산대책 여파로 조합원 이주비가 대폭 축소되고 주택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주절차가 순탄치 못했기 때문이다.

이주비 대출은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에서 새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 조합원들이 임시 거주지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 제도다. 8·2대책 전까지는 LTV 60~70%를 적용받아 여건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8·2대책이 나온 후 30~40%로 반토막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인근 아파트의 전세가격도 맞추기 힘든 상황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8월 출범 초기부터 부동산 수요억제를 기조로 불특정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울·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고, 규제지역 LTV 40%,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자금조달계획 신고 의무화 등 고강도 규제안을 다방면으로 쏟아냈다. 현행 LTV는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역에 40%, 조정대상지역에 50% 상한을 두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주요 도시들은 대부분 규제지역으로 묶여 사실상 수도권 정비구역은 이주개시 시점마다 이주비 규제로 진통을 겪어왔다. 심지어 지난달 동작구 노량진6구역 재개발사업에서는 집행부 비위의혹과 함께 이주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집행부 해임총회가 열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고강도 LTV 규제가 영세조합원 비중이 큰 재개발사업일수록, 또는 자금력이 부족한 고령조합원이 많은 정비구역일수록 큰 피해를 입고 있기때문에 당초 제도도입 설계부터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정한 소득이 없는 고령 조합원의 경우 주택가격 폭등과 이주비 반토막 등의 여파로 사실상 이주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수개월간 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지속돼 왔다.

▲탈출구 없는 고강도 금융규제, 정비사업 부작용

다수의 정비사업장이 이주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주비 조달을 위한 각종 편법들이 난무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시공자 선정과정에서 추가 사업비·이주비 대출 제안이 정형화됐고 대출자금 조건과 조달역량이 시공자 선정의 막강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았다.

더불어 지난해 9월 이주개시에 돌입한 서초구 반포주공3주구 재건축사업에서는 조합원들끼리 서로 전세 세입자로 전입하는 맞교환 형태의 편법까지 등장해 부작용이 정점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주할 집이나 이주비 마련이 막막한 조합원들끼리 허위로 전세계약을 맺고 세입자 전세보증금을 명목으로 조합에게 자금을 대여 받는 것인데, 정부의 징벌적인 대출규제가 갈 곳을 잃은 조합원들을 범죄자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LTV 규제와 더불어 다주택자를 조준한 종합부동산세 유탄이 1+1 분양신청 조합원에게 떨어져 세금폭탄을 맞는 상황도 발생했다. 정비사업 주거평형 다양화와 소형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된 1+1 분양이 소형주택 3년 전매제한과 종부세 폭탄으로 조합원들에게 과중한 세 부담을 안기는 애물단지 정책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11월 서초구 신반포21차 재건축사업에서는 종부세 쇼크 여파로 기존 1+1 분양신청 조합원들이 분양을 철회해달라는 요구가 거세져, 결국 전체 가구수를 줄이고 평형별 가구수도 조정하는 사업계획변경안을 서초구청에 제출했다. 임대소득을 모두 쏟아부어도 보유세를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러, 1+1 분양제 탈출을 위해 결국 공급가구수를 줄이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시장과 소통하며 중장기적 설계로 단계적 금융규제 정상화 필요

전문가들은 불특정 투기세력을 규제하기 위해 내놓은 과도한 금융규제가 주택시장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수요억제에 초점을 맞춘 고강도 금융규제만 완화하더라도 주택시장이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8월 임대차3법 시행에 따른 계약만료 상황에서도 폭발적인 전월세 인상이 예고되기 때문에 정부가 신속하게 금융규제 완화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불필요한 주택시장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최근 새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및 주택가격 상승세를 우려하며 대선공약을 수정하려는 모양새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8월에 이르면 구체적인 금융규제 완화 정도와 단계적인 대출규제 정상화를 위한 세부적인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역대 정부가 출범 후 늦어도 3개월 내에 부동산 관련 첫 정책을 발표했던 만큼, 새 정부의 구체적인 규제완화 정책도 오는 8월에 이르러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도가 시장의 기대치보다 크게 밑돌 경우 오히려 시장혼란이 크게 가중되는 역풍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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