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재건축사업 절차 간소화
겉도는 재건축사업 절차 간소화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9.09.1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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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재건축사업 절차 간소화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 싸고 민·관 갈등 예고
자치구 예산 확보 안돼 ‘뜨거운 감자’
전문가 “법개정 불구 되레 사업 지연”
 

재건축사업에 있어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정부의 정책이 현실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어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월 6일 정부는 재건축 절차 간소화를 주요 내용을 하고 있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하면서 사업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안전진단을 1회로 완화하고, 초기비용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안전진단 권한과 비용부담 주체를 지자체로 이관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치구에서는 안전진단 비용이 확보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비용이 없어 안전진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안전진단 시기가 임박한 일선 재건축 아파트단지들은 구청이 예산을 확보할 때까지 사업추진을 중단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건축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법을 개정했지만 오히려 사업을 지연시키게 된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로써 서울시내 재건축 안전진단 대상단지들은 구청이 예산을 확보할 때까지 사업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청별로 올해에 사용할 예산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최소 1억원 정도 소요되는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부담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주민들의 동의를 얻거나 추진위 승인을 받은 곳들이 안전진단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지만 방법과 절차에 대해 아직 시·도 조례로 정하고 있지 않아 일선 구청들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안전진단 시기가 찾아 온 아파트단지들이 몰릴 경우 우선순위를 정하는데 있어서도 곤란한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안전진단을 실시한 결과 재건축 유지보수 판정이 나면 예산을 낭비하게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자치구들은 구역 내 해당 단지들에 대한 안전진단 실시 여부는 예산이 확보된 내년에나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서울시 도·정 조례〉가 개정돼 안전진단 비용부담 방법이나 절차가 확정된 다음 행정업무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게 자치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이미 올해 예산을 편성해 놓은 상태에서 갑자기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자치구가 부담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내에서는 1곳이 안전진단을 신청했는데 아직 안전진단 비용에 대한 반영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약 1억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만약 안전진단 실시 결과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게 되면 예산이 낭비되는 것 아니냐”며 “현재로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거듭 밝혔다.
 
이러한 사정은 송파구청도 마찬가지다. 송파구 관계자는 “우리 관내에서는 잠실5단지가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단지인데 안전진단 비용을 누가 낼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진단 비용에 대한 예산을 확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비용에 대한 것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법령에서 정하고 있지만 방법 및 절차에 대해서는 시·도 조례로 위임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제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자치구로서는 혼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비계획 수립을 지자체로 위임했을 때와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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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추경예산 확보… 송파구는 재원 마련 못해 ‘쩔쩔’
 

■ 희비 엇갈린 지자체
재건축 안전진단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법이 바뀌면서 추경 예산을 확보해 놓은 자치구와 그렇지 못한 자치구 내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은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비용으로 이미 2억원 상당의 예산을 편성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은마아파트는 3차례나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사업추진에 발목을 잡혀왔다. 그러다가 최근 안전진단 비용을 시장·군수가 부담하도록 바뀌면서 안전진단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안전진단 비용에 대한 부담 주체가 확정된 지난달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을 실시하기 위해 추경 예산을 확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은마아파트는 주민들의 비용으로 3차례에 걸쳐 안전진단을 실시했지만 미끄러졌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비용을 구청이 지원해주는 것과 동시에 안전진단 기준도 완화되면서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절차는 예전보다 수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송파구청은 안전진단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진단 대상 아파트단지는 주공5단지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구청도 아직 집행 자금을 확보해 놓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 시행령에서도 구체적인 절차 및 방법을 정하지 않고 있어 결국 조례로 확정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은 잠실5단지의 안전진단 신청이 제기되지 않은 상태”라며 “구청에서는 이를 대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잠실5단지 김우기 위원장은 “우리 단지는 벌써 3번째 안전진단에서 낙방했다”며 “더 이상 재건축사업을 미룰 수 없어 송파구청이 예산을 확보하지 않았다면 추진위가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안전진단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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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초기사업비 줄여 재건축사업 활성화 의도
 

■ 법개정 취지는
정부는 지난 2월 6일 〈도정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안전진단의 실시 권한을 시장·군수에게 이양했고, 추진위원회 승인 이후에 실시했던 안전진단 시기도 정비계획 수립시기로 앞당겼다. 뿐만 아니라 안전진단에 대한 권한이 자치구로 위임된 만큼 비용도 자치구가 부담하도록 했다. 사업 초기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차원에서다.
 

당초 〈도정법〉 제12조제1항에서는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자는 시장·군수에게 당해 건축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신청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시장·군수는 정비계획의 수립 또는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안전진단을 실시하여야 한다”로 변경했다.
 
여기서 말하는 다음 각 호는 △제3조제1항제9호에 따른 주택재건축사업의 정비예정구역별 정비계획의 수립시기가 도래한 때 △제4조제3항에 따라 정비계획의 입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자가 입안을 제안하기 전에 해당 정비예정구역 안에 소재한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 10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하는 때 △정비구역이 아닌 구역에서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고자 하는 자가 추진위원회의 구성 승인을 신청하기 전에 해당 사업예정구역 안에 소재한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 10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하는 때 등이다.
 
국토부는 또 지난달 11일 〈도정법〉 시행령을 개정·공포하고 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을 자치구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했다. 사업 초기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이로 인한 업체와의 결탁 등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안전진단에 대한 비용을 권한권자인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법 시행령 제21조제1항에 따르면 “법 제12조에 따라 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은 시장·군수가 부담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제1항에도 불구하고 법 제12조제1항제2호·제3호 또는 법률 제9444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개정법률 부칙 제9조에 따라 안전진단의 실시가 요청된 경우 시장·군수는 시·도 조례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안전진단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안전진단의 실시를 요청하는 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예외규정을 뒀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아직까지 시·도 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이 없어 자치구에서도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올 초부터 예비안전진단과 정밀안전진단 두 단계로 나눠져 있는 기존 절차와 달리 정밀안전진단을 한번만 받으면 된다. 또 안전진단 판정기준도 기존보다 완화됐다.
 
이처럼 정부는 활발한 재건축사업을 권고하기 위해 사업기간 단축을 위한 절차 간소화,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한 안전진단 비용의 자치구 부담 등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자체가 안전진단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비용을 부담할 수 있어도 현재로써는 예산을 확보해 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일선 재건축 아파트단지들이 안전진단을 받기 위해서는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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