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지방세법 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행안부, 지방세법 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 심민규 기자
  • 승인 2009.03.02 2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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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지방세법 개정안 이대로 좋은가?
 
  
재건축 일반분양 토지에 취득세… 조합들 ‘발끈’
정부 재건축 활성화 정책에 역행… 사업 발목
전문가 “법원판단 오인에서 비롯된 이중과세”

 
행정안전부가 재건축조합에게 일반분양분 토지에 대한 취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지방세법〉을 개정·시행함에 따라 일선 조합들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세법〉 개정안은 정부의 재건축 활성화 방침에 역행하는 것으로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일고 있다. 나아가 일반분양분 토지에 대한 취득세는 이미 대법원이 부과할 수 없다고 판결한 마당에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취득세를 부과하려고 나선 것이어서 향후 위헌 소송 등 각종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또 신탁회사에 신탁등기 후 진행하는 사업에는 과세하지 않은 취득세에 대해 재건축과 주택조합에만 취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방세법 개정, 주택조합·재건축조합 일반분양분 토지 취득세 명시=행안부는 지난 1월 1일 중산·서민층의 지원과 현행 제도의 운영상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공포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개정 〈지방세법〉은 재건축조합의 일반분양분 토지에 대해 취득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명확히 규정함에 따라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구역들에게는 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에 개정된 〈지방세법〉은 종전 제105조제10항(납세의무자등) “〈주택법〉 제32조의 규정에 의한 주택조합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주택재건축조합이 당해 조합원용으로 취득하는 조합주택용 부동산(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 및 그 부속토지를 말한다)은 그 조합원이 취득한 것으로 본다”를 “〈주택법〉 제32조의 규정에 따른 주택조합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6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주택재건축조합(이하 주택조합등)이 당해 조합원용으로 취득하는 조합주택용 부동산(공동주택과 부대·복리시설 및 그 부속토지를 말한다)은 그 조합원이 취득한 것으로 본다”라고 개정하고 이어 “다만, 조합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부동산(이하 이 절에서 ‘비조합원용 부동산’이라 한다)은 제외한다”고 신설했다.
 
또 제110조제1호에도 “다만, 신탁재산의 취득 중 주택조합등과 조합원 간의 부동산 취득 및 주택조합등의 비조합원용 부동산 취득은 제외한다”고 개정했다.
 
다시 말해 종전 〈지방세법〉에서는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으로부터 취득한 부동산의 경우 사실상 조합원들에게 다시 귀속되기 때문에 부동산 취득으로 볼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으나 이번 개정안 중 신설 규정인 “다만 조합원에게 귀속되지 아니하는 부동산은 제외한다”는 규정을 둠으로써 일반분양자들에게 넘어가는 토지에 대해서는 조합에 취득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110조제1호 단서 규정 역시 신탁등기 후 비조합원용 부동산, 즉 일반분양에 대해서는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취득세를 부과토록 개정했다.
 
▲행안부 “취득세는 부과는 당연” 업계 “과도한 행정권 남용”=이번 〈지방세법〉 개정에 대해 행안부는 일반분양분에 대한 취득세 부과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지방세정책과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납세돼야 했던 취득세가 법적 미비로 인해 그동안 부과되지 못했다”며 “대법원 역시 일반분양분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법 조항이 명확하지 않아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한 세법 전문가는 “대법원에서 취득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은 일반분양분 토지 역시 조합원 분양분의 토지와 마찬가지로 취득이 아닌 이전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동일토지에 대해 취득세를 납부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조합과 조합원 간의 신탁재산 취득은 사실상 조합이 조합원들의 토지를 ‘취득’한 것이 아닌 사업 절차상 편의를 위한 ‘이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 전문가는 “이미 판결이 있었던 사안에 대해 법을 개정해 시행을 강행한다면 각종 소송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다”며 “이로 인해 업계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재건축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한 사항에 대해 행안부가 왜 법까지 고쳐가면서 취득세를 부과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동일 법안인 〈도정법〉에 의한 사업 중 재건축에게만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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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양 많고 공시지가 높을수록 불리
 
■ 조합 반응
 
이번 개정 세법이 시행됨에 따라 일선 조합에서도 “정부의 정비사업 활성화 방침에 역행하는 개악”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조용무 한국주택정비사업조합협회 부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최근 정부가 재건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가뜩이나 어려운 재건축에 또 다른 규제를 들이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은 더욱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아무리 재건축 활성화를 외쳐도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면 사업은 진행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개정세법 시행으로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비용은 적지 않을 전망된다. 특히 용적률이 높아 일반분양분이 많은 지역과 강남 등 토지가격이 높은 곳일수록 부담금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일반분양분에 대한 토지의 취득세가 부과되는 사안인 만큼 용적률이 높아 일반분양분의 토지가 늘어날수록 부과되는 취득세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 취득세는 공시지가의 2%이므로 토지가격이 높을수록 부과되는 취득세도 많아지게 된다.
 
실제로 조합원이 220세대인 모 조합의 경우 약 20억원 가량의 취득세를 부과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당 약 1천100만원의 추가부담금이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세법 전문가는 “취득세가 부과될 경우 조합원들이 납부해야 할 부담금 수준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강남지역에서 일반분양분이 많은 경우 많게는 세대당 수천만원에 이르는 부담금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반분양분 토지에 대한 취득세는 소유권 이전고시 익일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현재 준공인가를 받지 못한 대부분의 조합들이 취득세를 적용받게 돼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재건축조합의 일반분양분 토지의 취득세는 법에서 정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받아야 하는 세금”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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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판결 이해 못한
행안부의 무능 稅政

 
■ 전문가 반응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세법〉 개정에 대해 행안부가 법원의 판결을 오인한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일반분양분에 대한 토지를 조합이 실제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행안부는 법적 미비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개정안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분을 제외한 나머지 토지(일반분양분 토지)를 조합이 취득한 후 일반분양자들에게 매매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개정이 아닌 미비한 법 조항을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업계에서는 사실상 조합원의 토지를 잠시 이전만 했다가 일반분양자들에게 매매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우진 세무사는 “신탁회사의 경우 토지를 위임받아 분양 사업을 해도 취득세가 과세되지 않는다”며 “재건축의 경우도 형식상 신탁일 뿐 사실상 조합원이 일반분양자들에게 토지를 매매하는 것이므로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세제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즉 신탁등기는 재건축 조합원이 사업 진행상 이전하는 것일 뿐 사실상 조합원 토지의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겨주는 것이므로 신탁회사가 분양사업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실제로 이번 개정 세법에 따르면 제110조(형식적인 소유권의 취득 등에 대한 비과세) 제1항은 “신탁(신탁법에 의한 신탁으로서 신탁등기가 병행되는 것에 한한다)으로 인한 신탁재산의 취득으로서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취득. 다만, 신탁재산의 취득 중 주택조합등과 조합원 간의 부동산 취득 및 주택조합 등의 비조합원용 부동산 취득은 제외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각목이란 △위탁자로부터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의 취득 △신탁의 종료 또는 해지로 인하여 수탁자로부터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의 취득 △수탁자의 경질로 인하여 신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을 이전하는 경우의 취득 등이다.
 
다시 말해 〈신탁법〉에 의한 신탁회사가 토지를 위임받아 분양처분을 하더라도 비과세되는 반면 재건축의 경우 일반분양분 토지에 대해서는 과세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논란의 여지가 될 전망이다.
 
또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 〈지방세법〉이 과도한 세제 적용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대법원의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 정비업계 전문 세무사는 “법원이 일반분양분이라도 조합에 취득세를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가 된다고 판시했음에도 〈지방세법〉을 개정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행 〈지방세법〉대로라면 신탁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조합은 조합원 분양분에 대한 토지를 제외한 토지, 즉 일반분양분에 대한 토지를 취득한 것으로 인정돼 취득세를 내야하고 일반분양자도 취득세를 다시 내야하기 때문에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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