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청구 ‘묻지마 소송’… 조합들 ‘줄패소’
매도청구 ‘묻지마 소송’… 조합들 ‘줄패소’
  • 하우징헤럴드
  • 승인 2008.10.17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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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청구 ‘묻지마 소송’… 조합들 ‘줄패소’
 
  
준비 없이 무작정 소송 진행하다  낭패 볼수도
동의서 양식에 비용분담 사항 없어 잇단 패소
 

 
 
매도청구 절차에 대한 사전 준비없이 무작정 소송을 진행했다가 낭패를 보는 조합들이 늘고 있다. 〈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 운영규정〉상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조합들이 매도청구 소송에서 줄패소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대법원이 매도청구 행사기간을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무효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최근 법원에서는 운영규정상의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이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잇따라 조합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월 대법원은 “땅이나 건물만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들에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조합설립등기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권한을 행사할 때 비로소 유효하다”며 “행사기간 이후에 이뤄진 매도청구권 행사는 기간이 도과한 것으로 효력이 없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특히 땅이나 건물을 개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들이 많은 단독재건축의 경우 매도청구를 어떻게 진행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대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조합들 “조합설립동의서, 어찌 하오리까” 하소연=지방에서 단독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구역은 정비구역 지정까지 업무를 마쳤지만 조합설립동의서 징구를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운영규정상의 조합설립동의서 양식대로 동의서를 징구해봐야 어차피 매도청구 소송에서 패소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합들이 매도청구에서 줄패소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내용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토해양부는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별지로 격상 시킨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동의서양식 내용은 그대로 둔채 고시 수준에서 격상시켰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입법예고된 〈도정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시행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법원에서는 조합설립동의서 양식이 추진위 운영규정이라는 국토부의 내부지침이라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내리고 있어 이 부분을 해결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비관적인 의견을 내놓는 변호사들은 근본적인 내용의 변경 없이는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1998년부터 법원에서는 재건축 결의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동일하게 판시하고 있다”며 “법 개정만으로 법원의 입장이 변경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한중의 박일규 변호사도 “법적인 형식만을 격상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법원이 이를 재량준칙이나 예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준표 변호사는 “동의서 양식을 격상시킨다고 해서 종전의 판례도 변경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어느 정도까지를 비용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으로 볼 것인지는 판례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예측가능한 정도의 기준이나 원칙을 적시해 동의서를 받는 게 그나마 대안일 것”이라고 말했다.
 
▲땅 또는 건물 개별소유자에 대한 매도청구 행사기간 지켜야=땅 또는 건물을 개별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자에 대한 매도청구 기간은 조합설립등기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유효하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이 기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당연히 무효가 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울산 M아파트재건축조합을 상대로 김모씨가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에서 “매도청구권은 형성권으로서 행사기간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매도청구 상대방의 법적 지위가 불안전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시가가 가장 낮은 시기를 임의로 정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권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행사기간 내에 이를 행사하지 않으면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9조에 사업시행자가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조합은 조합설립등기를 마친 때부터 매도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종합해보면 조합설립등기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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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소유자 최고 없어도 ‘OK’
 

■ 토지등소유자 정의
땅이나 건물 등 개별소유자에 대해서는 매도청구시 최고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유효하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이들은 조합설립 동의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도정법〉에 따르면 조합원은 토지등소유자로 규정하고 있고 재건축의 경우 토지등소유자는 △정비구역 안에 소재한 건축물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 △정비구역이 아닌 구역 안에 소재한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택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와 부대·복리시설 및 그 부속토지의 소유자에 해당하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토지와 부속건물을 모두 소유하고 있어야 조합원이 될 자격을 갖춘 토지등소유자라는 얘기다.
게다가 〈도정법〉 제39조는 “사업시행자는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함에 있어 제16조제2항 및 제3항의 규정에 의한 조합설립의 동의를 하지 아니한 자(건축물 또는 토지만 소유한 자를 포함한다)의 토지 및 건축물에 대해서는 〈집합건물법〉 제48조의 규정을 준용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재건축결의는 조합설립의 동의로 보며, 구분소유권 및 대지사용권은 사업시행 구역안의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는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집합건물법〉 제48조제1항은 “재건축의 결의가 있은 때에는 집회를 소집한 자는 지체없이 그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한 구분소유자에 대해 그 결의내용에 따른 재건축에의 참가여부를 회답할 것을 서면으로 최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법률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대법원은 “땅이나 건물만을 소유하고 있어 조합설립동의의 상대방이 되지 않는 자는 〈집합건물법〉 제48조제1항에서 규정한 최고절차에 대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다”며 “매도청구에 있어서도 매도청구 전에 최고절차를 거치지 않았더라도 그 매도청구가 위법하다거나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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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결의 다시 하면 매도청구는 일단 가능”
결의요건 ‘4/5·2/3’,‘3/4·2/3’ 논란 여전
전문가들 “재건축변경결의서 재징구 불가피”
 

■ 전문가 시각
매도청구 행사기간을 넘겼을 경우 땅 또는 건물을 개별적으로 소유한 자들에 대한 매도청구는 무효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매도청구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건축결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재건축결의를 다시 하게 되면 그때부터 새로운 재건축결의가 있는 것이고, 기존의 하자가 치유된다고 보는 시각이다.
 
다만 새로운 재건축결의 요건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달라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우선 지난해 12월 21일 개정된 〈도정법〉에 따르면 조합설립 동의요건이 전체 3/4 이상, 동별 2/3 이상으로 종전 전체 4/5 이상, 동별 2/3 이상에서 완화됐다.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매도청구 시점에 와 있는 조합들의 경우 대부분 전체 4/5 이상, 동별 2/3 이상으로 재건축결의를 한 곳들인데 이 조합들의 재건축변경결의 요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맹신균 변호사는 “법령의 개정에 따라 정족수가 완화됐을 경우 새로운 재건축결의의 정족수를 개정된 법령에 따른다고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개정된 법령의 정족수가 적용돼야 한다고 사료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함준표 변호사는 “〈도정법〉 제16조의 결의요건은 조합설립인가조건이기 때문에 인가시의 기준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집합건물법〉도 개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전체 4/5 이상의 결의가 타당하다고 보지만 아직 명백한 판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일규 변호사는 “종전 〈집합건물법〉상 전체 4/5, 동별 4/5 이상에서 〈주택건설촉진법〉상 전체 4/5이상, 동별 2/3 이상으로 요건이 변경됐다”며 “당시 종전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가받은 조합을 해산하지 않는 이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을 때의 전체 4/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운영규정상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해도 매도청구에서 패소하고 있고, 매도청구 행사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패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건축변경결의서 재징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재건축 관련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조합이 스스로 대책을 세우는 길 밖에 없는 게 현 상황”이라며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에 있어서 판례가 요구하는 수준의 구체성을 준수할 수밖에 없는데 비례율·무상지분율 등을 적시하는 방법 등으로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 시공자를 선정한 뒤 동의서를 재징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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