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주택 미비한 법령이 소송 부추겨
협동주택 미비한 법령이 소송 부추겨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8.10.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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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주택 미비한 법령이 소송 부추겨
 
  
전문가들 “재개발처럼 경과조치 있어야 혼란 방지”
 

협동주택도 재건축조합원 자격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관련 법령의 재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재건축사업에서 협동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대표자 1인만을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분양권이 주어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상 조합원의 자격은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동시에 소유한 토지등소유자로 한정하고 있고, 수인이 공유하고 있을 때에는 대표자 1인만 조합원이 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서울시 중랑구 면목2 주택재건축(조합장 이덕상) 구역의 협동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조합원지위확인 소송에서는 서울행정법원(재판장 성지용)이 협동주택 소유자 각각의 조합원자격을 인정함에 따라 협동주택 소유자들도 조합원지위를 갖게 됐다. 이렇듯 현재로써는 조합원지위를 확인하는 소송을 통해 조합원의 자격을 얻을 수 있어 법률의 미비함이 소송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경우 재개발사업과 비교해 정비기반시설의 우열을 제외하고는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고 했다.
 
법원은 “당초 재개발사업의 경우 지난 2003년 7월 1일 폐지된 〈도시재개발법〉을, 재건축사업은 〈주택건설촉진법〉을 근거로 시행돼 왔지만 2003년 7월 1일부터 〈도정법〉이라는 법률로 통합되면서 재건축사업도 공공개발의 성격이 강화돼 재개발사업과 비슷한 수준의 공법적 규율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법원은 관계 법령의 미비함을 지적했다.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기본법령인 〈도정법〉이 제정될 당시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조례도 제정됐는데, 이때 재개발의 경우 다가구주택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곳에 대해서는 부칙 제7조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경과조치가 마련됐지만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이에 법원은 “〈주택건설촉진법〉 상 재건축사업은 재건축의 대상인 노후·불량주택의 범위를 원칙적으로 공동주택인 아파트와 연립주택에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가구주택이나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한 재건축사업이 이뤄질 여지가 거의 없었다”며 “따라서 재건축에 관해서는 도·정조례 부칙 제7조와 같은 규정이 없는 상태로 시행돼 오다가 결국 도·정조례를 제정할 때도 재건축사업에 관해서는 위와 같은 경과조치를 두지 않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더 이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독주택 재건축사업 구역 내에서의 협동주택 소유자의 조합원자격을 법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재개발사업과 달리 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서울시 도·정조례 등 법률의 미비함으로 인해 그동안 협동주택 소유자들이 피해를 입어 왔다”며 “법원이 해석한 것처럼 단독주택 재건축사업도 재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협동주택 소유자들을 각각의 조합원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비사업 전문가는 “〈도정법〉 제2조에서 토지등소유자의 용어를 명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협동주택 소유자들도 토지등소유자가 될 수 있도록 조문을 신설하는 등의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때”라며 “법을 신속하게 개정해 더 이상의 피해자가 속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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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조례개정 통해 조합원자격 부여
 
■ 재개발은 어떤가
이미 재개발사업에서는 서울시 도·정조례 부칙 제7조에 의해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 각각의 조합원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재개발사업이 〈도정법〉으로 통합되기 이전에는 〈도시재개발법〉을 적용받고 있었는데, 이때 당시 서울시 도시재개발사업조례 부칙 제6조에서는 현재의 도·정조례와 같은 다가구주택의 분양기준에 관한 경과조치를 두고 있었다. 또 지난 2003년 12월 30일 서울시 도·정조례가 제정된 이후에는 재개발사업에서도 협동주택에 대해 조합원자격을 주지 않았지만 2005년 11월 10일 조례가 개정되면서 인정되고 있다.
 
부칙 제6조에 따르면 “이 조례 시행 전에 〈건축법〉 규정에 의하여 허가받은 다가구주택으로서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 등기를 필한 다가구주택은 제27조제2항나목의 규정에 불구하고 허가받은 가구수에 한하여 가구별 각각 1인 분양대상자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후 서울시 도시재개발사업조례가 폐지되고 도·정조례가 제정되면서 이 조문을 그대로 들여오게 됐다.
2003년 12월 30일 시행된 서울시 도·정조례 부칙 제7조에 따르면 “1997년 1월 15일 이전에 가구별로 지분 또는 구분소유등기를 필한 다가구주택은 제24조제2항제3호의 규정에 불구하고 다가구로 건축허가 받은 가구수에 한하여 가구별 1인을 분양대상자로 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1990년 4월 21일 다가구주택 제도가 도입되기 전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협동주택에 대해서는 언급돼 있지 않았다.
 
이후 2005년 11월 10일 서울시 도·정조례가 개정되면서 비로소 협동주택 소유자들도 분양권이 인정되기 시작했다.
 
도·정조례 부칙 제7조에 따르면 “1990년 4월 21일 다가구주택제도 도입 이전에 단독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지분 또는 구분등기를 필한 사실상의 다가구주택을 포함한다”는 내용을 추가시키면서 사실상 다가구주택 소유자에 대해 분양대상자로 구체적으로 명기되면서 조합원자격이 주어지게 된 것이다. 이로써 재건축과 재개발이 형평성이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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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설립인가 받은 후
정관 변경하는게 관행
 

■ 조합들 어떻게 하나
협동주택이 산재해 있는 단독주택 재건축구역들은 국토해양부가 고시한 표준정관대로 조합정관을 제정한 뒤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다음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각각의 조합원자격을 줄 수 있도록 다시 정관을 개정하는 게 마치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하지만 정관을 개정하더라도 법률적인 장치가 없는 현 시점에서 행정청이 이를 문제 삼아 제동을 걸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면목2 주택재건축의 경우 지난해 10월 조합정관을 표준정관대로 제정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후 조합정관 제9조 조합원의 자격에서 “당 사업구역의 조합원 대다수는 자력재개발사업에 의하여 건축된 협동주택의 소유자이나 일부 토지등소유자의 경우 건축물대장 생성과정에서 집합건물이 아닌 단독주택의 공유자로 등재됨으로 인하여 주택 및 대지지분을 동시에 소유하고도 조합원자격을 취득하지 못하였는바 위와 같은 경우에는 각각의 공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기로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뒤 총회에서 의결했다.
 
이후 조합은 총회에서 조합원 2/3이상의 동의로 의결된 조합정관을 갖고 조합설립변경인가를 신청했지만 중랑구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에 조합 측은 “그동안 협동주택 소유자들을 각각의 조합원으로 인정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왔다”며 “하지만 법에서는 이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 내에는 우리 구역과 비슷한 사업장이 많이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의 사업장들이 조합정관을 제정할 때 표준정관대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다시 정관을 변경하는 등 불필요한 행정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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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해야 조합원 자격취득 가능
 

■ 현행 법규에서는…
현행 법규상에서는 협동주택 소유자들이 각각의 조합원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조합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아직 법적으로 명문화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법원이 재개발사업에만 적용되는 서울시 도·정조례 부칙 제7조를 유추·해석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서와 같이 서울시 도·정조례 부칙 제7조에 따라 별도의 소송 없이도 강행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협동주택 소유자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인데 이들이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법무법인 동인의 맹신균 변호사는 “법원이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각각의 조합원자격이 있다고 판단한 것은 단지 서울시 도·정조례 부칙 제7초를 유추해 적용한 것”이라며 “현재로써는 조례의 부칙과 같이 재건축사업에 대한 경과조치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반드시 소송을 통해서만 조합원의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도 서울시 내 협동주택이 산재돼 있는 중랑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에서 줄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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