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제도개선 과제 A to Z
재건축 제도개선 과제 A to Z
  • 최영록 기자
  • 승인 2008.07.10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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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제도개선 과제  A to Z
 
  
추진위 때 시공자 선정해야 초기자금 조달 ‘숨통’
부담금 물리면 충분… 자투리 규제는 풀어야
인감 첨부횟수 대폭 줄이면 사업절차 간소화

 
전국의 재건축사업이 고사위기로 치닫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임대주택 의무건립 등을 비롯해 재건축부담금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재건축사업은 존폐위기까지 내몰리게 됐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단독주택 재건축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동주택 재건축과 똑같은 규제를 받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토지등소유자들이 서민층이어서 부담금을 낼 처지도 못 되는 게 현실이다. 또 협동주택의 경우 재개발과 달리 분양권이 주어지지 않아 사업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먼저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조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공자선정 시기, 추진위 때로 앞당겨야=재건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전국 재건축사업장들은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초기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추진위원회의 운영 및 사업시행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토지등소유자들의 갹출, 금융기관 및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으로부터 차입,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지원 등이 있다.
 
여기서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갹출하는 방법은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나 주민들의 자발성 부족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또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의 지원은 서울시만 가능할 뿐 나머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지원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구역에서는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할 수 있는 정비업체로부터 초기자금을 대여받거나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선정된 시공사로부터 조달받고 있다.
 
사업 초기자금은 통상 500세대를 기준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까지 약 5억원 정도가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5월 본지가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조합 및 추진위(총 203곳)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비사업 관련 규제가 미치는 문제점과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 초기자금 조달 방법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81%가 선정된 정비업체로부터 차입했다고 답한 바 있다.
 
정비업체의 경우 컨설팅 용역비를 추진위로부터 받아야 할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초기자금 조달의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이로 인해 정비업체는 시공사로부터 비밀리에 지원을 받게 되고, 그 대가로 시공사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유착관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토해양부가 지난 5월 재건축사업에서의 초기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공자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조정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나 특수목적법인(SPC)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초기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예 추진위 때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해 줘야 더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PF나 SPC의 경우 재건축사업에서 초기 자금난으로 발생되는 사업지연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이는 프로젝트 자체의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강남이나 대규모단지 등 사업성이 높은 곳의 경우에는 PF나 SPC 방식으로 기관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익률 저하, 조합원간 분쟁 등 위험도가 높은 사업장은 투자자가 기피할 것으로 보여 사업장별로 양극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건축부담금으로 통폐합, 자투리 규제 없애야=재건축은 이미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이라는 메가톤급 규제가 시행되면서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규제는 재건축부담금으로 통폐합하고 자투리·중복 규제들을 없애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재건축은 재건축 연한 강화,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합원 지위양도금지, 소형평형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건립, 시공자선정 시기 조정, 초과이익 환수, 입주권 과세 강화, 후분양제, 분양가상한제 등 사업 추진 전 단계에 걸쳐 규제를 받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복규제는 물론 실효성이 없는 규제에다가 불합리한 규제까지 상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현재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임대주택 의무건립제 등은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태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2004년 3월)는 4년째, 임대주택 의무건립제(2005년 8월)는 3년째 계류 중이다.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는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재건축 조합설립인가가 난 뒤 아파트를 사면 조합원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게 한 제도이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기과열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실제로 각종 부담금이나 형편 때문에 집을 팔려는 소유주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전매제한이 실시 중인 현 상황에서는 조합원 지위 전매금지 조항을 없애거나 조정해도 별 무리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대주택 의무건립제는 과밀억제권역 내에서 재건축사업을 시행할 경우 증가되는 용적률의 25% 이하의 범위 안에서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의 건축비와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재건축에서 투입되는 건축비는 연면적을 기준으로 통상 ㎡당 약 14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고시된 공공건설임대주택 표준건축비는 85만500∼87만7천400원/㎡(16층 이상 기준, 주택공급면적에 적용)이며, 지하층에 대해서는 지상층 바닥면적합계의 15분의 1까지는 표준건축비의 100%를 적용하고,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는 표준건축비의 80%를 건축비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재건축조합은 실제 투입되는 건축비의 절반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재건축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특히 전체 재건축아파트 중에서 조합원에게 공급하고 남은 주택을 재건축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임대주택만을 별도로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나치게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다는 얘기다.
 
▲사업절차 간소화, 더 확대해야=국토부는 지방건축위원회의 건축심의 절차를 일부 생략하도록 하고, 토지등소유자의 인감증명서 첨부횟수를 대폭 줄여 약 1년6개월 정도의 사업기간을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업기간이 다소 줄어든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앞으로 더욱 더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건축 활성화를 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MB정부가 재건축 조합원들의 기대에 다소나마 부응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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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도·협동주택 사업추진 ‘걸림돌’
 
■ 단독주택 대책은
 
단독주택재건축의 사정은 공동주택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단독주택의 특수성을 배제한 채 공동주택과 동일한 법 규제를 적용받다보니 불합리한 부분이 많고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 단독주택재건축의 경우 재개발과 많이 비교하게 되는데, 단독주택재건축이 재개발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반시설만 잘 갖춰져 있을 뿐 토지등소유자들의 생활수준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재개발보다 더욱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사업이 답보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인 것이다.
 
단독주택재건축의 경우 크게 노후도와 협동주택 문제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6년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포함된 240개소의 재건축 예정구역 중 정비구역지정을 받은 곳은 현재까지 불과 17개 구역에 그치고 있다. 기본계획 고시 이후 아직까지 구역지정을 받지 못한 곳들은 대부분 법적 노후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따라서 재개발사업과 같이 노후도 요건을 60% 이하로만 완화한다면 단독주택재건축사업이 활기를 띠는데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협동주택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다가구주택이면서 토지를 공유하고 있는 협동주택의 경우 토지등소유자 자격이 1개만 주어진다. 즉 분양권이 하나만 부여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개발의 경우 도시·주거환경 정비조례를 개정했고,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재개발사업에서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도 각각의 분양권을 인정해 준 사례가 있다.
 
따라서 사업방식은 다르지만 재개발과 같은 양상을 지닌 단독주택재건축도 각각의 협동주택 소유자들에게 조합원 자격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재건축 전문가는 “공동주택과 똑같은 재건축관련 규제가 단독주택지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는 사업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주택의 유형부터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규제의 방법이나 정도도 달리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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