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단지 상가 지분쪼개기 붐... 아파트 분양권 노린 ‘꼼수’?
재건축단지 상가 지분쪼개기 붐... 아파트 분양권 노린 ‘꼼수’?
조합설립 발목잡는 상가 소유주… 대책 없나
조합설립 ‘캐스팅 보트’된 상가 동의율
권리가액 인정비율 10%까지 하기도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6.19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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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우마리나 지하상가
면적 1,044㎡ 1개 매장
123개로 분할매각 논란

신반포4차 수영장 지분소유자
125명 아파트 분양권에 조합원간 갈등
신반포2차 77개상가 111개까지 증가

조합설립 동별 동의요건이 상가분할 부추겨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상가 소유주의 아파트 분양권이 재건축사업에서 화두에 올랐다. 정부가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자 아파트 분양권을 획득하기 위해 상가의 지분을 분할하는 꼼수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늘어난 상가 소유주들이 법에서 정한 동별 동의요건을 악용해 동의서를 제출하는 대가로 분양권 등 특정 사안을 요구하면서 재건축사업의 발목을 잡는 현장들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1기 신도시 등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급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가 지분쪼개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건축단지 곳곳에서 상가 지분쪼개기 논란… 신축 아파트 분양권 노린 ‘꼼수’

조합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재건축단지에서 상가 지분쪼개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상가 지분쪼개기를 통해 토지등소유자가 증가하면서 조합설립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부산 대우마리나 아파트다. 지난해 8월 한 법인이 대우마리나 지하상가 전용면적 1,044㎡ 1개 호실을 매입했다. 이후 법인은 매입한 1개 호실을 전용면적 9.02㎡ 123개 호실로 분할해 매각하면서 상가 지분쪼개기 논란이 커졌다. 법인은 2억2,500만원으로 상가 1실을 사면 30평대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했다. 

신반포4차 재건축사업에서도 지분쪼개기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합은 지난 2019년 단지 내 수영장 부지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구역 내 일반건축물의 구분소유권(집합건축물)으로 전환하는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신설했다. 이에 수영장 지분소유자 125명이 아파트 분양권을 받게 되자 조합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상가조합원의 아파트 입주권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신반포2차도 상가 지분쪼개기가 있었다. ‘상가 추산비율 무효소송’ 준비하는 모임인 ‘신반포2차 TF’ 관계자는 “애초 77개였던 상가가 111개까지 늘어난 ‘상가 쪼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 역시 지난 2021년 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상가 지분쪼개기를 통해 토지등소유자가 20여명 늘어 잡음이 일었다. 

이렇게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상가 지분쪼개기가 늘고 있는 이유는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에는 정비구역 지정·고시가 이뤄진 이후 토지나 주택을 분할하거나, 단독·다가구주택을 다세대로 전환하는 등 지분 쪼개기를 해도 분양권을 얻지 못한다. 

하지만 토지나 주택에 한해 적용되는 규정이라 상가는 예외다. 또한 상가의 경우 원칙적으로 상가를 분양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조합 정관에서 정하는 등 요건을 충족하면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일부 상가 소유자들이 법적 허점을 이용해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상가 지분을 쪼개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토부와 지자체에서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는 지분쪼개기를 방지하기 위해 도시정비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상가 지분쪼개기 논란이 커진 강남구의 경우 적극적인 제재에 나섰다. 강남구는 지난 3월 대치동 미도와 선경아파트, 압구정동 미성, 논현동 동현, 개포동 개포현대1차·개포경남·개포우성3차 등 7곳에 ‘행위허가 및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공고를 냈다. 제한지역으로 지정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년간 토지 분할 등이 제한된다. 

업계에서는 법적 미비점을 노린 상가 지분쪼개기에 대한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노후신도시특별법 등의 발의되면서 목동신시가지아파트, 상계 주공, 1기 신도시 등 노후아파트 단지들이 재건축사업 추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건축사업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법 규정을 신속히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건축 조합설립 핵심 변수로 급부상한 상가 동의율… 인정비율 ‘10%’까지 하기도

상가 지분쪼개기가 재건축사업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동별 동의요건 때문이다.

재건축조합을 설립하려면 각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와 주택단지 전체 구분소유자 및 토지면적 각각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상가를 포함한 복리시설 역시 동별 구분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충족해야 한다.

상가는 전체를 1개 동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재건축이 성사되는데 있어 상가 소유주의 동의서는‘캐스팅 보트’가 된다. 이를 악용해 일부 단지에서 상가의 지분을 쪼개 아파트 분양권을 받는 꼼수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상가 소유주들의 동의서는 아파트 분양권 등 특정 사안의 협상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협상안이 상가 권리가액 산정 비율이다. 통상 재건축 과정에서 상가조합원은 상가를 분양받는 걸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조합정관 등에서 정할 경우 상가조합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 조합은 새로운 상가의 분양가격에서 기존 상가의 권리가액을 제외하고 남는 금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분양가에서 조합이 정한 비율을 곱한 값보다 높을 경우 1주택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합이 정한 비율, 다시 말해 상가 권리가액 산정 비율이 100%에 가까웠으나, 재건축 조합설립시 상가 동의서를 받기 위해 그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 재건축단지들은 상가 권리가액 산정 비율을 10%로 산정해 상가와 협의를 하고 있다. 이 경우 신축되는 아파트 분양가가 15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상가 분양가격을 제외하고 남은 상가 권리가액이 1억5,000만원이 넘으면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산정 비율이 10%이라면 사실상 대부분 상가 소유주들이 아파트 분양 자격을 얻게 된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조합설립을 앞둔 은마아파트의 경우 최근 상가소유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 27년 만에 조합 설립을 위한 동의요건을 충족했다. 그간 상가 소유주들은 재건축 시 상가가 분산 배치돼 사업성이 낮아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재건축에 반대했다.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조건에 대해서도 견해차가 컸다

그러나 추진위와 상가협의회가 최근 상가 소유주의 ‘상가 권리가액 산정 비율’을 10%로 설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이견이 해소됐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신반포2차 재건축사업 역시 상가 권리가액 산정비율을 10%로 정관을 변경했다. 이밖에 서울 서초구 신반포3차·경남, 신반포4지구 등도 비율을 10%로 변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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