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기금 고갈 쇼크…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돈맥경화’
주택도시기금 고갈 쇼크…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돈맥경화’
가로주택 총체적 난국… 해법 촉구하는 업계
  • 김병조 기자
  • 승인 2023.07.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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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참여형 가로주택사업
혜택 많다는 거짓홍보 분노

4천억 규모의 도시기금 
빠르게 소진… 사실상 바닥

자금지원 중단… 사업타격
임대주택매입가 헐값 종용
주민 “정부에 속았다” 반발

 

[하우징헤럴드=김병조 기자] 주택도시기금 고갈 충격이 서울 지역 현장들도 무너뜨리며 가로주택정비사업 문제를 전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4,000억원 규모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배정된 주택도시기금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후속 사업장들에 대한 자금지원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자금난에 봉착한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 연합회(회장 최인묵)는 지난달 29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해 문제의 심각성을 재확인하고, 정부 및 관련 공공기관들을 상대로 해법을 촉구하기로 했다. 최인묵 회장은 “자금조달 문제뿐만 아니라 임대주택 인수가격 문제 등 가로주택정비사업 제도의 총체적 난국 상황”이라며 해법마련을 호소했다. 

▲서울시 가로주택 연합회 “정말 큰일… 약자 도시서민 상대로 정부가 거짓말 했다”

서울 지역 23곳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들이 참여한 서울 가로주택정비사업 연합회 소속 조합장들은 이날 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작은 집 한 채 갖고 있는 사회적 약자인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원들을 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가 2~3년 전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참여하라고 대대적 홍보를 해놓고 지금은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나몰라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2020~2021년을 전후해 서울 지역 사업지를 대상으로 서울시와 함깨 HUGㆍLHㆍSH 등 공신력 있는 건설 관련 공공기관 등을 총출동시켜 가로주택정비사업 활성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주요 당근책으로 △최대 1.2% 초저금리에 바탕한 공공기관의 안정적인 자금조달 및 운영 △LHㆍSH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행정ㆍ기술 업무 지원 △공공임대주택 공급 시 최대 90%까지 총사업비 지원 확대 및 용적률 완화 등 솔깃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이란 용어조차 생소해 하던 주민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 정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가로주택정비사업에 전 재산을 맡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직접 나서 총괄지휘를 하고, 서울시가 인허가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HUGㆍLHㆍSH 등의 직원들이 설명회를 진행해 “전폭지원을 하겠으니 안심하시라”고 약속하자, 이를 믿고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늘기 시작했다. ‘내 집 빼앗길 수 있다’며 마음의 문을 닫던 고령의 주민들도 정부 및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안심시키자 참여 결심을 굳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진 국토부ㆍ서울시 및 공공기관 태도에 주민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주를 앞두고 본 사업비 및 이주비 신청을 하러 가면 주택도시기금 운영기관인 HUG에서는 “주택도시기금 예산이 바닥나 기금융자가 어렵다” “내년 예산도 어떻게 될지 우리도 모른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 “LH, SH가 공동시행자로 참여하지만, 결국 주민들의 민간사업 아니냐. 민간사업이니 스스로 해법을 찾아보라”등의 답변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김민식 목동2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장은 “국토부를 비롯해 LH 등 각종 유관기관들이 자금문제도 해결해주고, 공공기관이 추진해 청렴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하지만 정작 사업을 시작하고 나니 자금조달이 막혀 사업을 진행시킬 수 없는데, 당시 홍보를 하던 수많은 담당자들 중 어떤 누구도 현 상황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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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조달 막히고, 임대주택 인수가는 표준건축비로… 사업구조 총체적 난국

연합회에서는 현 상황을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총체적 난국이라 진단하고 있다. 민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물론이고, 임대주택 공급을 이유로 지원 혜택이 많다고 홍보하던 공공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까지 전체 사업이 모두 중단될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분담금 증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기금융자 지원 중단에 따른 시중은행 대출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 △공공임대주택 인수가격을 헐값 수준인 표준건축비 매각으로 인한 매각수입 감소 △평균 전세가격 70% 수준의 이주비 지원 약속 무산에 따른 이주비 이자비용 증가 때문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분담금이 상승한 조합원에게 전가되고 있다. 송파구 삼전동 쌍용하이츠빌라 가로주택 윤요섭 조합장은 “당초 1억7000만원으로 예상되던 조합원 분담금이 임대주택 인수가격 표준건축비 적용, 공사비 증액 등으로 인해 약 1억원이 오른 2억8000만원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조합원 분담금을 낮출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에서는 정부 측에 △가로주택정비사업 이주비, 사업비 관련 예산 즉각 편성 △임대주택 매입가를 표준건축비가 아닌 감정평가액으로 관계 법령에 명시 △임대주택 공급 시 적용하는 용적률 완화를 민간임대에도 적용 △공사비 급등 방지 및 지원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연합회 간사인 김민식 조합장은 “정부가 정책을 만들고 대대적으로 국민들을 상대로 사업참여 홍보를 해왔다는 점에서 그 약속을 분명히 지켜야 한다”며 “사안이 심각하다는 점에서 뜻을 함께하는 전국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들과 연대해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해법 마련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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