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발목잡는 추정분담금… 재개발사업장 곳곳 부작용
신통기획 발목잡는 추정분담금… 재개발사업장 곳곳 부작용
섣부른 조기화에 주민갈등·사업동력 꺼진다
  • 최진 기자
  • 승인 2023.07.1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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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걸리는 재개발
분양가·공사비 먼저 추정

정확성 떨어지는 수치로
사업성 싸고 갈등 요인
구역지정 기간도 길어져

객관적정보 法 취지 무색
추가적인 보완대책 절실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섣부른 추정분담금 조기화의 부작용이 재개발지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가 정비사업 정상화를 위해 꺼내든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사업에서 추정분담금 조기화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계획수립단계에서 토지등소유자별 추정분담금 고지가 구역지정 동의율 확보를 가로막는 재개발의 덫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통기획 공모신청 당시 조합설립에 준할 정도로 높은 동의율을 드러낸 현장들도 추정분담금이 고지되면서 동력이 상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정상화와 주택공급 활성화라는 신통기획의 정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을 우회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섣부른 추정분담금 조기화… 사업동력 상실될까

재개발사업의 정비계획수립부터 추정분담금 검증을 의무화하는 제도의 부작용은 도입시기부터 지적돼 왔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법의 취지는 토지등소유자들의 동의율 확보를 위해 추정분담금을 왜곡하는 현상을 막고, 정확한 분담금 정보를 제공해 사업참여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10년이 걸리는 재개발사업에서 실질적으로 사업성을 판단하는 요소들은 사업후반기에 정해지기 때문에 추정분담금 검증을 앞당기는 것이 토지등소유자에게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정비사업의 핵심 수입원인 분양가와 핵심 지출원인 공사비를 모두 추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합설립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제공된 추정분담금조차도 관리처분계획 수립 때의 추정분담금과 큰 차이를 보여 주민갈등의 원인이 돼왔는데, 이를 앞당기는 것은 더욱 큰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실제로 법 시행 이후 서울시 신통기획 후보지 곳곳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터져 나오면서 법 개정 및 신통기획 제도개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2차 후보지로 선정된 성북구 석관동 62-1번지(석관4구역)는 토지등소유자별 추정분담금 고지로 인해 사업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상대평가로 진행된 공모방식 신통기획 후보지에 어렵게 이름을 올렸으나, 최근 신통기획 후보지들에 퍼져나가고 있는 추정분담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재개발사업을 추진한 집행부 측에서도 일부 임원들이 "사업을 진행해도 괜찮은 것이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추정분담금 조기화는 공통적 우려사항… 신통기획 후보지들 불만

석관4구역 추진준비위원회에서는 신통기획 공모 당시 63%의 동의율을 확보했고 이후 구역지정을 위한 67%의 동의율까지 확보했지만, 신통기획안에 따른 추정분담금 고지를 우려하고 있다. 기존에는 자치구가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했지만,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내놓으면서 현재는 신통기획안이 정비기본계획을 사실상 대체한 상황이다.

준비위는 당초 조합설립 상황에서 진행된 추정분담금 고지가 신통기획안 수립과정으로 당겨질 경우 정책의 실효성을 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기존에도 조합설립 과정에서 토지등소유자별 추정분담금이 고지되면 동의율 요건을 달성하는 데에 수년이 소요됐는데, 이를 더욱 앞당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비구역 지정까지 걸리는 소요기간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사업의 경우 영세 토지등소유자 비율이 높아 과거에도 조합설립 과정 때 추정분담금 고지 후 동의율 달성이 힘들었던 경우가 많았다”라며 “신통기획 후보지들의 경우 상대평가 과정을 통과한 만큼 노후도나 주거환경이 더욱 열악한 곳들이기 때문에 추정분담금 고지에 따른 사업지연은 더욱 극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규 석관4구역 신통기획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은 “후보지 위원장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면 추정분담금 조기화가 얼마나 재개발사업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공통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라며 “구역지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신통기획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비구역이 지정된 후 이에 따른 정비기본계획을 보완하고 이때 추정분담금을 고지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정분담금 조기화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장 실질조사가 아니라 탁상에서 이뤄지는 감정평가이기 때문에 토지등소유자들의 기대치에 현저히 못 미치는 종전자산평가금액이 나오고 이것이 사업동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가장 큰 지출항목인 공사비와 분양수입 등을 임의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이미 법 취지를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강북의 한 재개발사업에서는 사업설명회 과정에서 평당 공사비가 400만~500만원으로 책정돼, 고성이 오가며 주민갈등이 불거졌다. 평당 공사비 1천만원을 앞둔 시점에서 사업성을 부풀리기 위해 서울시가 말도 안 되는 공사비 기준을 들이댔다는 것이다.

0또 다른 사업장에서는 감정평가 금액에 따른 권리가액 산정을 두고 주민갈등이 발생해 사업에 반대하는 세력이 생겨나고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단독주택일수록 분담금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완책이 나올때까지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추가적인 보완책 절실… 신통기획 무용론 제기될 수도

김원기 마천2구역 신통기획 재개발추진준비위원장은 “당장 하반기 부동산시장을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10년 후의 공사비나 분양가를 예측해 토지등소유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법의 취지인‘정확한 정보전달’과‘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며 “분명한 것은 현재 서울시 신통기획 재개발현장들이 당초 기획보다 추진력이 떨어지고 있고, 이를 개선할 대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재개발사업에서 신통기획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재개발사업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이벤트성 지원제도인 신통기획을 통해서만 서울시의 모든 재개발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대못 규제인 주거정비지수제가 없어졌기 때문에 재개발의 경우 신통기획 대신‘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서만 사업을 추진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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