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 명령·고발에 무효선언까지… 서울시 ‘신통기획 독선’ 논란
시정 명령·고발에 무효선언까지… 서울시 ‘신통기획 독선’ 논란
압구정3구역 설계자선정 과정서 드러난 민낯
  • 최진 기자
  • 승인 2023.08.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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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특화설계엔 침묵
신통기획 사업장에선
“교란행위 좌시 안 해” 

사실상 공공재건축 부활
가이드라인 무조건 강요
조합원 재산권침해 논란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재건축 조합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그려놓은 신통기획 가이드라인을 조합이 강제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압구정3구역을 통해 부각되면서 조합원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압구정3구역은 최근 설계자 선정 과정에서 공모 참여업체가 서울시 신통기획 공모지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추진이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관련 내용을 보도자료로 내놓으며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라는 강경한 입장까지 밝힌 상황이다. 반면 조합원들은 민간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이 총회를 통해 결정한 사안을 두고 서울시가 과도하게 간섭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정명령·경찰고발에 ‘무효’선언까지… 서울시 과잉대응 논란

압구정3구역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15일 오후 2시 인근 교회건물에서 설계자 선정을 겸한 2023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에는 직접참석자를 포함해 약 2,700명의 조합원이 의결권을 행사했고 핵심 안건인 설계자 선정은 희림 컨소시엄(희림건축·UNStudio·나우동인)이 선정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신통기획안에 따른 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한 실격업체가 설계자로 선정됐다며 선정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희림 컨소시엄이 제안한 용적률 360%의 설계안이 신통기획 공모지침을 위반한 ‘사기’에 해당한다며 경찰고발 및 선정절차 중지를 주장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총회에서 희림 컨소시엄을 선정하자, 이번엔 선정결과가 무효라며 설계자를 재공모하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조합이 총회에 앞서 서울시의 시정조치 내용에 따라 지난 7일 희림 컨소시엄에 재설계를 요구했고, 희림 측도 총회 때까지 재설계한 300% 용적률로 홍보한 만큼 절차적 하자를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맞대결을 펼친 해안건축도 홍보관 운영을 정상적으로 재개했고 총회장 홍보도 정상적으로 진행된 만큼, 서울시의 주장이 법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사전투표와 현장투표 모두 희림 컨소시엄이 해안건축을 앞섰기 때문에 총회 결과를 무효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조합 측, 서울시 시정조치 반영하고 재투표도 진행

압구정3구역 설계자 선정은 지난해 10월부터 추진됐다. 조합은 지난해 10월 29일 총회 의결을 바탕으로 설계자 선정과 관련한 국제현상설계 공모에 나섰다. 당시 프랑스를 비롯한 5개국 10개 건축사가 공모에 참여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총 19개 설계사무소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후 공모등록을 마감한 결과 3개사가 응모했고 지난 4월 12일 행림건축사무소가 기권을 선언하면서 해안건축과 희림 컨소시엄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이후 서울시는 지난 4월 25일 주민들에게 신통기획안 가이드라인을 최초로 공개했다. 당시 주민들은 4천억원에 가까운 공적부담을 모두 주민이 부담하는 것과 단지를 양분하는 공공보행통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특히, 공공보행통로-덮개공원-한강보행교로 이어지는 서울시 관광자원화 계획에 대해 “쾌적해야 할 주거지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정비계획이 정상적인 계획이냐”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이후 조합은 지난 5월 19일 신통기획안에 따른 설계공모 업체들과 실무회의를 진행하고 홍보와 관련된 지침을 확정했다. 이후 공모참여 업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홍보전시관을 개관해 자사의 설계안을 홍보했다.

그러다가 지난 3일 희림 컨소시엄에 대한 용적률 360%에 대한 설계 내용에 대해 민원이 제기됐다. 조합은 희림 측에 3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300% 기준평면 계획을 다시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희림 측은 지난달 7일부터 수정된 내용으로 홍보활동을 이어갔다.

조합은 일부 조합원들이 변경된 설계안에 따라 의사결정을 바꿀 수 있다며 앞서 진행된 사전투표 내용을 총회 당일까지 철회·변경할 수 있도록 재투표를 실시했다. 총회 직전까지 자신의 의사를 철회·변경한 조합원은 총 13명이다. 총회장에도 일부 조합원들은 설계사의 홍보내용을 듣고 사전투표를 철회하고 재투표하는 등 조합원들의 의사 변경을 적극 반영했다. 

▲서울시 총회 무효주장… 법리적 근거·사례는 있나

서울시는 총회에 앞서 희림 컨소시엄이 설계 공모지침을 위반했다며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서에 고발했다. 이후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확정이 없음에도 불구, 실격업체가 총회에 상정될 수 없다며 공모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희림 컨소시엄이 선정된 후에는 ‘총회무효’를 주장하며 재공모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무효 주장이 실효성을 얻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희림 컨소시엄과 맞대결을 펼친 해안건축의 경우 희림에 대한 서울시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총회장에서 홍보활동을 펼쳤고, 조합도 총회에 앞서 양 사와 합의를 통해 갈등을 봉합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설계자 선정과 관련해 조합을 비롯한 모든 업체와 기관들이 문제없이 총회를 마쳤는데, 서울시만 총회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서울시와 해안건축과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도시정비와 관련한 서울시 전직 공무원들이 해안건축 임직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례적으로 서울시가 설계자 선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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