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전자투표 코로나 종식에도 가능할까… ‘갑론을박’
재개발·재건축 전자투표 코로나 종식에도 가능할까… ‘갑론을박’
법원도 엇갈린 해석 ‘혼란’...법 개정·세부 규정 시급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9.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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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감염병 등 상황에서
조합원 출석 어려울 때만  
도정법에서 전자투표 허용

부산 남천2구역 강행결정
구청은 불허… 서로 갈등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도입된 재개발·재건축 총회의 전자투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전자투표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전국의 정비사업이 총회를 열지 못해 지체되는 사업장이 속출하면서 도입됐지만,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총회 결의를 전자투표로 할 수 있냐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에서도 서로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급하게 도입된 제도이다 보니 세부적인 내용이 마련되지 않아 의결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자투표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비사업 전자투표, 재난이나 감염병 등 총회 참석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가능?

정비사업 전자투표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지난 2021년 9월 도시정비법을 개정해 도입됐다. 문제는 최근 집합금지 조치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 감염증 종식으로 전자투표를 통한 총회 의결이 가능한지 아닌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45조 제8항에 따르면 재난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시장·군수 등이 조합원의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이 경우 정족수를 산정할 때 이를 직접 출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령대로 해석하면 재난이나 감염병 등이 아니면 전자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돼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부산 남천2구역 재건축사업에서도 전자투표 적용 유무를 두고 구청과 갈등이 일고 있다. 지난달 조합은 대의원회를 통해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임시총회를 전자투표로 진행한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관할구청인 수영구는 재난 발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아닌 경우 전자투표 방식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조합이 전자투표로 총회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은 조합 정관에 따르거나 지자체 승인받아야 할 사항이 아니라며 실증 특례 받은 기업과 계약할 경우 전자의결을 도입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조합은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불필요한 개입과 엉뚱한 요구로 딴지를 걸고 있다며 반발하고, 구청 측은 도시정비법 테두리에서 적법하게 진행할 해야 한다며 서로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논란은 법원에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아 혼란을 키우고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도시정비법 입법 취지는 재난이나 감염병의 발생 등으로 조합원들의 총회 출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지 않은 경우에도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정관에 전자적 방법을 의결권 행사방법으로 정하는 것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항고심에서 서울고등법원 역시 “전자투표가 전자문서법에서 정하는 전자문서의 서면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도 의결권 행사 및 직접 출석의 효력을 인정하려는 취지로 봄이 타당하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부산고등법원은 “개정된 도시정비법은 재난 등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전자적 결의방법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며 “현행 도시정비법이 전자적 결의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전자투표 관련 법 개정 서둘러야… 세부 규정 마련도 시급

업계에서는 전자투표 관련 논란을 없애기 위해 관련 법령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도시정비법에 규정하고 있는 전자투표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사태로 인해 급하게 도입된 것으로, 재난 등 제한적인 상황에 조합원의 총회 직접 출석이 어렵다고 인정하는 경우라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황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자투표와 관련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은 지난해 9월 이미 발의됐지만 1년째 계류 중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15일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전자적 방법을 활용한 온라인 총회를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 방법 중 하나로 규정하여, 각 조합이 상황에 맞게 의결 방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는 것이다.

개정안에는 조합원의 통상적인 의결권 행사방법에 서면결의서와 함께 전자적 방법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현행에는 전자투표를 직접참석으로 인정했지만, 개정안에는 전자투표를 정족수에 포함되게 했지만, 직접참석으로는 보지 않는다.

이와 함께 공정성과 부정투표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선거의 4대 원칙을 충족하고 투표와 개표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전제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장관이 전자적 방법의 의결권 행사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조응천 의원은 “현재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는 기준이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어 지자체별로 기준과 판단이 각기 달라 현장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며 “온라인 총회를 일반적인 의결권 행사 방법 중 하나로 규정해 조합의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전자투표의 시행조건과 최소한의 구체적인 준수사항에 대해서는 시행령을 통해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현재 시행되는 전자투표에 대한 보안규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전자투표 업체마다 각자의 보안체계를 갖추고는 있지만, 전자투표 대행업체에 요구되는 보안기준이 없기 때문에 조합 및 조합원에게 신뢰도를 홍보하는 정도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이에 비밀투표가 보장되지 않고 최악의 경우 조작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충분히 제기되고 있다. 또한 총회 이후 전자투표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전자투표의 신뢰성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 투표관리와 같이 지자체나 정부에서 직접 시스템을 구축, 관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의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중앙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에서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동체 문화 조성을 위해 공동주택 전자투표 서비스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안전한 본인 인증은 물론 개표 결과까지 추후에 확인할 수 있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현재 도시정비법과 개정안 내용은‘전자적 의결권 행사를 출석으로 본다’는 내용만 있어 부작용을 막기 위한 법리적 보완이 필요하다”라며 “전자투표 시행조건과 준수사항, 예외규정 등을 구체화하는 입법적 보완이 시행령을 통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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