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시공자선정 조례 ‘전체조합원 과반 찬성’…위법 논란
서울시 재건축 시공자선정 조례 ‘전체조합원 과반 찬성’…위법 논란
‘도시정비법’ 무시한 시공자선정 조기화 의결 요건
  • 문상연 기자
  • 승인 2023.09.19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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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의결 기준은 
법령과 정관에만 규정
조례 위임대상은 아냐

참석조합원 과반 못박아
전문가들 “위법 소지”

계약업무 처리기준 
과반수 출석 의결 요건
법원에서 ‘무효’ 판결

신탁방식도 다득표 선정
형평성 시비 불거질 듯

 

[하우징헤럴드=문상연 기자] 시공자 선정시기 조기화를 위해 개정한 서울시의 조례가 상위법의 법령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에서 ‘출석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법률전문가들은 총회 의결과 관련된 비율은 법령이나 정관에서 정할 수 있을 뿐 조례의 위임대상이 아니라며 위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전체 조합원 과반수 동의요건이 건설사 간 경쟁입찰을 막고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 도시정비법 위임 범위 벗어난 규정

지난 3월 서울시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했다. 이는 시공자 선정 시기 조기화를 위한 일환이었다. 문제는 개정 조례안에 시공자 선정 시 총회에서 '전체 과반수 의결' 요건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출석한 조합원’의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에는 조합의 정관에서 정한 바에 따른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출석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해 후보 건설사가 득표해야 하는 조건을 ‘전체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강화한 것이다. 해당 내용은 8일 행정예고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기준에도 담겼다. 

이에 시가 상위법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안을 담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시정비법 제45조 제13항 제3호에 따르면 “총회의 의결은 이 법 또는 정관에 다른 규정이 없으면 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도시정비법에서 총회 의결과 관련한 비율은 법령 또는 정관을 통해서만 규정할 수 있을 뿐 위임대상에 조례가 없기 때문에 별도로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법률전문가들은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이 법령 위임 범위를 벗어났다며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 조례 제77조에 “조합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시공자를 선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조합설립을 하지 않는 신탁방식 및 공공정비사업 등은 조례의 적용을 받지 않고 다득표순으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게 되면서 형평성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 ‘과반수 출석 요건’… 법률우위 원칙 위배 ‘무효’

서울시 조례가 무효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대한 하급심 판결에서 법원이 비슷한 판단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춘천지방법원은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서 규정한 시공자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 과반수 직접 출석 요건’에 대해 위임근거 규정이 없어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도시정비법 제45조에 “총회의 의결은 조합원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하고, 다만 창립총회, 사업시행계획서의 작성·변경, 관리처분계획의 수립·변경을 의결하는 총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총회의 경우에는 조합원의 20% 이상이 직접 출석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시공자 선정·변경을 위한 총회 의결은 도시정비법 제45조 제6항 단서 및 그 위임에 따른 동법 시행령 제42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조합의 정관에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조합원의 10% 이상이 직접 출석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시공자 선정을 위한 총회는 토지등소유자 과반수가 직접 출석하여 의결하여야 한다"는 규정은 모법인 도시정비법의 구체적인 위임 없이 만들어진 것이므로 대외적인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행정규칙’이고, 모법에서 규율한 사항을 ‘행정규칙’의 형식으로 수정·제한을 가하는 것이어서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서울시 개정 조례의 ‘전체 조합원 과반수 의결’ 요건 역시 도시정비법의 위임규정 없이 만들어진 개정으로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공공관리제 도입 당시 시공자 선정시기 규정… 법제처에서 무효라고 유권해석 내린바 있어

서울시 공공지원 시공자 선정 기준은 도입 당시부터 꾸준히 위법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0년 시가 공공관리제도를 도입하면서 법령에서 위임하지 않은 시공자·정비업체 선정과 관련한 규정을 도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시는 시공자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선정하도록 했다. 이에 국토부는 법제처에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시기’와 관련해 질의했고, 법제처는 “도시정비법에 따라 제정된 시·도조례에서 조합이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에 시공자를 선정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회신했다. 결국 시는 지난 2011년 국회의원 입법을 통해 시공자 선정시기 등을 정할 수 있도록 도시정비법을 개정했다. 

또한 국토부가 지난 2017년 건설업자와 공동시행 시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는 개정법을 시행한 후 시는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기준을 마련해 건축심의 이후에 선정할 수 있도록 막았다.

이에 도시정비법령의 문언과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속히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 법령의 취지에도 명백히 반하고, 나아가 모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부당한 제한을 걸었다며 논란이 됐다. 

법률전문가들은법률 위임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매번 행위제한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다.

진상욱 법무법인 인본 대표변호사는 “도시정비법에 명백히 위임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무리한 해석을 하면서 어긋난 규정을 만들어 오고 있다”며 “‘전체 조합원 과반수 동의’ 요건은 도시정비법에서 총회 의결 방법을 조례에 위임하지 않았고 조례에 법령보다 강화된 비율을 정한 것으로 위법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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