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낙장불입 재건축’… 뾰족한 철회대안 없어 주민 발동동
신통기획 ‘낙장불입 재건축’… 뾰족한 철회대안 없어 주민 발동동
정비계획 수립절차 진행땐
불만있더라도 못 빠져나와
  • 최진 기자
  • 승인 2023.10.1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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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3, 주민반발 거세
지구단위계획 원점 검토
철회할 수 있을지 미지수

송파 한양2차 재건축
주민 85% 철회의사 불구
서울시 강압에 사업확정

[하우징헤럴드=최진 기자]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대한 출구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신통기획을 철회할 수 있는 마땅한 기준이 없다보니,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고 주민갈등이 심화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정 동의율을 달성해야만 공모신청이 가능했던 재개발과 달리, 암암리에 수시모집으로 진행됐던 재건축의 경우 신통기획에 대한 주민반발로 정상적이던 사업장을 망가트리는 악재로까지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통기획 후보지로 지정돼 정비계획 수립절차가 진행되면 향후 계획에 불만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빠져나오기가 까다로운 만큼, 사업 속도에 현혹되지 말고 구역의 다양한 사업성을 고려해 신통기획 참여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통기획 백지화… 지구단위계획·정비계획 원점검토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구역3 재건축조합은 최근 신통기획을 반대하는 주민반발이 거세지면서 압구정3구역 도시계획업체를 초청해 공식적인 사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신통기획 자체를 백지화하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신통기획 철회 시 변화되는 사업절차가 설명됐다.

도시계획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이 신통기획을 탈퇴할 경우 그동안 추진된 정비구역 지정절차가 모두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우선적으로 지난 2016년 설계된 지구단위계획을 토대로 구역지정에 나서야 하는데, 인근 압구정아파트지구가 모두 신통기획을 추진한 만큼, 기존 계획을 서울시가 그대로 적용할 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형평성 논란 등이 제기돼, 기존 지구단위계획이 연속되지 못하면 절차적으로는 압구정3구역만 별도로 지구단위계획을 재수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구단위계획안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열람공고와 관련부서 협의, 구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자문과 또 이에 따른 열람공고, 자문기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절차가 마무리되면 다시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앞서 압구정아파트지구는 지구단위계획과 관련한 용역발주와 심의, 의견수렴 절차 등에서 20여 년이 소요된 바 있다.

▲신통기획 ‘철회’는 재건축 ‘포기’… 벼랑 끝 정비사업 지원책

기존 지구단위계획이 인정되더라도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정비계획수립과 구역지정은 별도의 관문으로 남아있다. 

일반 재건축사업으로 돌아선 압구정3구역이 인근 신통기획 구역들보다 공공성 부담이 적을 경우 특혜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한층 심화된 기부채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역지정과 관련해서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신통기획 철회는 곧 재건축사업을 포기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하는 상황이다.

주민반발이 거세지더라도 신통기획을 철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파구 한양2차 재건축사업의 경우 소유주의 85%가 신통기획 철회의사를 밝혔지만, 서울시가 철회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결국 주민설명회를 열고 신통기획안대로 사업이 끌려가고 있다. 송파한양2차 역시 이전 집행부가 주민의사를 묻지 않고 신통기획을 신청했지만, 절차상의 하자와 주민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신통기획이 확정됐다.

송파한양2차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신통기획 철회 불가방침을 내놓고는 빗장을 걸어둬 어쩔 수 없이 신통기획에 따른 절차를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아무런 정보도 제공받지 못한 채 신통기획을 접수받고 신통기획 이외에는 선택지를 마련하지 않는 서울시의 토끼몰이식 행정이 과연 정비사업 정상화, 민간정비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일갈했다.

▲서울시, 신통기획 거부 언제든지 가능… 출구대책은 구청이

반면 서울시는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신통기획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철회’라는 단어조차도 상황에 맞지 않다며, 주민들이 신통기획을 거부할 경우 언제든지 일반 정비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통기획에 따른 통합심의의 혜택을 받지는 못하겠지만, 일반적인 정비사업 추진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신통기획 관계자는 “신통기획은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빠르게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며 이를 ‘철회’한다기보다는 주민들이 신통기획을 원치 않을 경우엔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된다”라며 “다만, 신통기획을 거부하는 기준과 시기에 대해서는 입안권자인 구청에서 마련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나서서 기준을 마련하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는 서울시가 신통기획의 ‘통합심의’라는 속도향상에만 치중하면서 정책설계에 결함이 발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책 흥행과 성과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정책참여 요건과 주민 의사결정, 출구대책 등 정비사업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일선 재건축 조합에서는 서울시가 신통기획을 접목하기 전에 1년간 시범단지를 운영하며 제도를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압구정3구역 설계자 선정에서는 언론전과 수사고발까지 나서며 과도한 강압행정을 일삼았던 서울시가 돌연 신통기획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고 변명하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라며 “그동안 신통기획을 수립하면서 자치구 의견을 배제해 논란이 돼 왔는데, 출구대책은 갑자기 입안권자라는 이유로 구청에 떠넘긴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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